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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형 보육 시행이후 100일‘논란’

뉴시스 기자 입력 2016.10.09 20:18 수정 2016.10.09 20:18

#1. 학부모 A씨는 최근 어린이집 원장으로부터 황당한 요구를 들었다. 그는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직을 하면서 자녀를 맞춤반에서 종일반으로 옮기려 했지만 행정처리가 지연돼 신청이 늦어졌다. 그런데 어린이집이 B씨가 종일반 신청을 늦게해 일주일 가량 보육료 지원이 맞춤반 기준으로 나왔다며 차액을 요구한 것이다. A씨는 "종일반 신청도 안했는데 복직하자마자 종일반으로 책정했다는 게 기분이 나빴다"고 말했다. #2. 학부모 B(35)씨는 최근 민간어린이집에서 아이가 당했던 일을 생각하면 아직도 불쾌하다. 어린이집에 보내면서 준비물을 챙겨주지 못했는데 자신의 아이만 놀이시간에 멀뚱멀뚱 손놓고 있었다는 얘기를 전해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두루말이 휴지 하나조차 아끼려고드는 보육교사들의 태도에 넌더리가 났다"며 "아이가 뭘 배우겠나 싶어 그냥 집에서 키우기로 했다"고 말했다.일부 학부모들은 이번 맞춤형 보육 시행 과정에서 우리나라 보육현장에 대한 실망감만 커졌다고 말한다. 특히 비용 문제를 둘러싸고 정부와 어린이집 단체가 승강이를 벌이는 것 같아 마뜩치 않다는 것이다. 정부가 맞춤반을 새로 만들어 상대적 박탈감이 생긴데다 민간어린이집은 경영난을 이유로 자꾸 영리화되는 것만 같아 우려가 앞선다고 말했다. 반면 어린이집에서는 문 닫는 어린이집이 늘고, 맞춤형보육제도 도입으로 수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보니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맞춤형보육이 '영아는 가능하면 부모가 키우는 게 가장 좋다'는 도입 취지와 달리 현장에는 깊은 골을 만들어 놓고있다.학부모 C씨의 경우 맞춤형보육 시행 이후 아이를 맞춤반으로 보내려다 어린이집 원장이 종일반에 보내달라고 간곡하게 부탁해 결정을 바꿨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다고 했다. 그는 원장의 요구에 따라 7월부터 동사무소에 구인구직 중으로 신청해놓고 3개월간 종일반으로 보냈다. 마땅한 일자리가 없어 현재는 취업을 포기했더니, 긴급보육바우처를 사용해달라는 얘기를 전해들었다고 했다.C씨는 "다른 학부모님들도 '어린이집에 좋은 게 우리 아기한테도 좋은 거 아니냐'며 그냥 해주자는 분위기"라며 "아이를 맡기는 처지에 부탁을 거절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어린이집에 대한 정부 지원이 늘어난만큼 아이에 대한 보육의 질도 높아져야 하는데 전혀 체감을 하지 못하겠다"며 "학부모를 성가시게 만들면서 어린이집만 이익을 보고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학부모 B씨처럼 민간 어린이집에는 아이를 보내지 않기로 결심한 사람도 있다.그는 "맞춤형보육 도입 이후 어린이집이 자꾸 '돈돈'하는 것 같은 느낌 들 때가 많아 아내와 상의해 민간 어린이집에는 아이를 맡기지 않기로 했다"며 "당분간 부모님의 도움을 받고 시립어린이집에 자리가 날 때까지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했다.반면 어린이집은 영유아 숫자가 줄었다고 해도 보육 예산 자체가 줄어들었고 오랫동안 보육교사 임금이 낮은 수준으로 유지돼 왔기 때문에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항변한다.저출산 문제로 영유아 인구수의 감소가 어린이집 원아모집 어려움으로 나타나고, 이는 재정적 부담으로 다시 연결되는 구조다. 이 때문에 종일반 아동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정부는 종일반 비율이 77%대를 유지하고 있고, 긴급보육바우처 이용현황 11.6시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어린이집 보육료 수입은 지난해 대비 5%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다만 종일반 비율이 앞으로도 현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가늠이 어렵다. 종일반 영유아 자격비율은 제도 시행 직후 7월1일 기준 72.0%에서 8월1일 기준 77.1%로 늘었고, 9월말 77.3%까지 증가했다가, 이달 4일 현재는 77.1%로 다시 떨어졌다.점차 종일반에서 맞춤반으로 전환되는 영유아 숫자는 늘어나는 추세다. 종일반 사유가 종료된 영유아는 ▲7월 1161명 ▲8월 3708명 ▲9월5281명으로 매월 증가하고 있다. 이는 그동안 어린이집의 요구로 구직활동에 나섰던 학부모들이 점차 셈에서 제외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복지부가 국민연금 공단 등과 연계하여 실제 근로여부 조사를 강화하는 등 종일반 학부모에 대해 자격관리를 강화하고 있는 추세라는 점에서 비중이 더 떨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복지부에 따르면 국내 어린이집은 지난해말 4만2517개에서 6월말 4만1441개로 줄었고, 8월말에는 4만1221개로 또다시 감소했다. 8개월새 1296개의 어린이집이 폐업했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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