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의 경제’는 있어도 ‘규모의 행정’은 없다. 경제는 숫자고 행정은 서비스다. 경제는 통합하면 시너지 효과가 있지만 행정은 나누면 서비스가 향상된다. 지방자치의 경제적(재정효율) 인구 기준은 50만 정도지만 행정서비스(복지)의 최적 인구는 10만 정도다. 그러므로 지방자치는 시·군과 읍·면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지방자치법도 기초단체가 주체인데 지원단체인 대구·경북 광역행정통합이 수도권 집중을 막고 저출산 고령화도 극복할 신의 한 수라도 되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 언론도 비판보다는 동조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긴다. 도청소재지 카페에도 반대하지만 진짜로 통합청사를 신도시에 두고 북부지역이 발전할 수 있다면? 반신반의다.
이런 논란을 불러일으킨 시·도지사는 규모의 경제(행정)로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하고 지역균형발전을 이룰 수 있는 유일한 대책이라고 하면서, 한 발 더 나아가 지금 아니면 기회가 없다는 억지 주장도 하고 있다. 단언컨대 규모의 경제는 있어도 규모의 행정은 없다. 500만 인구 그대로의 zero sum행정서비스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본이나 유럽도 대부분은 행정효율 차원에서 광역화하여 지역 불균형과 주민불편이 커졌다. 규모의 행정이 효과가 있다면 서울시민이 가장 행복하고 농산어촌 주민이 가장 불행 할 것이다. 서울시민은 지하에 살거나 노숙자가 없어야 한다. 농산어촌 주민은 그보다도 더 못한 것은 아니지만 수도권으로 몰리는 이유는 지방차별 때문이다.
말로만 지방분권이고 재정이 열악하여 지방경제가 먹고 살기조차 어려운 것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이나 국가나 기업이 수도권에 집중투자 하여 왔기 때문에 지방경제가 고사하여 소멸 위기가 닥친 것이다. 그러함에도 광역지방자치단체가 통합하여 규모의 행정으로 수도권 집중을 막겠다는 것은 착각이며 논리적으로 성립되지 않는다.
오히려 국내외의 사례처럼 전 국토의 20%에 달하는 광활한 대구·경북지역 내에서 제2의 수도권 집중 현상이 나타나서 지역불균형과 주민불편을 심화시킬 것이다. 그러므로 성급한 대구·경북 행정통합이 아닌 경제 연합으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여 재정증대로 낙후된 북부지역 균형발전과 고령화된 주민의 복지향상에 투자해야 한다.
아울러 시·도지사가 강조한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으로 시·도 광역인프라 조성과 국내외적 경쟁력을 키우고, 시·군·구와 읍·면·동 중심의 주민자치로 행정서비스의 질을 자주적으로 향상시켜 나가야 한다. 또한 대구·경북뿐 아니라 전국의 시·도와 연합하여 초광역경제권도 형성하고 국가발전의 견인차 역할도 해나가야 한다.
국가(중앙정부)가 있는 이상 지방자치단체는 주민이 가장 편리한 행정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재정효율도 높여야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최고의 복지향상에 목표를 두어야 한다. 그런 만큼 적정한 행정구역과 인구 기준이 필요하며, 우리나라는 시·군 중소도시 규모가 적합하므로 시·도는 광역행정과 기초단체 지원에 충실해야 한다.
우리나라 시·군 기초단체의 인구나 면적 규모는 외국보다 10배나 훨씬 크다는 사실을 감안 하면 시·군 행정구역 통합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광역단체는 경제적 메가시티로 연합하여 시·군에 지역적인 자치행정을 전부 위임하고, 초광역적 행정만 전담하여 국가적 행정효율과 지역주민들 복지향상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어야 한다.
한편, 대구·경북 통합안으로 거론된 2단계 행정체계 개편은 2006년부터 18년간 제주특별자치도 시행 결과 오히려 제2의 중앙(도)집권이 강화되고 시·군·구와 읍·면·동 중심의 주민자치 행정서비스는 더 불편해지는 역효과가 나타났다. 이렇게 심각한 광역행정구역 통합을 주민의 이해와 동의도 없이 강행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