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가 건설업계도 뒤흔들고 있다. 일부 건설사들이 미르 재단에 거액의 기금을 출연한 것으로 마무리 될 것 같던 논란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포스코건설의 엘시티, 부영의 세무조사 무마 청탁 등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제일모직과의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을 통해 대가성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곤혹을 치르고 있다. 국민연금은 국민들의 노후 보장을 위해 만들어진 공적 자금인 만큼 삼성물산이 합병과정에서 이를 이용해 이익을 얻었다면 향후 대대적인 검찰 조사나 특검이 불가피해진다. 앞서 삼성은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원 204억, 청년희망재단에 이건희 회장 200억원 등 임직원 명의로 수백억을 출연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의 말 구입·운영비로 35억을 송금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최순실 씨가 국민연금을 통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도와줬을 개연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삼성은 지난해 5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선언했으나 헤지펀드 엘리엇의 반대로 합병에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7월 삼성물산의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하는 '백기사' 역할을 하면서 고비를 넘겼다. 장정숙 국민의당 원내대변인은 15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의 노후를 보장하기 위한 국민연금이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쓰였다."면서 "국민은 2조원을 손해 봤고 이 부회장은 7900억의 불법소득을 올렸다."고 강조했다. 삼성 측과 국민연금은 이러한 의혹에 대해 사실 무근이라고 정면 반박했다. 국민연금은 해명 보도자료를 내고 "기금의 장기적 수익제고를 통한 연금재정의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주어진 원칙과 절차에 따라 보유 주식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했다."면서 "합병에 따른 시너지 효과와 주식 가치의 상승 여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했다."고 밝혔다.포스코건설도 부산 해운대의 초대형 건설사업인 엘시티(LCT)의 인허가 특혜 논란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엘시티 땅은 토지 용도변경과 각종 인허가 문제 등으로 사업성이 없는 곳이었다. 하지만 이영복 청안건설 회장(66·구속)이 사업에 참여하면서 각종 규제가 눈 녹듯 사라졌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회장은 최순실 씨와 함께 월 1000만원대 친목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인허가 비리가 사실로 밝혀지면 인허가 기관인 부산광역시가 사업 자체를 취소하거나 주택을 지을 수 없도록 인허가를 바꿀 수 있다.현재 엘시티는 약 15%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으며 대부분의 건물이 10층 이상 지어진 상황이라 사업 취소가 쉽지 않지만 검찰이 수사를 시작한 이후 아파트 분양권 거래가 급감한 상태다. 부영그룹도 K스포츠에 70억원 출연금 기부 요청을 받았고 이에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출연금을 내는 조건으로 세무조사 무마를 부탁하는 청탁을 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당황스러워하고 있다. 부영 측은 이중 회장이 K스포츠 재단 관계자를 만난 것은 사실이지만 바쁜 일정으로 인해 인사만 나누고 곧바로 자리를 떴다고 해명했다. 이 회장이 세무조사에 대한 청탁을 요청한 부분은 K스포츠 재단의 회의록에서 일방적으로 나온 주장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대림산업도 지난 9월 미르 재단 이사진 교체와 함께 새 이사진에 대림산업 홍보담당 임원의 이름이 올라 몸을 사리는 분위기다. 검찰은 대림산업이 재단에 기금을 낸 배경과 대가성 여부를 비롯해 이사 선임 관련 내용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사업에도 '최순실 후폭풍'이 불고 있다. 최순실씨와 그 측근이 시세차익을 얻기 위해 평창 땅을 사들이거나 직접 공사계약을 시도하는 등 사업 이권에 개입한 정황이 잇따라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최순실씨 소유의 더블루케이가 경기장 건설 경험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스포츠 시설물 건설업체인 누슬리를 끌어들여 2018평창동계올림픽 오버레이 사업 수주에 뛰어들었다.현재 국내 시공능력 상위 건설사 중 상당수가 평창올림픽 관련 사업을 진행 중인 상황에서 향후 검찰 조사가 진행되면서 입찰특혜 의혹 등이 밝혀지만 이로 인한 피해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담합이나 입찰 비리로 이미 국민들의 신뢰가 많이 떨어진 상황에서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사실이 밝혀지면 더 이상 회복이 불가능할 것."이라면서 "건설사들이 청탁한 증거가 드러날 경우 형사처분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