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의 해법을 논하고 있는 야당 대권주자들이 박 대통령의 하야 여부를 놓고 이견을 드러내고 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와 박원순 서울시장은 9일 5년만의 조찬회동을 갖고 박 대통령 즉각 퇴진을 요구하기로 뜻을 모았다. 하지만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나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대통령 하야에 부정적이다. 문 전 대표는 하야를 주장하고 나서다 역풍을 맞을까 우려하고 있고, 손 전 대표는 지금 하야가 이뤄져 60일 이내 대선이 치러질 경우 자신의 당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을 의식하는 것 같다.박 시장은 10일 평화방송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지금 야당도 2선 후퇴를 주장하는데 2선 후퇴라고 하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다."며 "식물 대통령이 되는 것인데 그렇다면 구태여 왜 대통령이 존재해야 되냐. 여기에 거국중립내각이니 이런 말들이 오히려 임시적 봉합책."이라고 박 대통령 하야 필요성을 강조했다.이재명 성남시장도 박 대통령 하야와 탄핵을 요구하고 있다. 이 시장은 이날 "박근혜는 대통령직을 박탈하고 형사 처벌해야 한다. 금품갈취 집단범죄의 왕초는 그냥 두고 졸개들만 처벌하고 끝낼 수는 없다."며 박 대통령에 날선 비판을 했다. 이들의 하야 주장에는 박 대통령의 궐위로 대선 체제로 들어갈 경우 지금의 정치판세가 급격히 요동치면서 자신에게도 기회가 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들어 있다. 새누리당의 국민 불신이 큰 상태이기에 이런 상황에서 문 전 대표와 맞서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이다.반면 문재인,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하야 요구에 사실상 선을 그었다. 먼저 문 전 대표는 9일 "국민들의 요구에 의해서 박 대통령을 하야시키는 것은 아주 길고 긴 어려운 투쟁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거국중립내각 등 정치적 해법을 통해 박 대통령의 실권을 뺏는 것이 상책이란 견해를 밝혔다.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도 같은 날 충북 청주에서 열린 북콘서트에서 "국민들의 대통령 하야 요구는 당연하지만, 지금 하야했을 때 생기는 정치적 혼란을 감당할 준비가 돼 있느냐."며 하야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천정배 전 국민의당 대표도 같은 날 "박 대통령을 탄핵해 정치적·법적으로 정당한 심판을 해야 한다. 하지만 당장 대통령이 하야하면 야권이 불리할 수도 있다."며 현 시점에서 박 대통령이 하야하면 야권의 정권교체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안희정 충남지사도 박 대통령에게 2선 후퇴와 국회와의 협의를 요구하고 있을 뿐 하야를 직접적으로 요구하진 않고 있다. 김부겸 민주당 의원은 박 대통령에 조각권을 국회에 넘긴다는 공개선언을 요구하고 있다. 이처럼 박 대통령 하야 여부를 놓고 야당 대권주자들의 의견이 엇갈리면서 공조에 균열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외교안보분야의 불확실성이 확산되는 가운데 야권 내 이견까지 나타나면서 야권에선 박 대통령에 대한 공세의 예봉이 꺾일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