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 사립대에 재학 중인 김모(27)군은 요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지난달 졸업 한 학기를 남겨두고 힘겹게 대기업 취업에 성공했지만 이른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을 앞두자 교수들이 취업계를 받는 것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취업계는 졸업을 앞둔 학생이 취직한 뒤 재직증명서 등을 제출하면 수업을 면제받는 것이다.이달부터 인턴 생활을 시작한 김군은 졸업 이수학점에서 단지 3학점이 모자란다는 이유로 결국 휴학을 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김군은 "교수님들에게 양해를 구해봤지만 출석과 시험을 치르지 않으면 불이익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답변만 받았다"며 "어렵사리 취업했는데 퇴사는 절대로 할 수 없다. 휴학을 해야 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김영란법 시행으로 대학가 일각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취업으로 출석이 어려운 학생들의 학점을 인정해주던 이른바 '취업계 출석인정' 관행이 김영란법상 '부정청탁'으로 간주될 수 있기 때문이다.그동안 조기 취업생들이 취업계를 제출하면 교수 재량으로 수업에 출석하지 않아도 'C'나 'D'학점을 받거나 리포트로 대체하는 방식으로 졸업요건을 충족할 수 있었다.그러나 김영란법 시행 이후 학생의 학점 인정 부탁을 들어줄 경우 공직자로 간주되는 교수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이에 조기 취업생들은 한 학기를 남겨두고 휴학을 하거나 취업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까지 놓이게 된 것이다.대학생들이 주로 활동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취업난도 모자라 졸업까지 신경 써야 해 이중고를 겪게 됐다"는 하소연이 잇따르고 있다. 네이버 아이디 'ap****'는 "마지막 학기라 취업계를 내고 일하는 중에 학교에서 김영란법 때문에 출석하라는 문자를 받았다"며 "나오지 않으면 F 처리를 하겠다는데 당장 나를 대신해서 일할 사람도 없는 상황이라 답답하다"고 털어놨다. 'SJ***'도 "겨우 대기업에 입사했는데 고작 2과목 때문에 발목이 잡혔다"며 "가뜩이나 취업도 힘든데 융통성 없는 제도 때문에 애꿎은 대학생들만 더 피해를 보고 있다"고 울분을 표시했다. 이에 일부 대학들은 학칙 개정에 나서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중앙대 관계자는 "학칙에는 '취업계 출석인정'이 없지만 관례상 취업자들에 대한 출석인정을 해오기는 했다"며 "교육부에서 대학교 의견을 수렴해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고려대 관계자는 "취업계 출석인정 등 김영란법과 관련해 구체적인 매뉴얼을 만들고 있다"면서 "하지만 고대는 지난해 9월 출석체크를 본격 폐지해 현재 출석이 의무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추석 전에 전체 교수 세미나에서 교수들을 상대로는 전반적인 김영란법에 대한 설명회를 진행했다"며 "학교에 청탁방지담당관을 만들어서 교직원, 학생들을 상대로도 김영란법에 대한 설명회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서울대와 이화여대도 마찬가지로 학교 법무부를 중심으로 김영란법과 관련해 가이드라인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이대의 경우 취업한 학생들에 대한 학칙 상 '예외조항' 적용 여부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 이대는 학칙 제40조(결석자에 대한 처리)에서 1학기 수업시간의 6분의 1 이상을 결석한 때에는 그 교과목의 성적을 F로 하되, ▲중대한 질병으로 인한 경우 ▲직계존비속의 사망으로 인한 경우 ▲국제대회, 연수, 훈련, 교육실습 등의 참가에 의한 경우 ▲그 밖에 총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여 허가한 경우를 예외로 두고 있다.세부적인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지 않아 당장 교육현장 일선의 혼란이 예상된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한 대학 관계자는 "김영란법에 따르면 체육 특기생들도 수업에 다 참여해야 한다"며 "올림픽이나 월드컵 등에 참여해도 다 위법이 되는 상황인데 매번 국가 행사 때마다 학생들에게 휴학이나 결석을 하라고 할 수도 없는 거 아니냐"고 반문했다.그는 "고등학생 체육특기자들 상황은 더 심각할 것"이라며 "다음 달 평창올림픽 캠프에 들어가면 결석을 하게 된다. 고등학생은 휴학도 없으니 유급을 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대학들도 체육특기생 모집을 없애는 상황이 생기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