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정치인의 해명에 영남 유림이 발끈하고 나서는 일이 발생했다.
강민구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대구시당위원장)의 최근 '깊은 영남 남인의 예법' 발언에 대해 영남유림이 발끈하고 나선 것이다.
강 최고위원은 지난 19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의 아버지는 이재명 대표"라며 "이 대표께선 집안의 큰 어른으로 총선 직후부터 영남 민주당의 발전과 전진에 계속 관심을 가져주셨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같은 발언이 여당으로부터 '명비어천가'라는 비판 등 논란이 일자 강 최고위원은 "깊은 인사는 '영남 남인'의 예법"이라고 주장하며 논란을 일으켰다.
이런 강 위원의 해명에 성균관유도회 경북본부 및 영남유림단체는 23일 성명서를 통해 "조선 성리학의 거유인 퇴계 선생이 일 평생을 관통해 지켜가고자 했던 겸손과 검소, 남녀노소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상대를 배려하려 했던 삶과 철학이 왜곡 당하고 폄훼 당하는 작금의 정치 현실이 개탄스럽다"고 반발했다.
이어 유림들은 "도대체 영남 남인 예법 어디에 '아버지'운운하는 아부의 극치스러움이 있단 말인가. 퇴계 이황의 학풍을 이어받은 영남 양반 인사 예법 어디에 새의 깃털처럼 가벼운 언행이 있단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특히 "이황 선생은 배운 대로 실천하셨다. 제자와 가족, 여자 종의 사정과 심정까지 헤아리셨다. 자신을 끝없이 낮춤으로써 모든 이들의 존경을 받았다. 또 그럼으로써 자기도 완성시키고 다른 사람도 완성시키고자 했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유림들은 "이럴진데, 한 나라 거대 여당 최고위원이라는 인사가 자신의 가벼운 언행을 덮기 위한 수단으로 퇴계 선생을 앞세우고, 영남 인사 예법을 운운하는 모습에 영남 유림들의 비통함은 말로 표현하지 못할 지경"이라고 전했다.
또 "존경과 인사의 예법은 몇 마디 혀끝에서 나오는게 아니다.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와야 한다. 자신의 정치적 영달을 위해 아부의 극치를 존경의 마음으로 포장하는 처사는 나랏일을 하려는 정치인으로서 자질이 부족하다"고 질책했다.
그러면서 "강민구 최고위원은 퇴계 학풍을 왜곡하고, 영남 남인의 자존심에 상처를 준 것에 대해 조속히 사과하고, 매사 언행에 신중하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해서도 "소속 정치인에게 사실로 확인되지 않은 유학자에 대한 왜곡과 폄훼가 더 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자중시키고, 영남 유림에게 사죄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