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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디어발행인협 회장‧언론학박사 이동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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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그람시주의 혁명이 진행되고 있는데도 냄비속의 개구리 같은 불감증에 걸려있다는 소리가 떠돌고 있다. 그람시는 1891년 이탈리아에서 탄생했다. 1937년까지 46세를 살면서 어릴 때 허리를 다쳐 152cm의 작은 키의 장애인이였다. 아버지는 하위직 공무원을 하다가 구속되었으며 어머니는 1904년 아버지가 석방될 때까지 삯바느질과 텃밭농사를 하며 7자녀를 돌봐야 했다. 넷째 아들인 안토니오 그람시는 병약하고 가난에 시달렸지만 호기심과 상상력, 밝은 성격의 소년이였다.
1908년 칼리아리 고등학교에 재입학했다. 1913년 토리노 대학에 장학생으로 입학했다. 1925년 나쁜 건강과 가난으로 대학을 중퇴했다. 1913년 이탈리아 사회당에 입당했다. 1915년 이탈리아 사회당 기관지 '전진'과 사회당 지역주간지 '민중의 외침'에 정기적인 노동운동에 관한 글을 썼다. 1919년 그는 이탈리아 사회당이 지배계급의 자본가와 타협하는 보수 성향을 비판하면서 탈당을 선언했다.1921년 리보노르에서 전투적인 맑스 레닌주의를 근거로 한 진보 정당인 이탈리아 공산당을 창당했다.
무솔리 파시즘 정권이 파시스트당 이외의 모든 정당은 불법이라는 법안을 통과시킨 이후 그람시는 1926년 11월 경찰에 체포됐다. 그는 20년 형을 받고 11년간 감옥 살이를 하면서 30권의 공책에 2,848 페이지의 필사본을 남겼다. 그 중에 정치편을 번역한 것이 '옥중수고'다. 이 글은 서구 부르조아 사회의 현실을 반영한 헤게모니와 기동전, 진지전 등 개념이 들어 있다. 그를 기소했던 검사는 "이 자는 두뇌가 좋으니 두뇌를 20년 동안 쓰지 못하도록 중단시켜 놓아야 한다"고 논고했다.
그의 건강이 수감 생활을 더 이상 할 수 없다는 판단을 하고 출감 발표를 했으나 세상에 나오지 못하고 사망했다. 1928년 그는 기존의 맑스 레린주의의 혁명 이론이 선진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문화 교육 언론 등 상부구조를 통한 진지전(war of position)을 주장했다. 역사적인 지배계급의 통치 질서는 물리적 뿐 아니라 도덕적 승복을 수반하는 동의의 바탕위에 세워졌다. 그래서 프롤레타리아 혁명의 근본 문제는 헤게모니 창조에 달려있다. 그러므로 서구의 자유주의 국가에서는 기동전이 아닌 진지전이 필요하다.
브로조아 사상이 지배하는 곳에서는 프롤레타리아는 이데올로기 전쟁으로 새로운 도덕과 이상, 가치관을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 우리나라에도 1980년대에 민중문화 운동의 사상적 근거가 됐다. 그람시는 헤게모니(hegemony))를 계급적 동맹의 차원을 넘어선 새로운 유형의 지배 질서이며 이데올로기를 매개로 기본적 집단과 추종세력이 융합되는 것으로 보았다. 즉 정치적 수준 뿐 아니라 지적, 도덕적 수준에서까지 통합을 이루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헤게모니는 정치적 강제와 지적, 도덕적 동의를 혼합한 일종의 지배적 권력을 말한다. 헤게모니적 지배를 위해서는 마르크스주의에서 생산과정의 노동쟁의 보다 이데올로기 싸움에서 유기적 지식인의 역활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람시에 관한 국내 번역된 책은 '옥중수고', '남부문제에 관하여 외', '대중문학론' 등이 있다.
그람시 어록에는 "나는 무관심을 증오한다. 산다는 것은 어느 한 쪽을 편든다는 것이다", "이성으로 비판하되 의지로 낙관하라", "옛 세상은 죽어 가고 새 세상은 태어나기 위해 분투한다. 하여 지금은 괴물들의 시대다", "나는 무관심을 증오한다" 등 구호가 있다.
그람시가 제시한 진지전의 11가지 구성요소는 다음과 같다. 1.기존 지배계급이 형성한 상식과 문화규범을 전복하고 새로운 가치체계를 주입하라. 2.언론과 미디어를 통해 죄파 이념을 전파하고 대중의 동의를 얻어내라. 3.학교 교육 통해 차세대의 가치관을 좌편향으로 재구성하라. 4.정당과 국회, 행정부 등 정치기관에 좌파 성향 인사들을 포섭 체제를 변화시켜라. 5.사법부와 법률 제도를 재편해 기존질서 정당화의 헤게모니를 약화시켜라. 6.복지정책 확대해 국가의존도 높이고 경제 불평등 이용 이념적 변화 유도하라. 7.사유재산 정당성 부정하고 경제적 불평등과 보수적 가치체계 해체하라. 8.가족, 민족, 종교 등 전통적 가치 체계를 해체하고 새로운 사회질서를 구축하라. 9.강압이 아닌 대중의 자발적 동의를 통해서 새로운 헤게모니를 형성하라. 10. NGO, 주민공동체 등 다양한 조직을 통해 이념적 기반을 확산시키고 체제 내부를 잠식하라. 11.폭력적 기동전 대신 장기간의 점진적 체제 변화를 통해 체제 전복을 도모하라.
그람시의 진지전은 이론을 뛰어 넘는다. 정치, 사회, 경제, 교육, 언론, 법제, 문화 등 여러 분야에 침투해 좌편향 이념을 확산시키는 강령이 되고 있다.
한국이 이를 방치한다면 기존의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붕괴 되고 사회주의와 공산주의로 갈 수 있다. 좌파와 주사파가 의회와 법조계, 노동계, 학계, 문화계로 진출해 그람시의 진지를 구축하고 헤게모니를 형성해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 다음 절차는 전통적 자유민주주의 헌정질서는 무너지고 증오로 가득찬 감옥에서 죽은 그람시의 예언서가 이 나라의 경전이 되고 말 것이다.
진지전에 함락되고 있는 나라를 구해야 한다. 벌떡 잠자던 민중이 일어나야 할 때가 지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