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은택(47)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이 구속되면서 일부 혐의의 공범으로 지목된 안종범(57)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차 전 단장의 관계에 관심이 쏠린다. 두 사람은 서로 알고 지내던 사실을 인정한 상태지만, 각각 다른 몸통을 지목하는 모양새를 보여 조사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역할이 규명될지 주목된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차 전 단장과 안 전 수석에 대해 광고회사 강탈 시도, 대기업 인사 압력 행사 혐의를 공통으로 적용해 구속했다. 이에 따라 두 사람이 어떤 과정을 거쳐 함께 범행에 나섰는지 등에 대한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간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차 전 단장이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관계를 명확하게 알린 사람은 안 전 수석 한명이다. 그는 지난 8일 귀국과 동시에 기자들과 만나 "안 전 수석과 통화하고 만난 적이 있는 사이"라고 말했다. 다만 박 대통령에 대해서는 거리를 뒀다. 일각에서 심야 독대 의혹 등이 제기된 상태였지만 ‘공식적인 자리에서 몇 번 봤을 뿐’이라고 선을 긋고 나선 것이다. 차 전 단장의 입장에서는 이미 구속된 상태에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던 안 전 수석과의 관계를 부인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자신과 같은 범행을 함께한 혐의가 안 전 수석에게 적용된 상태였던 만큼 관계 자체를 부인할 수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 관련 의혹을 적극 부인한 것을 두고는, 이 사건의 핵심인 국정농단 의혹과 관련된 자신의 책임을 덜기 위한 시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박 대통령과 거리를 둠으로써 상대적으로 최씨를 앞세우려는 포석이 아니겠냐는 반응이다. 안 전 수석 역시 비슷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안 전 수석은 차 전 단장과 알고 지낸 사이임을 인정하면서도, 2014년 8월18일 아랍에미리트(UAE) 문화교류 출장 전 박 대통령의 소개로 만났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안 전 수석이 박 대통령의 지시를 따랐을 뿐이라고 진술했다는 보도와 맥을 같이한다. 차 전 단장과 본인에게 동시에 적용된 혐의 역시 박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고 주장하면서, 자신의 책임을 덜겠다는 의도인 셈이다. 이처럼 같은 혐의가 적용된 두 사람이 제3의 누군가를 '몸통'으로 지목하는 모양새를 보임에 따라 검찰 역시 이 부분에 대해 조사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그간 의혹으로 제기된 차은택-최순실-박 대통령-안종범으로 이어지는 고리가 확인될 가능성도 있다. 조사 과정에서 두 사람의 발언이 뒤집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차 전 단장의 경우 장기간 중국에 체류하며 검찰 조사 대응 방안을 고심한 것으로 알려지는 만큼 발언의 진위 여부를 의심하는 시선이 많다. 게다가 청와대가 피고발인 신분이던 차 전 단장을 지난달 접촉했다는 언론 보도가 이어지면서 이 같은 의심은 커가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