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씨는 지난달 경기 부천시 원미동에 있는 145.4㎡규모의 점포가 감정가(16억7866만)의 약 8배인 140억82만원에 낙찰받았다. 이렇게 8배 넘게 비싼 가격에 낙찰된 것은 입찰자의 작은 실수에서 비롯됐다. 입찰자인 A씨가 입찰용지에 14억여원을 적으려다 '0'을 하나 더 써냈기 때문이다. A씨는 본의아니게 작은 점포를 무려 140여억원을 내고 매입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이같이 경매 입찰표에 '0'을 하나 더 썼다가 낭패를 본 사례는 이전부터 빈번히 발생했다. 경매 입찰표에 입찰가격과 보증금을 적어 넣으려면 아라비아 숫자를 기재해야 하는데 자필로 쓰다보면 특히 고가인 경우 '0'을 하나 더 적는 실수가 발생하곤 한다. 애초에 입찰하려던 가격의 '10배'로 원치않는 고가입찰을 하게 되는 셈이다.이런 경우 경매낙찰을 무효로 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불가능하다. 만약 포기하고 싶다면 입찰 시 낸 보증금을 내야 한다. 보증금은 입찰 최저가의 10%다. A씨의 경우 낙찰을 포기하면 최저 입찰가의 10%인 1억1750만원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다.◇낙찰취소, 예외는 없을까?= 이전에도 낙찰을 취소하고 보증금을 돌려받고자 하는 시도가 있었다. 10일 수원지방법원에 따르면 지난 2008년 감정가 9억5000만원인 아파트가 경매에 나왔다. 입찰자 B씨는 이듬해 5억3200만원을 적어내 감정가의 절반에 가까운 금액으로 매입하고자 했다. 하지만 실수로 '0'을 하나 더 적어내면서 문제가 불거졌다.B씨는 실수로 적어낸 53억2000만원에 최종 낙찰받으면서 감정가보다 도리어 6배 비싸게 집을 매입하게 됐다. 결국 B씨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소송을 냈고 '입찰가격의 기재에 중대한 오기가 있었다'는 이유로 매각불허가 결정을 받았다. 하지만 상황은 대법원에서 반전됐다. 이해관계인은 '입찰표 작성시 0을 하나 더 기재해 입찰한 것은 민사 집행법상 매각불허가 사유가 될 수 없다'는 이유로 재항고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민사집행법 제121조 규정상 입찰표 작성시 본인의 실수에 인한 고가입찰은 매각 불허가 사유가 될 수 없다. B씨는 결국 입찰당시 최저가(4억8640만원)의 10%인 4500만원을 허공에 날리게 됐다.◇'고의 or 실수' 가리기 어려워…악용 부작용 위험도= 이렇게 한치도 봐주지 않고 보증금을 몰수하는 이유는 이것이 실수인지 고의인지 가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이를 악용해 경매를 지연시키는 등 경매과정이 혼탁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깔려있다.이창동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간혹 경매를 늦추고 싶은 이해관계자가 일부러 고가를 써 내는 경우가 있다"며 "0을 하나 더 적은 것이 이같은 꼼수에서 나온 고의인지 단순히 기재를 잘못한 실수인지 정황만으로는 구별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또 이런 예외를 모두 받아주면 법질서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반영됐다. 경매는 재판이고 법 규정에 따라 진행되는 절차인만큼 이같은 실수가 빈번하게 발생하지 않도록 보증금 정도는 본인의 과실책임으로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하지만 고가의 매물인 경우 실수로 입는 피해가 막심한만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경매업계 관계자는 "입찰가를 아라비아 숫자와 한글을 병행해 표기할 수 있도록 바꾸거나 입찰자가 노약자인 경우에는 예외적인 장치를 마련하는 등 의도찮게 피해자가 발생하는 것을 막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