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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지극정성

세명일보 기자 입력 2016.08.15 20:48 수정 2016.08.15 20:48

개는 많이 살아야 수한(목숨의 한계)이 15년을 넘길 수 없다.주인이 지극정성으로 개를 돌봐주어야, 15년 가까이 살 수있다.개를 정성껏 돌보지 않고 되는 대로 키우면 개장수에게 팔아 넘기지 않아도 1,2년을 넘길 수 없고 단명(短命)한다.필자는 지극정성으로 집에서 키우는 개를 관심 깊게 돌봐주어, 산적이(수캐)는 만 13세를 살았고, 똘똘이(수캐)는 9년 4월 13일을 살아, 구사일생(九死一生)이란 별명을 지어 주었다.산적이는 수캐답게 성질이 활달하고, 똘똘이는 검둥개인데, 성질이 아주 온순하여 살아 있는동안 다른 개를 한번도 공격한 일이 없는 평화주의자였다.주인이 약을 주면, 거부하지 않고 스스로 약을 잘 먹었다.개를 백마리 가까이 길렀지만, 똘똘이는 신통방통한 개다.똘똘이 아비인 산적이는 음악견(音樂犬)이었다.TV나 라디오에서 명곡(名曲)이 흘러 나오면, 용하게 흉내를 내고, 성악가의 포즈를 흉내낸다.요즘 이 땅 가수들의 음악성이 낮은 노래는 착각으로도 따라 하는 법이 없었다.음악대학 입학시험 성악 실기고사 심사위원으로 산적이를 참여시키면, 입시 부정이 없어질 것이란 묘한 생각이 들었다.TV에 소개된 미국 견공(犬公)콩쿨에서 2등 입상한 미국개의 음악실력이 우리 산적이 보다 하수(下手)였다.음악견 ‘산적’ 시를 지어 대한민국 일류 시잡지인 시문학에 ‘애견 산적’을 3편이나 지어, 발표하여 애견 산적이를 영원히 죽지 않는 예술로써 생명을 연장시켰다.필자는 1971년 늦가을부터 2016년8월이 되도록 45년 동안 개를 계속 키우고 있다.1971년 가을 오후, 문경 경찰서 담당경찰관으로부터, 직장인 문경중학교 교무실로, 우리집에 도둑이 다녀 갔다는 전화가 왔다.집에 도둑이 들어, 금반지3돈1개, 현금 9천원(당시 돼지고기 60근값), 4천원 상당 야외전축1개, 명곡 레코드판 10장을 훔쳐갔다.경제적 손실도 손실이지만, 보금자리를 노리는 괴한이 있다는 게 더 불안했다.당장 이튿날 점촌(店村)장에 가서, 강아지 한 마리를 사서 기른 것을 계기로 45년 동안 개를 계속 기르게 되었다.정년퇴직하기 전부터도 집사람의 가사부담을 줄이기 위해, 자진하여 개사육당번을 자처했다.45년간 개를 길러보니, 개는 절대로 주인을 배반하지 않는, 충성심으로 100%무장이 된걸 알았다.사람들이 흔히 하는 욕설중에 ‘개만도 못한놈!’ 이란 욕을 예사로 남발하는데, 이욕은 욕설 축에도 못든다.이 땅 사람중 개와 비견할 만한 덕성을 갖춘 사람이라면 인격이 김수환 추기경 정도는 되어야 견공(犬公)보다 인격자라고 자부할 수 있을 것 같다.2004년 8웚 31일에 문경중학교 교장으로 정년퇴임을 했다.훈장은 황조근정훈장(2등급)을 수훈했다.오랜 직장생활에서 해방이 되면, 되게 좋을 것 같지만, 무한대의 자유시간이 오히려 부담스러웠다.사람은 적절한 제한을 받으며 사는 것이 더 행복하다.지금 키우는 개 이름은 차돌이(수캐)디.2002년 10월 28일에 태어나, 몇 달 후면 만14세가 된다.개 나이가 만 14세면, 사람나이로 환산하면 73세다.그러고 보니, 우리 집 차돌이는 노견(老犬)이다.음악견 산적이 2세답게, 차돌이도 노래를 들으면 반응을 보이지만, 산적이 재능을 따를 수 없다.차돌이는 수캐답게 까불 줄도 모르고, 근엄한 무게가 있어, 외부 인사들로부터 칭찬을 듣는다.개 나이가 나왔으니, 개 나이를 사람 나이로 환산하는 공식이 있다.21년(개1세)+4년ⅹx(개 나이-1세)다.이 공식을 활용하면 차돌이 나이는 21년+52년=73세다.개는 사람과 달라, 꼭 살아야겠다는 자각이 없기 때문에, 몸이 아프면 절대로 밥을 먹지 않는다.제까짓 놈이 배가 고프면 먹겠지 하고 버려두면 틀림없이 굶어 죽는다.맛있는 별미(고기. 떡)을 마련하여 잘게 뜯어 개에게 달래면서 먹여야 한다.먹기 좋도록 잘게 썰거나, 뜯어주어 쉽게 먹을 수 있게 해준다.개밥을 해줄 때 고기에는 채소를 꼭 같이 넣어 끓여 영양관리를 잘 해주어야 한다.개에게 밥만 해주면 끝나는 게 아니라, 맛있게 먹도록 노래도 들려주고, 박수도 쳐주면서 지극정성으로 돌보아야 한다.내가 해준 개밥을 개가 잘 먹으면 나도 그날 맛있게 식사를 할 수 있다.사람이나 짐승이나 사랑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솔직히 내가 개를 지극정성 돌보는 것은, 개를 위한다기 보다, 내가 심심하지 않게 사는 방법이다.내가 사는 동안, 집의 개를 정성껏 돌볼 것이다. 차돌이는 우리 집 경비원이다.사는 날 까지 주인과 견공(犬公)이 의초롭게 살아야겠다.나는 개를 소재로 시창작도 여러 편 했지만, 1969년 현대문학 4월호에 ‘메리의 죽음’이란 애견(愛犬)의 죽음을 수필로 지어, 한국문단의 수필가로 등단했다.이래저래 나와 견공(犬公)의 관계는 범상한 관계가 아니다.(2016.8.1.)20시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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