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2031년까지 적용 기간으로 하는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포함되는 '적정 전력 설비예비율'이 현행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다. 한 달 전 초안 계획 발표 당시 전력 예비율이 하향 조정되면서 이른바 '탈(脫)원전' 논리를 뒷받침하는 근거 만들기라는 비판이 제기되자 원상 복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13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민간 학계, 연구기관 전문가,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예비율 워킹그룹'은 이날 회의를 열어 2031년 적정 설비예비율을 지금과 같은 22%로 산정했다. 적정 예비율은 발전소 고장이나 정비 상황에 대비해 발전설비를 예비로 남겨두는 비율을 의미한다. 이를테면 전체 전력수요가 100이고 전력 예비율이 20%라면 총 전력설비를 120으로 유지한다는 뜻이다. 워킹그룹은 회의 결과 자료를 통해 "8차 수급계획의 적정 예비율 22%는 최소 예비율 13%와 불확실성 대응 예비율 9%로 구성되며, 최소 예비율 13%는 신재생 발전의 간헐성 대비까지 고려한 수치"라고 밝혔다. 이어 "신재생에너지를 20% 확대할 경우 신재생 전원을 간헐적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며 "이른 시일 안에 출력을 조절할 수 있는 양수발전소, 가스터빈 단독 운전이 가능한 액화천연가스(LNG) 복합 발전소 등 백업 설비 확보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전력 수급이 상대적으로 불안한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게 되면 그에 따른 보완 설비가 더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지난달 11일 공개한 8차 수급계획 초안에서는 적정 설비예비율을 20~22%로 발표한 바 있다. 현행보다 최대 2% 포인트 낮출 수 있다는 의미여서 '탈원전 정책을 뒷받침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예비율이 1%p 낮아지면 1GW짜리 발전소 1기를 건설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전력 설비 예비율이 지나치게 높아 발전소가 남아돌고, 여름 전력 성수기에도 전력 예비율이 30%를 웃도는 등 비효율적인 상황도 또 다른 논란거리다. 일부에선 발전소 추가 건설을 위해 수요 예측을 부풀리고 설비 예비율을 과다 설정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민간기업들의 발전사업 진출을 돕는 매개로 활용된다는 얘기다. 학계 한 인사는 "예비율 22%라는 것은 전력소비가 가장 많을 때도 발전소의 4분의 1이 놀고 있도록 설계됐다는 의미인데 적정 예비율을 13~15% 수준으로 한 독일이나 프랑스, 미국 등과 비교하면 지나치게 높다"고 지적했다.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