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를 논의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한미 FTA 폐기가 양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 1월 한미 FTA 폐기로 수출관세가 FTA 발효 이전 수준으로 인상될 경우 2017~2020년 한국의 대미 수출 총 손실액 추정치는 약 130억1000만달러(약 15조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손실액은 올해 30억9000만달러, 2018년 32억달러, 2019년 33억1000만달러, 2020년 34억2000만달러로 꾸준히 증가하고 연평균 손실액은 32억5000만달러로 계산했다.대미 수출 손실에 따른 국내 고용 감소분은 4년 동안 12만7000명, 연평균 3만2000명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한경연은 당시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된다면 한국의 대미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밝힌 바 있다. 보수적인 접근을 통해 비교적 손실 규모를 높게 잡은 것이다.이와 달리 한미 FTA 폐기나 재협상이 우리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국책 연구기관의 분석도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산업연구원은 지난 6월 내놓은 '한미 FTA 재협상과 우리의 대응 방향' 보고서를 통해 FTA 종료 시 한국의 대미 수출액은 13억2000만달러, 수입액은 15억8000만달러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만약 한미 FTA가 종료되면 양국은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따라 최혜국대우(MFN) 관세율을 적용받는데 미국의 대한국 관세율은 1.6%, 한국의 대미국 관세율은 최소 4%로 한국의 대미관세가 더 높아 우리의 수출보다 미국의 수출이 더 감소할 것으로 추정한 것이다. 이는 역으로 해석하면 한미 FTA 종료로 미국의 피해가 더 클 수 있다는 얘기다.산업연구원은 "미국의 FTA 재협상 요구 등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으나 한미 간에는 관세인하가 상당히 진전돼 FTA 재협상을 하더라도 우리 수출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허리케인 하비로 큰 피해를 입은 텍사스를 찾아 한미 FTA 폐기 여부를 이번주부터 논의하겠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상당히 염두에 두고 있다"(It is very much on my mind)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앞서 "트럼프가 한미 FTA 철수를 보좌관들에 지시했다"던 워싱턴포스트(WP)의 보도를 사실상 확인한 셈이다.WP는 트럼프가 보좌관들에게 한미 FTA 철수를 준비하라고 지시했고, 내부적으로는 이에 대한 준비가 상당히 진척됐으며 이르면 다음 주(한국시간으로 이번 주) 철수 절차가 시작될 수 있다고 전했다.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