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자산업의 메카 구미국가산업단지(이하 구미공단)가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2013년 수출액 367억 달러로 정점을 찍은 후 지난해 283억 달러로 급감한 데 이어 올해도 5.4% 감소 추세다.
구미공단 수출 비중은 2005년 국내 전체의 10.7%에 달했으나 지난해에는 5%에도 미치지 못했다.
지난해 말 기준 구미공단 전체 2천192개 업체 가운데 전기·전자업종은 30.3%이고 생산액·수출액은 전체의 63.7%, 87.8%를 각각 차지했다.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전체 업체의 3%에 불과하지만 전체 매출액의 83%, 수출액의 91%를 점유했다.
구미공단 수출액은 2013년 367억 달러에서 2014년 325억 달러, 2015년 273억 달러, 2016년 248억 달러, 지난해 283억 달러로 계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구미 경제계는 전자산업 중심의 구미공단이 더는 힘을 쓰지 못해 산업구조 재편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올해 수출액은 지난달 말 기준으로 219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231억 달러와 비교해 5.4% 감소했다. 올 연말까지 263억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수출액의 54%를 차지하는 전자제품 수출액이 19.7%나 줄어든 탓이다.
구미공단 생산액은 지난달 말까지 29조여 원으로 작년 동기 30조1천여억 원에 비해 3.6% 줄었다.
근로자 수는 2015년 10만2천240명(4대 보험 가입자)에 달했으나 올해 6월 말 현재 9만3천809명으로 줄었다. 공장가동률도 2015년 78.6%에서 올해 6월 말 67.4%로 내려앉았다.
최동문 구미시 투자통상과장은 구미공단 추락 원인을 두고 "주력업종 약화, 대기업 의존구조, 연구·개발(R&D)역량 부족 3가지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권기용 한국산업단지공단 대구·경북본부장은 "모바일과 디스플레이 대기업이 해외 또는 경기도로 이전하고 1·2차 밴드가 함께 빠져나간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진단했다.
여기에다 전자업종 밀집의 구미공단이 내수불황에다 중국 기업과의 경쟁에서 밀려 동력을 잃은 원인도 작용했다.
모바일의 경우 2014년 근로자 수 4만290명, 수출액 68억 달러에서 2016년 2만488명, 49억 달러로 급감했다. 디스플레이도 같은 기간 근로자 수 2만118명, 수출액 82억 달러에서 1만5천199명, 49억 달러로 쪼그라들었다.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물론 협력업체들이 대거 빠져나가는 바람에 업체 가동률이 2015년 78.6%에서 올해 6월 67.4%까지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상반기 구미지역 실업률은 5.2%로 전국 226개 시·군 중 4번째로 높았다. 청년실업률도 14.8%에 달했다.
구미공단 내 상가 공실률은 43.5%(전국 평균 10.6%)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조기준 전국고용서비스협회 구미시지부장은 "최근 수개월 동안 울산·거제 등의 조선업 실직자들이 구미에 몰려왔지만 일감이 없어 대부분 돌아가고 있다"며 "작년과 비교해 인력 수요가 4분의 1로 줄었다"고 말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지난해 하반기에 구미5공단을 조성해 분양에 나섰으나 내수불황과 높은 분양가 때문에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구미는 내년에 구미공단 건립 50주년, 구미시 승격 40주년을 맞는다. 내년을 분기점으로 구미공단과 지역경제를 살리는 데 역량을 모으고 있지만, 구체적인 성과는 나오지 않는 실정이다.
이에 한국산업단지공단은 국비 펀드 130억원을 들여 낙후한 구미공단 9천310㎡의 구조를 개선한다. 노후 산업단지에 산업구조고도화시설, 첨단업무시설, 주거 편의·문화복지시설 등을 갖춘다는 계획이다.
조정문 구미상공회의소 회장은 "구미를 대표하는 휴대폰과 디스플레이 산업은 물론 구미공단 전체가 중국의 빠른 추격과 국내 경영환경의 급격한 변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국가산업5단지 입주 기업을 늘리고 신산업 투자를 확대해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미시는 중장기 경제발전계획으로 산업구조 고도화, 8대 신산업 육성, 4대 특구(창업·강소연구개발·방위산업·규제자유) 조성 등을 추진한다.
IT(정보통신) 업종을 다른 제조업과 융합한 전자의료기기, 탄소, 국방 등 신산업으로 육성해 펀더멘탈을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권기용 대구·경북본부장은 "울산은 조선·자동차·화학 등 업종이 다양화된 반면 구미는 전자업종뿐"이라며 "단기간에 어렵겠지만, IT융합 업종을 키우는 쪽으로 산업구조를 재편해야 한다"고 했다.
또 현실적으로 대기업 유치가 어려운 만큼 지역의 중견기업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미공단 내 연매출액 500억원 이상 기업은 50개사에 이른다. 이들 기업에 신기술개발 자금을 지원해 2천억∼5천억 원대의 중견기업으로 육성하는 게 필요하다고 경제계는 설명했다.
정부가 기술개발에 최대 2억 원까지 지원하고 있는 데 반해 기업은 10억∼20억 원을 원해 이를 조달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홍태 구미시 경제통상국장은 "탄소 소재, 미래형 항공드론, 스마트 신재생에너지, 국방 IT 등을 8대 신산업으로 선정하고 이들 신산업을 4대 특구에서 육성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