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양자 영수회담 계획이 거의 반나절 만에 철회되는 촌극이 벌어지면서, 야권의 결속도가 오히려 더 높아지는 결과가 됐다. 국민의당과 정의당에 이어 민주당이 영수회담 철회를 결정하면서 당론을 '박 대통령 퇴진'으로 고정시킴으로써 야권의 대(對) 청와대 강경 대응책이 더욱 단단해진 것이다. 추 대표는 14일 오후 4시간여에 걸친 의원총회 끝에 박 대통령과의 영수회담 계획을 철회했다. 철회 이유는 당론의 수위가 대통령 2선 후퇴 요구와 국회 추천 총리에 전권 위임 요구'에서 '박 대통령 퇴진 요구'로 높아진 만큼 영수회담을 할 명분이 부족해졌다는 것이었다.이로써 민주당은 기존의 복잡한 선결 조건 대신 박 대통령의 하야 또는 탄핵으로 노선을 단순화한 채 대여 압박에 나서기로 했다. 국민의당과 정의당은 이미 하야와 탄핵을 주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민주당이 한발 늦게 합류한 셈이다. 이로써 야3당은 박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와 비선 최순실 씨 기소 등 여러 계기마다 박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한편 탄핵 가능성도 시사하면서 대여 압박 강도를 높여갈 것으로 보인다.아울러 야3당은 또 한번의 대규모 촛불집회가 예고된 26일까지 박 대통령 비난 여론 확산을 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 대통령이 하야를 선언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점에서 야당에선 갈수록 탄핵에 찬성하는 목소리를 키워갈 것으로 보인다.탄핵 요구에 힘이 실릴수록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의 행보에 정치권 안팎의 이목이 집중될 전망이다. 탄핵소추안을 의결하려면 현역의원 200명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데 야권성향 무소속을 포함한 야당 의석수는 171명에 그쳐 새누리당으로부터 29명 이상의 찬성표가 나와야만 해 탄핵소추안 가결을 장담하긴 어려운 상황이다.하지만 현재 새누리당 당내 상황을 보면 탄핵이 불가능에서 가능 쪽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기류가 감지된다. 비박계 수장 격인 김무성 전 대표는 이미 박 대통령 탄핵을 주장했고 여기에 적지 않은 의원들이 동조하고 있다. 여기에다 이정현 대표 등 친박계 지도부 인사들은 사퇴를 거부하며 비박계와의 대립각을 키우고 있기 때문에 비박계 인사들이 대거 탄핵 찬성 쪽으로 기울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또 현재 진행 중인 검찰 수사는 물론 특검 수사에서도 박 대통령에게 '혐의 없음'으로 결론 짓기는 어렵다는 게 대체적 관측이다. 이 때문에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될 경우 헌법재판소도 국민여론과 실정법 위반 여부 등을 감안해 결정을 내리기 때문에 사상 첫 '탄핵 대통령'이 나오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