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일 보러 갈때 일부러 이곳을 지나가기도 해. 스쳐지나만 가도 기분이 좋아지거든. 담벼락에 그려진 그림이 그렇게 만들어줘"
경북 청도군 매전면 온막리의 구불구불한 골목. 좁은 담벼락 사이로 수많은 이야기가 이어져 있다. 시원한 원두막과 푸른 수박밭에서 아이들이 뛰어노는 그림으로 가득 찬 이곳은 어느덧 지역주민들의 명물이 되고 쉼터가 됐다.
골목 담벼락에 그려진 그림을 한참 서서 바라보던 어르신들은 이곳을 지나갈 때마다 봉사자들의 손길이 고맙다고 한다. '신천지자원봉사단'의 벽화봉사 '담벼락 이야기'는 주민들의 개인 요청이 들어올 정도로 인기이다. 지난 4월 '청도 행복마을 7호' 조성에 동참한 신천지자원봉사단 대구경북지부는 길이 14m, 높이 1.8m의 담벽에 옛추억을 담았다.
관공서에서도 신천지의 '담벼락이야기'는 유명하다. 청도소방서 소방안전체험관 입구에는 소방관과 함께 불을 끄는 모습이 담긴 포토존이 마련돼 주민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신천지자원봉사단은 청도소방서와 협약(MOU)을 맺고 체험관을 물론 지역 곳곳을 '담벼락이야기'로 아름답게 물들이고 있다.
같은달 11·15지진을 겪은 포항에서는 시민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벽화가 탄생했다. 신천지자원봉사단 포항지부와 선암사 주지 효진스님, 지역주민들은 12일에 걸쳐 길이 28m, 높이 1.5m의 낡은 담벼락에 꽃과 산, 사람 등 평화를 주제로 벽화를 그렸다.
신천지자원봉사단 구미지부도 협약을 맺은 봉사단체 130여명과 금오산로5길에 위치한 원동치안센터 옆의 낡은 담벼락에 새 옷을 입혔다. 낡은 벽에는 '지구촌의 소원 평화'라는 주제로 평화의 소식을 전하는 비둘기와 무궁화가 피어났다. 6·25참전유공자 구미지회 김규식 부회장도 붓을 들고 평화를 그리는데 동참했다.
신천지자원봉사단 경주지부 39명의 봉사자들은 감포읍 양북면 낚시터에 위치한 상가 주차장의 허름한 벽면에 가로 30m, 세로 1.3m 규모의 평화로운 호수풍경을 채워 넣었다.
"차를 타고 가시는 분들도 내려서 사진을 찍곤 하세요. 인근 주민들도 참 좋아하시고요. 벽화 봉사를 하고 나면 늘 녹초가 되지만 새참 챙겨주시는 주민들의 환한 얼굴을 보면 힘이 나요."
8~9년 전부터 벽화봉사를 했던 김지현(38) 씨는 미술 전공 봉사자들과 대구·경북지역 곳곳을 돌며 밑그림을 그렸다. '담벼락이야기'의 작업 시간은 짧게는 하루, 이틀에서 많게는 몇달에 걸쳐 진행된다.
"건축물과 유기적으로 연결됐다는 회화예술의 특성상 색·구도·크기도 중요하지만, 가장 염두에 두는 것은 지역주민들의 요구와 지역 환경에 맞는 주제인 것 같아요. 벽에 표현하려는 내용을 선정한 후 적절한 크기로 주제를 회화적으로 고안해내야 하죠."
주민의 요구를 토대로 주변 경관에 맞는 주제를 정하는 데는 수차례의 회의가 치러진다. 마을의 유래와 지명, 특이사항도 놓치지 않고 어떤 그림을 그릴지 기획단계부터 주민과 소통한다. 주제에 맞는 그림이 정해지면 벽면 정리 작업을 한 후 밑그림을 그린다. 칙칙했던 담벼락에 연필과 분필이 지나가자 하늘과 구름, 나무, 동물들이 탄생한다. 밑그림 이후에는 아크릴물감과 페인트를 이용해 색을 입히는 데 이것은 지역주민과 함께한다. 자연스럽게 민과 관이 함께 주변환경을 개선하는 데 동참하게 하는 것이다.
벽화의 마무리는 신천지자원봉사단의 몫이다. 며칠 또는 수개월에 걸쳐 아크릴물감과 페인트를 이용해 색을 입히는 작업을 하며 마무리를 짓는다. 이후 비나 강한 햇볕으로 벽화가 손상된 경우 보수작업도 한다. 시민들이 벽화그리는 봉사단체로 '신천지자원봉사단의 담벼락이야기'를 떠올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명석 신천지자원봉사단 대구경북지부장은 "앞으로도 대구와 경북 곳곳에 생기를 불어넣는 '담벼락이야기'로 시민들에게 생기와 평화를 선물하겠다"며 "하늘의 빛과 비와 공기 같이 사회의 봉사자로써의 역할을 다하고 지역 사회에 꼭 필요한 교회(봉사단)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신천지자원봉사단 대구경북지부는 올해 상반기까지 벽화봉사를 비롯해 ▲매달 1회 소외계층 도시락 나눔 '핑크보자기' ▲구미지역 1사 1하천 살리기 정화활동 ▲포항지역 해병전우회 회원 이미용봉사 ▲외국인노동자 '다문화센터' 운영 ▲의료서비스 '찾아가는 건강닥터' 등 기획봉사부터 거리퍼레이드, 치어, 의전 등 전방위적 활동으로 新봉사문화를 주도하고 있다.
김범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