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3D프린팅으로 환자의 심혈관 모형을 만들어 심장 혈류를 재현한 뒤 4D MRI(자기공명영상)로 촬영, 대동맥 혈류의 방향과 속도를 분석하는데 성공했다. 김남국·양동현 서울아산병원 교수와 하오진·이상준 포스텍 교수 공동 연구팀은 심장 판막에 협착이 있는 환자의 심혈관 모형에서 대동맥 혈류가 나선형(helical)으로 흐르는 것을 확인하고 판막이 오른쪽으로 협착된 경우 나선형 대동맥 혈류 속도가 최대 2배까지 높아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19일 밝혔다.대동맥 혈류의 진행 방향과 속도를 정확히 분석해 비정상적인 대동맥 혈류를 잡아 낼 수 있게 됨에 따라 각종 심혈관 질환의 예측 및 진단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연구팀은 예상했다. 정상적인 대동맥 혈류는 일직선 방향으로 곧게 흐르지만 대동맥 혈류가 회오리치듯이 나선형으로 흐르면 혈관 벽에 지속적인 부담을 준다. 심한 경우 대동맥 확장이나 파열까지 이를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종전에는 대동맥 혈류 흐름을 정확하게 볼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이러한 비정상적 대동맥 흐름을 포착해내는 것이 불가능했고, 발생원인도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아 정확한 진단이 힘들었다. 최근 몸속 움직임을 시간대별로 볼 수 있는 4D 유동 자기공명영상(4D Flow MRI) 기술의 발전으로 혈류의 흐름을 조금씩 볼 수 있게 됐지만 정확한 분석이 이뤄지기에는 아직 어려운 상황이다. 연구팀은 4D 유동 자기공명영상으로부터 얻은 이미지를 시각화하고 속도 등 다양한 유체역학적 수치로 변환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자체적으로 개발, 이에 3D프린팅 기술을 접목해 문제를 해결했다. 3D프린팅으로 환자의 실제 심혈관 구조와 똑같은 시뮬레이션 모형을 만들어 실제 대동맥 혈류를 재현, 이를 자기공명영상으로 촬영한 뒤 유체역학에 입각해 분석하는 방식으로 혈류의 진행 방향, 속도 등의 자세한 데이터를 얻는데 성공한 것이다. 양동현 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는 "심장 판막의 구조에 따른 혈류변화를 눈으로 보고 정확한 수치로 나타낼 수 있게 됨에 따라 앞으로 심혈관질환의 진단 및 예측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김남국 서울아산병원 융합의학과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를 활용해 환자의 심혈관 구조를 3D 프린팅으로 재현하고 판막 시술 전후의 혈류역학적 변화를 시뮬레이션해 보다 정확한 환자 맞춤형 치료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호진 포스텍 교수는 "유체역학과 의학간 융합연구의 첫 걸음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진 만큼 이번 연구결과를 시작으로 앞으로 다양한 혈관 질환의 새로운 진단 및 치료 기법에 대한 연구가 더욱 활발히 진행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네이처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 온라인판에 최근 게재됐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