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정말로 심각한가? 아니 정말로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긴 한가?"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저출산 위기, 길을 찾다'에서 전문가들은 정부의 저출산 대책에 대해 우려섞인 발언들을 쏟아 냈다. 조영태 서울대 교수는 '저출산의 원인진단과 정책방향' 발표를 통해 "출산율에만 초점을 맞춘 인구 정책이 저출산 위기를 자초했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오늘 내일의 출산율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출산을 아우르는 인구정책이 필요하다"며 "출산이 아닌 인구정책의 밑그림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이를위해 '인구연구'의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출산 장려비만 받고 떠나는 해남군의 출산력, 교육부의 정원 조정 결정 등을 예로 들며 "근시안적 현상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로부터 독립적인 연구 수행이 가능한 국책 연구사업이 필요하다"며 "단기 연구에서 벗어나 장기 지속 연구의 토양을 마련하고 그렇기 위해서는 국회의 적극적인 예산 지원도 필수"라고 강조했다.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도 '저출산 극복을 위한 대책: 일자리의 관점에서' 발표를 통해 정부가 "청년고용 활성화를 통한 혼인율 제고에 주목한 것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의 저출산 정책이 기혼여성의 자녀 출산과 양육지원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는 것이다.하지만 "뒷받침할 만한 정책수단은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예를 들어 정부가 '임금피크제'를 청년고용대책 이라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사실상 청년고용대책을 포기했음을 의미한다"고 비판했다. 임금피크제를 실시할 수 있는 곳은 공공기관과 민간대기업뿐인데 민간대기업은 고령자 임금 삭감을 하더라도 고용을 그만큼 늘릴지 장담이 어렵고 공공기관의 고용 창출 규모가 적다는 점에서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는 고용의 질을 저하하는 노동시장개혁 법안(파견법)만 강변하고 있다"며 "청년에게 안정된 적정임금 일자리를 제공하지 못한다면 저출산 대책은 실효성을 갖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금현섭 서울대 교수는 '저출산 극복을 위한 대책: 결혼과 가족의 관점에서' 발표를 통해 저출산의 원인은 개인-부부 차원의 '선택'의 문제임을 상기했다. 그는 청년층 근로조건이 악화되고 비혼·만혼 인구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출산력이 악화되는 상황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특히 금 교수는 가사와 양육 부담과 관련해 부부간 불공평성도 저출산 문제에 기여하고 있음을 언급했다. 그는 "임금근로의 경우 남성은 7시간43분, 여성은 6시간37분인 반면 가사와 보육을 포함한 무급노동의 경우 남성이 29분, 여성이 2시간37분으로 차이가 크다"며 정부의 정책 전환을 촉구했다. 금 교수는 "오스트리아, 독일, 네덜란드 등 선진국에서는 국가별 가사지원을 바우처로 제공하는 정책 을 도입하고 있다"며 "양육의 경우에도 궁극적으로 개별보육의 도움없이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정미라 가천대 교수도 '저출산 극복을 위한 대책 : 자녀 양육의 관점에서'를 통해 국내 양육지원 정책에 대해 보육시설 중심의 정책이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공급자 중심의 일방적인 정책이 추진되다보니 수요자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주관적 인식변화보다 객관적 환경변화에 치중한 정책이라는 지적이다. 그는 "결국 자녀양육 보람, 소중함보다 경제적, 심리적 부담을 강조하고, 수혜자 입장에서의 정책평가 부족으로 접근성과 활용 정도에도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정 교수는 3차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계획에 대해서도 "부모들이 믿고 맡길 수 있는 양육지원이 아니라 부모들이 안심하고 자녀를 기를 수 있는 양육환경을 조성하는 데 역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영유아나 부모 특성과 요구에 따라 돌봄시간(육아휴직, 근로시간조정 등), 현금(양육수당, 세제혜택 등), 서비스(보육료·운용비 지원, 아이돌보미 지원 등) 등으로 다양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