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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관제 행정 통합은 뿌리 없는 나무

홈페이지담당자 기자 입력 2024.10.17 07:19 수정 2024.10.17 07:19

전 안동시 풍천면장 김휘태


대구·경북이 행정통합을 하면 서울특별시에 준하는 권한을 주겠다는 말을 어떻게 들어야 하나? 언뜻 이해하기 어렵다. 그러면 다른 광역시·도에서는 가만히 있을까? 전국 광역시·도가 모두 통합하여 특별시가 된다면 대구·경북이 그런 혜택을 받는 것도 다 같아질 것 아닌가? 그렇다면 대구·경북이 무모하게 나설 필요가 없지 않은가?

또한 행정통합을 하면 지방분권을 주고, 안 하면 지방분권을 안 주겠다는 것인가? 아무리 들어봐도 이상하다. 30년 전에 지방자치를 시작할 때부터 당연하게 지방분권을 이양했어야 하는데도 아직까지 8:2 재정과 자체 조직권도 없는데, 지금 와서 통합하면 분권을 준다는 유세를 부리는 오만함은 도무지 어디서 나왔는지 이해할 수 없다.

지방자치 주체는 주민자치(공동체)를 중심으로 한 시·군인데 왜 광역행정에서 지방분권을 주도하겠다고 나서는 것인가? 그것도 대구에서 경북지역 관할구역을 나눈다느니, 광역조례로 시·군 권한을 위임한다느니, 청사를 3곳으로 나누어 업무를 배분한다느니, 이런 중구난방식 행정통합을 해봐야 무슨 효과가 있다는 것인지 의아스럽다.

그리고 중앙정부와 광역단체가 2단계 행정을 집행한다는 것은 주민과는 동떨어진 탁상행정에 불과하며, 뿌리 없는 나무와 같고, 모래 위에 성과 같은 무용지물이다. 이미 제주특도에서 2단계 행정은 허구임이 증명되어 3단계로 기초단체 시·군·구를 복구하고 있다. 공동체가 파괴되어 주민이 불편해지고 양극화와 비효율성 부작용 때문이다.

또 하나는 무엇보다 중요한 민의가 있는가? 의견수렴도 없이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니, 참으로 괴이한 일이다. 관치행정 통합론이 다행히 무산되나 싶더니 이번에는 정부 중재로 재개한다니 황당하다. 5년 전에도 민의에 반하여 무산되었는데, 또다시 시·도민 공감대도 없이 혁명이라도 하겠다는 것은 공권력의 횡포가 아닌가? 묻지 않을 수 없다.

누차 강조하지만, 규모의 경제는 있어도 규모의 행정은 없다. 광역 경제권은 통합 아닌 연합과 상생 협력으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외국처럼 국토가 넓고 광역단체가 수십 개나 너무 많은 것도 아니고 규모가 작은 것도 아니다. 지방자치는 적을수록 주민자치 중심으로 주민 생활이 편리해지고 지역공동체가 단합하여 강·소도시로 발전할 수 있다.

이 참에 30년 간 고착된 지방자치의 기본 개념을 재정립해 볼 필요가 있다. 첫 단계가 주체부터 모호하다. 시·군과 읍·면·동이 주체가 되어야 하는데 분권이 이루어진 것이 거의 없다.

둘째는 재정 분권이 가장 중요한데 아직도 재정자립도가 20%다.

셋째는 자체적인 조직, 감사, 예산, 도시계획 등 자주적인 행정으로 자생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 정부에서 지방자치·분권을 제대로 하자고 지방시대위가 출범하였다. 그런데, 지방시대위원회인지 통합시대위원회인지 분간이 안 된다. 지방분권은 안 하고 통합에만 목메는 이유가 무엇인가? 무슨 정략적 의도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중앙집권 의식으로 국가의 행정 효율화를 위한 것인지? 이래도 저래도 지방자치·분권과는 거리가 멀다.

경제 용어와 같은 행정 인플레이션도 있는가? 여기도 저기도 특별시·도가 도대체 몇 개인가? 마·창·진 특례시나 제주특별자치도에서 통합 인센티브를 받았다지만 그 효과는 오간 대도 없고 후유증만 남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일본, 프랑스, 영국, 독일도 지방자치 보다 국가의 행정 효율화 차원의 행정구역 개편을 한 것이다.

나라마다 지역마다 그 역사·문화·시대와 자연환경 특성에 따라 행정구역과 행정체계 개편이 이루어져 왔다. 아직 대한민국은 지방자치·분권의 기본도 안 되어 있으면서, 섣불리 통합·개편부터 하자고 덤비고 있다. 민의가 출발점인데, 관제 개편부터 서두르고 있다. 아무리 특별시라고 해봐도 뿌리 없는 나무는 자생력 없이 고사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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