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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쇼크’ 국민 정신건강 위협

뉴시스 기자 입력 2016.11.27 18:06 수정 2016.11.27 18:06

TV를 지켜보던 60대 노모는 또 한숨을 쉰다. 고등학교 1학년생 아들을 둔 40대 자영업자는 도통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공시족인 20대 여대생은 공부에 영 집중하지 못한다. 6년만의 '불수능'에 애를 먹어 눈치 싸움 속 입시 전략을 짜는 10대 수험생은 무기력감에 자신에게 자꾸만 화가 치민다. 최순실씨 국정 농단으로 빚어진 일련의 사태를 지켜본 국민들의 스트레스가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는 분석이 많다.최순실이라는 중년 여성의 이름이 뉴스 전면에 등장한 지 한 달여가 지나 의혹이 사실로 확인될 때마다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스트레스는 쌓여만 간다.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생긴 일련의 정신적 상처와 분노를 두고 최근엔 '순실증'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길 정도다. 전문가들은 '열심히 살면 보상받는다'는 보편적 신념이 무너진 상황이 개개인의 정신 상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진단한다. 정치·사회·법적으로 사태가 빨리 해결된다면 국민들의 정신 건강은 금방 회복할 수 있지만, 문제는 사태가 장기화한다는 데 있다.현실이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을 때, 아무리 얘기해도 권력이 눈도 꿈쩍하지 않을 때 사람들은 절망한다. 특히 전염성이 강한 분노 감정은 심각한 불안과 우울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무엇보다 집단적 자의식이 강한 국민성 탓에 '집단 우울증'으로 번질 우려도 있다. 이준영 서울대 의대 정신과학교실 교수는 "아직까지는 분노 단계일 뿐 불안과 우울까지로 진행되지 않은 듯 하다"고 진단하면서도 "분노로 인한 만성 스트레스가 계속되면 만성 우울증과 피로로 전이될 가능성이 있고 쉽게 불안을 느끼는 환자들은 크게 영향을 받아 내원까지 하는 경우도 생긴다"고 전했다. 하태현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도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상황임에는 틀림없지만 집단 우울증 단계는 아니다. 우울증에 빠졌다면 아무것도 하지 않을 터인데 현 상황은 우울증 환자까지 거리로 나가는 판국이다. 스트레스로 작용하는 분노의 감정이 사회를 변화시키려는 동기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라며 "다만 사회를 변화시키려는 노력이 결실을 맺지 못하거나 장기화하면 우울증으로 발전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고 분석했다. 서정석 건국대 충주병원 정신의학과 교수는 "긴장과 분노가 고조될 때는 오히려 우울하지 않다. 우울할 겨를이 없다"면서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는 현 시점을 지나 (관계자들을) 처벌해야 하는 단계에서 유야무야 되거나 상식선에서 누구나 이해할 수 없는 결과가 도출되면 그때야말로 집단 우울증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민적 불안과 절망은 더 나아가 돌이킬 수 없는 극단적 방식으로 표출될 수 있다고 염려하기도 한다. 곽금주 서울대 사회심리학과 교수는 "물질적 손실보다 심리적 절망이 더 위협적이다. 극단의 우울증으로 번지면 극복하기가 어렵게 되고 이 상황이 장기화할수록 군중·모방 심리가 작용해 걷잡을 수 없는 폭력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분노를 조절하고 있는 현 단계에서 정치인과 검찰, 언론 모두 책임있는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엄정한 처벌로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것이 최상의 처방이라고 입을 모은다. 기사 검색이나 방송 시청에 지나치게 집중하지 말고 자제하는 것도 혼란한 정국에서 중심을 잡고 일상에 몰두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 백종우 경희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구조적 문제는 구조적 해결이 선행돼야 한다"며 "가해자가 진심으로 사과하고 적절한 처벌을 받으면 피해자가 심리적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데 훨씬 더 도움이 되는 것과 같이, 이번 사태도 정의로운 방향으로 갈 때 우울증을 극복하거나 잔존 스트레스를 관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백 교수는 "현재 불안이나 우울감을 호소한다면 시간을 일정하게 정해놓고 뉴스를 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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