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간편결제 시장 선점을 위한 유통 공룡들의 '페이전쟁'이 점입가경이다. 편리함을 무기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모바일 결제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대형 유통업체 간의 경쟁은 1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뜨겁다. 이러한 고객선점 다툼 속에서도 편리한 결제 환경 제공을 위해 경쟁업체와 제휴하는 양상도 보이면서 모바일 결제시장의 전체적인 파이를 키우자는 물밑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이 지난해 7월 'SSG페이'를 첫 출시한 이후 그해 9월 롯데와 현대백화점그룹이 각각 '엘페이'와 'H월렛'을 선보였다.신세계그룹 SSG페이는 이날 교통카드 사업자 이비카드, 마이비와 제휴를 통해 교통카드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근거리무선통신(NFC)을 기반으로 SSG페이 앱을 실행하지 않고 스마트폰을 교통카드 단말기에 접촉하기만 하면 바로 결제가 가능해 출퇴근 시간이나 혼잡한 대중교통 이용 시 지갑을 꺼내는 번거로움을 겪지 않아도 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비카드, 마이비는 롯데그룹의 계열사라는 점이다. 이비카드는 롯데카드(94.58%)와 롯데정보통신(5.42%)이 주식 100%를 보유한 지급결제 기업이며, 인천·경기 등 전국 각지의 교통카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2009년 롯데에 인수된 마이비도 롯데정보통신이 지분의 50% 이상을 갖고 있는 롯데그룹의 금융계열사 중 한 곳이다. 결국 신세계그룹이 SSG페이 고객 확보를 위해 '유통 맞수' 롯데와 손잡은 셈이됐다. 앞서 신세계는 삼성전자 모바일결제 서비스 '삼성페이'와의 벽도 허물기로 했다. 신세계는 지난 7월 자사 계열사 신세계백화점, 이마트, 스타벅스 등에서 '삼성페이 결제 불가' 방침을 바꾸고 교차 사용 가능토록 협의하기로 방침을 정한 바 있다. 유통그룹 중 페이전쟁에서 가장 앞서 있는 곳은 신세계라고 볼 수 있지만 후발주자들의 추격도 만만찮다. 롯데그룹도 자체 간편결제 사업 엘페이(L.pay)의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롯데는 지난해 9월 출시한 엘페이가 유통부문의 신성장 동력인 옴니채널 구축에 필수라는 판단 아래 상당한 관심과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앞서 신동빈 회장도 "엘페이는 그룹의 중요한 자산"이라며 "고객들이 엘페이의 편리함을 생활 어디서든 경험해 볼 수 있도록 서비스의 규모와 질을 확대하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은 최근 '엘페이' 운영사를 기존 교통카드 사업자 '마이비'에서 롯데 계열사 멤버십 서비스를 통합 관리하는 '롯데멤버스'로 이관했다. 롯데 관계자에 따르면 "롯데멤버스로의 사업 이관은 롯데의 멤버십서비스 '엘포인트'와 연계해 빅데이터를 통한 통합 마케팅으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쟁력 제고를 위한 것"이라며 "엘페이는 롯데백화점, 롯데하이마트, 세븐일레븐, 롯데닷컴, 롯데시네마 등 롯데 주요 계열사의 온.오프라인 1만여개 매장에서 활용 가능해 이용범위가 넓은 것이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엘페이는 롯데카드, 신한카드, KB국민카드, 삼성카드, 현대카드, BC카드, 우리카드, 하나카드 등 8개사와 제휴를 맺고 있는데 앞으로 제휴사를 더 늘릴 예정이다. 또 롯데마트, 롯데렌터카, 롭스 등 계열사 내 가맹점을 추가로 확보하고 롯데가 아닌 외부 매장으로도 가맹점을 확대해 사용 범위를 대폭 늘릴 방침이다. 아울러 보안카드와 공인인증서 사용 없이 간편하게 송금하는 모바일 송금서비스 및 근거리 무선통신(NFC)을 통한 결제서비스를 연내에 추가할 예정이다. 현대백화점그룹 H월렛도 차별화된 서비스로 월평균 4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으며 20∼30대 고객의 매출 비중이 50%가 넘을 만큼 젊은 고객들의 사용률이 높다. 현대백화점 H월렛의 가장 큰 특징은 결제 단계를 간소화, 소비자의 결제 편의를 높이기 위해 '온터치'라는 기술을 국내에서 처음 적용했다는 점이다. '온터치'는 앱을 실행하지 않아도 결제가 가능한 기술로 휴대폰을 결제 단말기에 올려 놓으면 앱이 자동 실행돼 결제가 되는 방식이다.이밖에 이용내역 및 청구내역 조회, 백화점 멤버십 마일리지 적립, 할인쿠폰 적용 등 현대백화점카드의 모든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H월렛은 오프라인에서는 현대백화점 전국 15개 점포와 현대아울렛 가산점, 현대프리미엄아울렛에서 사용 가능하고, 온라인에서는 현대백화점 문화센터와, e슈퍼마켓에서 사용 가능하다. 간편결제 기술에서 두각을 보이며 글로벌 시장에서 O2O 사업을 전개하는 얍컴퍼니 최인찬 부사장은 "백화점, 마트 자체 페이의 특징은 기존의 오프라인 인프라에서 고객이 쉽게 이탈하지 못하게 록인(Lock-in)하는 모델"이라며 "모바일 간편결제가 의미하는 본질적 의미, 모바일 기술의 특성을 이용해 간편하게 많은 곳에서 내 지갑을 대신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결국 본질적인 '간편의 니즈'를 충족시킨 고객을 빨리 선점하는 사업자가 패권을 잡을 것이고, 유통 페이의 경우 내부에서 고객을 확보하고, 외부 시장까지 확장할 수 있어야 그 의미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빠르게 외연을 확장하지 않으면, 다른 결제사업자에게 내부를 내어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