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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뉴스 의료/복지

정신보건 예산 뒷걸음질

뉴시스 기자 입력 2016.10.17 19:09 수정 2016.10.17 19:09

#. 정신보건전문요원 김미영(가명)씨는 혼자 일할 때마다 악몽에 시달린다. 조현병으로 입·퇴원을 반복하던 남성 상담자가 근무일을 알고 사무실을 찾아와 겪었던 공포 때문이다. 남성은 다짜고짜 성관계를 요구하며 김씨를 억지로 끌고 나가려 했다. 침착하게 대상자와 상담사 간 관계를 설명하라는 매뉴얼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김씨는 '사무실을 정리하고 나가겠다'며 대상자를 설득했다. 남성이 사무실에서 나간 사이 문을 잠그고 112는 물론 119, 보건소까지 머리에 떠오르는 모든 곳에 전화를 걸어 위기를 모면했다. "위기를 모면한 것은 나의 순발력이나 지식, 기술 때문이 아니라 단지 하늘이 도왔을 뿐"이라며 "나를, 우리를 하늘이 언제까지 도와줄 수 있겠냐"고 두려워했다.김씨처럼 서울시 정신건강증진센터에서 일하는 정신보건전문요원들은 매일 열악한 노동환경과 전쟁을 벌이고 있다. 서울시에선 현재 광역센터 2곳과 25개 자치구별 센터 등 총 27개 정신건강증진센터가 운영중이다. 이곳에선 350여명의 정신보건전문요원이 일하고 있다. 이들 중 85%가량이 여성인데다 인력부족 등으로 2인1조 원칙 등이 지켜지지 않아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상담중 욕설은 기본이고 성적 폭언과 성희롱, '여자 주제에 뭘 아느냐'는 식의 인신공격도 다반사다. 수시로 생명을 위협하는 폭력에 노출된다.박민지(가명)씨는 응급상황이 발생해 현장에 나갔다가 상담자와 단둘이 경찰차 뒷자리에 타게 됐다. 자리 교체를 요구했으나 경찰은 '자리를 옮기다가 도주할 우려가 있다'며 거부했다. 상담자가 '나를 죽이려고 데려가느냐'며 때리는데도 병원까지 뒷자리에서 동행해야만 했다.이들의 정신간강에는 '빨간불'이 들어온 지 오래다. 세월호 생존자 상담을 1년 이상 진행한 이유진(가명)씨는 "센터에서 배려를 받긴 했지만 기계가 아니라 힘들다"며 "1년 이상 생존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자꾸 희생자들이 생각난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감정노동에 시달리는 가운데 고용마저 불안하다. 23개 민간위탁 기관은 물론 직영으로 전환된 곳에서도 정규직 전환 회피 목적인 이른바 '쪼개기 계약'이 이뤄진다. 10개월 계약뒤 단기간 계약을 체결해 고용을 연장하는 식이다.인력 부족과 고용 불안에도 정신보건 예산은 되레 줄었다. 지난해 서울시 보건예산중 정신보건이 차지하는 비율은 13.1%로 전년(14.2%)보다 1.1%포인트 감소했다. 이 과정에서 구로·노원·도봉·동대문·서대문·양천·용산 등 7개구 센터에선 인건비를 줄였다.이같은 문제는 낮은 고용만족도로 이어졌다. 지난 8월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이 서울시 사회서비스 영역 민간위탁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정신건강 분야 직장생활 만족도는 37.8점으로 가장 낮았다. 임금수준(28.8점), 노동강도(34.3점), 복지후생(28.5점) 등도 최하위권을 기록했다.이들은 노동환경 개선과 고용 안정 등을 요구하며 지난 2월 노동조합(보건의료산업노조 서울시정신보건지부)을 만들었다. 노조 설립 이후 5차례에 걸쳐 서울시 등과 단체교섭을 진행했으나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했다. 결국 이달 5일부터 ▲정신보건사업 환경 개선 대책 마련 ▲장기적 발전계획 수립 ▲고용안정 방안 마련 ▲경력단절 및 복리후생 보전 등을 요구하며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김성우 서울시정신보건지부 지부장은 "열악한 업무환경과 노동환경의 피해자는 시민과 노동자"라며 "파업 투쟁은 서울시민의 정신건강증진과 노동인권을 세우는 투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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