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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뉴스 경제

재벌저격수 ‘어공’ 적응기

뉴스1 기자 입력 2017.09.19 14:55 수정 2017.09.19 14:55

“나쁜 짓은 금융위…” 몇차례 설화와 사과“나쁜 짓은 금융위…” 몇차례 설화와 사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재임 100일 동안 많은 어록을 남겼다. 특유의 달변과 직설화법, 소장 학자의 풍모에서 나오는 자유분방함이 말씨에 배어 있다. 이런 화법은 국민들에게 분명한 메시지와 친근감을 주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거친 표현으로 상대에게 상처를 주거나 불필요한 논란을 낳기도 한다. 김 위원장은 몇번의 '설화(舌禍)'를 겪은 뒤 '어공'(어쩌다 공무원)으로서 공직사회에 적응하지 못했다며 근래에 자중 모드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분란을 피하느라 '사이다' 발언까지 잃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국민들 바람일 것이다. 김 위원장 취임 100일(21일)을 맞아 시점에 그간 던진 '촌철살인'의 어구들로 '재벌 저격수'의 공직 적응기를 되돌아본다. ◇어공의 시련…"나쁜 짓은 금융위가...."= 어공은 김 위원장이 평소 즐겨 쓰는 말이다. 자신은 어쩌다 공무원이 된 사람, 늘 공무원이던 '늘공'들과 달라서 공직이 낯설다는 얘기다. 그는 내정자 시절부터 언론에 나서는 것을 두려하지 않았다. 보통은 청문회를 앞두고 말을 아낀다. 말한마디 잘못하면 국회에서 꼬투리를 잡히기 일쑤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교수가 학생에게 강연하듯 정연하고 거리낌 없이 소신을 말한다. 미리 준비한 원고도 없다. 그러다 톤이 좀 올라간다 싶을 때 과한 발언이 나온다. 7월6일 공정위 신뢰회복과 관련해 기자간담회를 하면서 "나쁜 짓은 금융위가 더 많이 하는데 욕은 공정위가 더 많이 먹는다"고 말해 논란을 불렀다. 결국 최종구 금융위원장에게 직접 사과했다.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에 대해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평가해 업계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게 혼쭐이 났다. 김 위원장은 "정확하고 용기 있는 비판을 해주신 데 감사드리며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다시 사과했다. 그는 "제가 아직 공직에 잘 적응을 하지 못했다. 공직사회의 프로세스나 행동 방식에 대해 익숙해지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재벌 개혁…"말랑말랑해 지지 않았다"= 김 위원장의 화법은 재벌개혁과 갑질 척결에 대한 메시지를 던질 때는 분명한 효과가 있다. 그는 내정자 간담회에서 재벌개혁에 대해 '우클릭' 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을 받고 "개혁에 대한 의지는 조금도 후퇴하지 않았다. 말랑말랑해지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대기업은 글로벌기업이 됐는데 국민의 삶은 팍팍하다"는 말에는 그의 생각이 응축돼 있다. 양극화를 초래한 원인과 해결방법이 모두 재벌개혁이라는 과제에 녹아 있음을 보여준다. 그는 후보시절 문재인 대통령과 재벌개혁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재벌개혁의 목표는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촛불민심과 국정과제를 절묘하게 결합한 논리로 꼽힌다. 그의 설명은 이렇다. "재벌개혁은 궁극적 목표로 가기 위한 과도적 목표다. 공정한 시장경제 질서를 재확립해 한국경제의 활력을 다시 살림으로써 국민에게 더 많은, 좋은 일자리를 주는 경제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공정위가 할 일이다."◇실천력…"몰아치듯, 때리듯 안한다" = 김 위원장은 취임 일주일 뒤인 6월19일 재벌개혁 방안을 발표하면서 "몰아치듯이, 때리듯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벌을 압박할 때는 특유의 입심을 발휘했다. 빠른 시간에 효율적으로 재벌개혁을 이루려면 기업들 스스로 움직이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4대 재벌에 집중해 선례를 만들면 나머지 기업들은 따라올 것이라는 전략을 세웠다. 법을 개정해 강제하려면 국회 논의 과정에서 몇년이 걸릴지 알 수 없다. 김 위원장은 공정위의 행정력을 동원해 기업을 압박했다. 그는 "많은 시간이 남아 있지 않다" "10월까지 기다리겠다"며 4대 재벌의 지배구조 개혁과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의 필수정보 공개를 압박했다. 4대 그룹을 타깃으로 하느냐는 질문에 "새로운 법을 만들어서 4대 그룹만 '때려잡겠다'는 방식이 아니고 좀 더 엄격한 기준을 가지고 판단해보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내부 개혁…"고개를 들 수 없었다"= 지난 6일 공정위 노동조합이 '내부 갑질'에 대한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국회 출석 중이던 김 위원장은 "고개를 들 수 없었다"며 부끄러워 했다. 내부 갑질은 여직원들에게 술자리를 만들라고 지시하거나, 사무실 냉장고에 쭈쭈바(아이스크림)가 없다며 호통을 쳤다는 등 극히 치졸한 내용들이었다.김 위원장은 개혁을 위해서는 내부 단속이 필수라고 보고, 취임 첫날부터 "업무시간 이외에는 공정위 OB(퇴직자)들이나 로펌의 변호사 등 이해관계자들과 접촉하는 일은 최대한 자제하라"고 지시해왔다. 이런 와중에 조직의 기강을 해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김 위원장은 감사관실에 조사를 지시한 상태다. 김 위원장은 최근 국회에서 열린 공정위 신뢰 회복을 위한 토론회에 직접 발제자로 나서 "경제검찰로서 역할을 못했다"고 고백했다. 100일 재임 기간 동안 3번째로 한 사과였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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