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시작 전까지만 해도 이정은(21·토니모리)이 이 정도로 활약하리라고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지난해 신인왕을 차지했지만 우승도 기록한 적이 없던 신예였기 때문이다.하지만 시즌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2017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이정은은 명실상부한 '대세' 반열에 올라있다. 그의 이름 뒤에 붙는 '6'에서 비롯된 새 별명, '핫식스'가 잘 어울리는 시즌이다.이정은은 지난 24일 끝난 KLPGA투어 OK저축은행 박세리 인비테이셔널에서 최종합계 18언더파 198타로 2위 배선우(23·삼천리·15언더파 201타)를 3타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벌써 시즌 4번째 우승이다. 이정은은 4월 롯데 렌터카 오픈에서 데뷔 첫승을 올린 것을 시작으로 7월 문영 퀸즈파크 챔피언십, 8월 하이원리조트 오픈에 이어 이 대회까지 4승을 챙겼다.특히 이번 대회에서는 KLPGA 역사에 남을 만한 기록도 만들어냈다. 그는 2라운드에서 보기없이 버디 10개, 이글 한 개의 괴력을 뿜어내며 무려 12타를 줄였다. 12언더파 60타는 KLPGA투어 역대 최소타 신기록이다. 지난 2003년 전미정이 파라다이스 인비테이셔널 2라운드에서 세운 61타를 14년만에 갈아치웠다.전반기까지만 해도 김지현(26·한화), 김해림(28·롯데)과 함께 '빅3'의 구도였던 판도는 후반기 이정은의 맹활약으로 인해 독주체제로 굳어졌다.올 시즌 가장 많은 4승을 챙긴 이정은은 주요 부문 타이틀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하고 있다.우선 시즌 상금은 10억원 돌파를 눈앞에 뒀다. 이번 우승으로 1억4000만원을 추가하면서 시즌 상금 9억9518만원이 됐다. 남은 6개 대회에서 무난하게 10억을 돌파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정은은 2014년 김효주(12억897만원), 2016년 박성현(13억3309만원), 고진영(10억2244만원)에 이어 역대 4번째 단일 시즌 상금 10억원 돌파를 예약했다.상금랭킹 2위인 김지현(7억5714만원)과의 격차도 1억4000만원 이상으로 벌어졌다.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지만 '초박빙 승부'였던 이전보다 격차가 커진 것이 사실이다.대상포인트에서도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현재까지 565포인트를 쌓아 2위 고진영(368포인트)과 100점 가까이 차이가 난다. 역시 타이틀을 차지할 가능성이 커졌다.선수들이 가장 애착을 갖는 타이틀 중 하나인 평균타수 부문도 선두다. 평균 69.58타로 2위 고진영(69.65타)과 함께 유이한 60대 타수를 기록 중이다. 평균타수의 경우 한 라운드만 삐끗해도 순위가 요동칠 수 있기 때문에 아직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올 시즌 이정은이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다름아닌 꾸준함이다. 이정은은 현재까지 치러진 24개 대회에서 단 2개 대회에만 결장했는데, 이중 무려 17개 대회에서 '톱10'을 마크했다. 우승 4번을 포함해 '톱5'도 12차례에 달한다. KLPGA투어의 빡빡한 스케줄을 소화하면서도 꾸준하게 상위권 성적을 냈다는 이야기다.그 덕에 '톱10 피니시율' 부문에서는 압도적 선두다. 무려 77.27%로, 2위 고진영(64.71%)과 큰 격차를 보인다. 50%를 넘긴 선수가 총 5명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80%에 육박하는 이정은의 수치가 얼마나 대단한 지를 알 수 있다.이정은 역시 이 부분에 큰 애착을 갖는다고 했다. 그는 "집에 와서 톱10에 매번 이름이 있는 것을 보면 스스로 대단하다고 생각된다. 톱10에 들려면 체력적인 부분도 중요하고 컨디션이 안좋을 때도 정신력으로 이겨내야 한다. 이런 부분에서 정신력이 강하지 않나 생각한다"며 만족스러워했다.이제 2년차에 불과한 풋내기지만, 이정은은 올 시즌 꾸준함과 강력함을 겸비한 최고스타로 자리잡았다. '핫식스' 이정은의 상승세가 어디까지 이어질 지 지켜볼 일이다.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