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3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1심에서 집행유예가 선고된 이완구(66) 전 국무총리가 "성 전 회장의 전화 인터뷰 등을 전문가에게 분석 의뢰한 결과 성 전 회장 진술이 거짓에 더 가까운 것으로 분석됐다"고 주장했다. 4일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이상주) 심리로 열린 이 전 총리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항소심 4차 공판에서 이 전 총리 측 변호인은 "배명진 숭실대학교 소리공학연구소 소장에게 성 전 회장 전화 인터뷰 녹취파일을 분석해줄 것을 의뢰했다"고 밝혔다. 이어 "전문가가 성 전 회장 녹취파일을 1000분의 1초 단위로 정밀 분석한 결과 성 전 회장이 전화 인터뷰 당시 '(이 전 총리에게) 한 총 4000만~3000만원 주고'라고 말한 것으로 밝혀졌다"며 "이는 성 전 회장은 당시 4000만원을 말하려다 3000만원 줬다고 말을 바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 총리 측 변호인은 성 전 회장이 전화 인터뷰를 할 당시 '이 전 총리에게 3000만원을 줬다'는 부분을 얘기할 때 목소리 감정 결과 진실성이 낮게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 자료를 공개했다. 자료에 따르면 성 전 회장이 김기춘·허태열 전 비서실장에게 돈을 건넸다(감정정보 75%)고 얘기할 때와는 달리 이 전 총리에 대해 얘기할 때(감정정보 54.6%)에는 소리자신감, 발성 부분 등에 비춰볼 때 거짓일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도 함께 제기했다. “아울러 성 전 회장의 사망 당시 행적, 전화 인터뷰 당시의 태도 등을 분석한 심리전문가들의 보고서도 증거로 신청했다. 성 전 회장 진술이 심리학적으로 신빙성이 낮다는 취지다. 이에 검찰은 "앞서 1심 과정에서도 배 교수가 변호인 측 증인으로 신청된 바 있다"며 "배 교수의 분석 방법이 학계에서 널리 인정되지 않는 방식인 점, 또 다른 사건에서 배 교수의 감정이 증거로 채택되지 않은 전례 등에 비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배 교수가 한 성 전 회장의 목소리 분석은 지극히 개인적 의견에 불과하므로 성 전 회장의 진술을 배척할 증거로 적합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이 전 총리 역시 "성 전 회장의 녹취파일을 기계적·과학적으로 분석한 결과 당시 '(이 전 총리에게)한 총 4000만~3000만원 주고'라는 등 모호하게 말한 것이 밝혀졌다"며 "(분석의 신빙성에 의문이 있다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나 검찰 과학수사팀에 의뢰하라. 받아들이겠다"고 강조했다. 성 전 회장의 비자금 사용내역이 적혀 있는 총 4장의 장부를 두고서도 검찰과 변호인 양측이 날선 신경전을 벌였다. 성 전 회장의 비자금 장부는 앞서 1심에서 한 장이 제출됐고, 같은 사건으로 기소된 홍준표(62) 경남도지사 재판에서도 거론된 바 있다. 이 전 총리는 지난 6월 열린 3차 공판에서 이 4장의 장부를 증거로 제출했다.이 전 총리 측은 "이 전 총리 사건 재판부에 제출된 장부와 홍 지사 사건 재판부에 제출된 장부는 같은 장부임에도 불구하고 금액이 누락되거나 새로 날짜 등이 적혀있는 차이점이 발견됐다"며 "성 전 회장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검찰은 "기본적으로 수사 과정에서 확보하지 않았고, 못했던 자료"라며 "작성 경위나 내용이 어떤지 등에 대해서는 재판에서 나온 내용 외에는 전혀 아는 바 없다"고 답했다. 재판부는 이날 오후 열리는 재판에서 이 전 총리 측이 제출한 목소리 분석 결과 등을 증거로 채택할지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또 성 전 회장의 수행비서에 대한 증인신문도 함께 진행할 방침이다. 이 전 총리는 2013년 4월4일 재보궐선거 출마 당시 충남 부여읍에 있는 자신의 사무소에서 성 전 회장으로부터 3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정치자금을 건넸다는 성 전 회장의 사망 전 인터뷰 녹음파일과 녹취서, 메모에 대한 증거능력을 인정해 이 전 총리를 유죄로 판단,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3000만원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