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대통령 게이트는 한국의 고질병인 부패가 전혀 고쳐지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건"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또 위법 대상 범위로 보면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의 사임을 초래한 "워터게이트 사건보다 더 큰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WP는 박 대통령과 관련된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은 한국의 공직사회에 부패, 뇌물수수, 횡령, 권력 남용 등이 몇 세대에 걸쳐 약간씩 형태가 달라졌을 뿐 공직사회에서 계속 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WP는 한국의 권력 부패 사례로 1993년 첫 문민 대통령으로 한국의 고질병 '정경유착 부패'를 척결하겠다고 다짐했던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가 부패 혐의로 체포된 것을 꼽았다. 이에 따라 김영삼 대통령 자신도 결국 부패란 고질병에 걸렸음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또1987년 민주화 후 한국의 대부분 대통령이 부패사건에 휘말렸어도 최순실 국정농단과 관련해 검찰이 재임 중에 조사하는 대통령은 박 대통령이 처음이라고 지적했다. 컨설팅 회사인 유라시아 그룹은 박 대통령 퇴진 가능성을 70%로 전망했다. WP는 박 대통령의 비선 실세 최순실을 ‘그림자 대통령’으로 표현하면서 점점 더 규모가 커진 촛불시위로 최순실에 대한 공분을 잠재우려는 박 대통령의 시도가 무위에 그쳤다고 전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한국-태평양 지역을 연구하는 스티븐 해가드 교수는 이날 WP에 "위반 혐의 대상 범위 면에서 (최순실 게이트가)워터게이트 사건보다 더 큰 스캔들”이라며 “기밀정보 유출, 재단 운영, 대학 입학 비리까지 불법 행위 범위가 6가지에 달한다”고 밝혔다.미국의 워터게이트 사건은 1972년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재선을 위해 비밀공작반이 워싱턴 워터게이트빌딩에 있는 민주당 전국위원회 본부에 침입해 도청장치를 설치하려다 잡힌 사건으로 수사 과정에서 닉슨의 선거방해, 정치헌금의 탈세, 부정 은폐 기도 등이 드러나면서 결국 닉슨 전 대통령은 사임했다. 라종일 한양대 국제학부 석좌교수도 WP에 “이 사건을 해결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닉슨 전 대통령처럼 대통령이 물러나는 것”이라고 밝혔다. WP는 한국에서 권력층의 부패가 뿌리뽑히지 못하는 이유로, 집단주의가 강한 한국에서 학연과 조직에 대한 충성이 법 준수 정신에 맞서는 사회적 분위기를 문제로 지적했다. 미국 외교협회의 한국 전문가 스콧 스나이더는 WP에 "한국은 매우 공동체적 사회"라며 ”사람들은 상대에게 대세를 따르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학연과 조직에 대한 충성 대(對) 법 준수 정신은 예전부터 있는 사회갈등으로 부패를 고질병으로 만드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