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뉴스 보도에서 여성들에 대한 차별이 확인돼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개선안이 마련돼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12일 오후 서울 중구 저동 인권위 인권교육센터 별관에서 '미디어 속 여성차별과 폭력 모니터링 결과 발표 및 토론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밝혔다.앞서 인권위는 올 4월부터 6개월 간 한국여성민우회(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에 의뢰, 지상파 방송 3사와 종합편성채널 4개사의 메인 뉴스를 중심으로 성폭력, 여성 살인사건, 스포츠 관련 보도에 나타나는 성차별적 상황에 대한 모니터링을 진행했다.첫번째 발표에 나선 민우회 이윤소 사무국장 '성폭력 및 여성 살해 보도의 문제점'을 주제로 방송 뉴스에서 성폭력 사건 또는 여성 살해사건 보도 시 ▲사건에 대한 상세묘사 ▲선정적 화면 구성 ▲원칙없는 피의자 신상공개 등 성범죄 보도 가이드라인 준수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모니터링 결과 지상파 3사와 종편 4개사의 올 상반기 성폭력 관련 보도는 총 344건이었다. 이중 성폭행 관련 보도가 205건으로 전체의 60%를 차지했고 다음으로 성추행 보도(87건·25%)가 뒤를 이었다.이중 150건이 성폭력 보도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는 사례로 지적받았다. 가장 많이 위반한 항목은 '자신의 가해를 변명하는 가해자의 말을 부각시켜 보도하지 않는다'(61건)였다.우선 지나치게 많은 연예인 성폭력 범죄를 다뤘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모니터링 기간 중 단일 사건으로 가장 빈번하게 보도된 것은 박유천 사건이다. 박유천 사건은 5월13일 최초 보도를 시작으로 4명의 고소인이 등장했고 고소-고소취하-맞고소-재고소가 반복되는 등 급변하는 국면마다 보도가 쏟아져나왔다는 것이 이 국장의 설명이다.이 국장은 "총 66건이 보도됐는데 채널A 22건, MBN 14건으로 두 방송사가 절반이 넘는 보도를 했다"며 "유명인이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사건인만큼 세간의 이목이 집중될 수 밖에 없지만 언론에서 이에 집중하는 것은 오히려 사건의 본질을 흐릴 수 있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여야한다"고 분석했다.그러면서 "화장실에서 성폭행을 당했다는 고소인들의 공통 주장으로 피해장소가 화장실이라는 점에 집중하는 채널A와 TV조선의 보도는 옐로저널리즘의 극단적인 사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언론의 관음증적 시각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또 올 3월2일 채널A '장내시경 중 성추행 혐의 의사 영장심사' 기사에서는 기자가 '생리통을 앓고 있는 환자가 찾아오면 유독 프로포폴을 많이 넣어 깊은 잠에 빠지게 만들었다' 등 범죄에 분노하는 듯 하면서도 지나치게 상세한 묘사를 통해 호기심을 자극하는 보도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모니터링 결과물 중 61건의 보도에서 삽화나 상황 재연으로 지나치게 상세한 사건 서술과 장면을 보여줬다"며 "성폭력의 순간은 피해자와 가족 등이 떠올리기 싫은 순간임에도 이를 보여주는 것은 언론에 의한 2차 피해를 유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이외에 '몹쓸 짓' 등 성폭력의 심각성을 희석시키는 용어 사용한 점, 성폭력을 '여성이 조심할 일'로만 바라보는 시각, 실효성 없는 대책에 대한 비판없는 보도 등의 문제점이 발견됐다고 말했다.이 국장은 "성범죄 보도의 문제점이 구체적으로 무엇이 있는지 알려줘 기사를 작성할 때 참고할 수 있는 상세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며 "이웃주민 등 사건을 잘 모르거나 사건과 무관한 사람의 인터뷰를 인용 금지, 성범죄와 관련된 정확한 용어 사용, 가해자 인터뷰 보도 및 가해자 입장만 다룬 보도 금지 등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성차별적인 보도는 스포츠 관련 보도에서도 나타났다.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윤정주 소장은 이날 발표에서 "이번 올림픽 기간에는 보도의 성차별 문제뿐만 아니라 스포츠 중계의 성차별 문제 또한 불거졌다"고 지적했다.예컨대 비치발리볼 예선을 중계하면서 한 캐스터는 '바닷가에는 미녀와 함께 가야한다', '역시 해변에는 비키니' 등의 발언을 했으며 여자캐스터에게 몸무게가 48㎏이 넘는지 묻기도 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수영선수를 향해 '박수 받을 만하다. 얼굴도 예쁘게 생겼고'라거나 몽골 유도 선수에게 '보기엔 야들야들하다'는 표현도 사용했다.또 이번 올림픽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많은 금메달을 따냈음에도 관련 보도 수는 남성 267건, 여성 201건이었다고 밝혔다. 리더십 관련 보도에서도 남자 축구의 경우 신태용 감독에 대해 열정적이며 믿음직하다고 평가하며 형님 리더십으로 표현한데 비해 여자 골프의 박세리 감독에는 숙소에서 세세한 것을 챙겨주는 '엄마 리더십'으로 표현했다고 비판했다.그러면서 ▲선수 기량 중심으로 보도 ▲여성선수의 경우 남편, 남자친구, 결혼유무, 자녀 유무 등 사생활 보도 자제 ▲여성 선수들에 기량과 무관한 여성성을 강조하는 별칭 지어 부르지 말 것 ▲외모와 나이 강조한 보도 금지 등의 스포츠 중계 가이드라인을 제언했다.윤 소장은 "방송의 성차별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가이드라인 제정도 중요하지만 기자 개개인이 이를 숙지하고 적용하는 것도 필요하다"며 "인권위는 좀 더 적극적으로 기자들을 교육하는 것이 필요하고 인권 교육이 기자 직무 교육에 반드시 포함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덧붙였다.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