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형 실물 부동산펀드가 4년 만에 출시돼 완판을 기록하면서 사모형 펀드 중심의 시장 흐름에 변화가 생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7월 서울 중구 명동 인근에 있는 티마크그랜드 호텔에 투자하는 '하나 티마크그랜드 부동산투자신탁'(공모형 펀드)이 투자자 모집 당일 모두 판매됐다. 설정금액은 600억원이고 운용사는 하나자산운용이다. 펀드는 호텔 수익과 하나투어 보장수익률(5.5%) 중 놓은 금액을 배분한다. 이 펀드는 4년 만에 등장한 실물에 투자하는 공모형 부동산펀드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부동산펀드, 기관 투자형 '사모'가 대세= 부동산펀드는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모집하는 사모형 펀드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사모형 펀드는 설립 절차가 간단하다는 이유에서다. 즉 설립 후 금융감독원에 신고만 하면 된다. 반면 공모형 펀드는 설립 절차가 복잡하다. 우선 금감원에 집합투자기구를 등록해야 한다.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금감원이 미비한 부분을 보완요청하면 이를 반영해야 하기 때문에 자금 모집에 많은 시일이 소요된다. 투자 물건은 제한적이고 자금은 풍부한 상황에서 자금을 빨리 모집해 물건을 선점할 수 있는 사모 펀드가 경쟁력이 높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부동산펀드의 순자산 규모는 40조1000억원, 펀드수는 766개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부동산펀드의 투자자 가운데 법인의 비중은 97.4%였다. 이 중 금융기관이 63.6%, 일반 법인이 33.8%를 차지했다. 개인 투자자 비중은 2.6%다. 부동산펀드 시장은 2006년에 비해 급속히 성장했다. 2006년부터 2015년 간의 추이를 보면, 사모펀드는 연평균 28.8%씩 꾸준히 증가했다. 하지만 공포펀드는 같은 기간 연평균 4.8%씩 감소했다. 올해 상반기 모집유형별 순자산 규모는 사모펀드가 39조2000억원이었지만 공모펀드는 9000억원에 불과했다. ◇오피스텔 수익 악화로 공모형 펀드 첫 등장= 일반적으로 공모형 부동산펀드의 특징 중 하나는 해외 투자 비중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공모형 부동산펀드 가운데 해외에 투자하는 비중은 2007년 23.5%에서 올해 상반기 89%로 급증했다. 공모형 해외 부동산펀드는 직접투자형과 리츠(REITs,부동산 투자회사) 재간접투자형으로 나뉜다. 직접투자형은 외국의 실물 부동산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리츠 재간접형은 외국 증시에 상장된 부동산 투자회사의 주식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올해 상반기 직접투자형의 기초자산은 5442억원, 리츠 재간접형은 2856억원이다. 펀드 수는 직접 투자형은 2건에 불과한 반면, 리츠 재간접형은 26건에 달했다. 그런데 국내 실물에 투자하는 공모형 부동산 펀드가 지난 7월 처음으로 선보이면서 관심을 끌고 있다. 이는 실물 부동산 시장, 특히 오피스텔 시장이 좋지 않기 탓에 선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오피스 시장에 몰리면서 사모 펀드의 매력도가 떨어진 것이 배경이다. 올해 2분기 말 현재 서울 오피스 평균 공실률은 8.3%로 전년동기대비 1.0%포인트 줄었다. 금융위기 이전인 2008년 2분기의 공실률(0.8%)보다 10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오피스텔의 '명목' 임대료도 정체돼 있다. 올해 2분기 서울 오피스텔의 명목 환산 임대료는 3.3㎡ 당 7만8000원이다. 임대인들이 임차인 확보를 위해 각종 혜택을 제공한 점을 감안하면 '실질' 임대료는 훨씬 낮을 전망이다. 황규안 대신증권 연구원은 "오피스텔 임대수익이 정체된 상황에서 수익률을 올리기 위해 매매가격을 낮춰야 하지만 자금이 풍부한 시장에서 매도자는 낮은 가격에 매각할 의향이 없다"며 "공모형 부동산펀드는 매도자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황 연구원은 "기관에게는 매력적이지 않은 수익률이지만 개인 투자자에게는 매력적인 수익률이 될 수 있다"며 "개인 투자자 입장에선 금리보다 높은 '확정수익률'을 받을 수 있다면 나쁘지 않은 조건"이라고 조언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