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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칠곡군 무료 급식소‘칠곡사랑의 집’은 어르신들에게 점심은 물론 젊은 세대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랩을 가르치며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칠곡군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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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약계층 어르신을 대상으로 음식을 제공하는 무료 급식소에서 전국 최초로 랩 프로그램이 등장해서 화제다.
칠곡 무료 급식소 ‘칠곡사랑의 집’은 어르신에게 점심은 물론 젊은 세대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랩을 가르치며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빠른 음악에 맞춰 랩을 하기 위해 급식소를 찾았다는 어르신이 있을 정도로 지난 4월부터 칠곡사랑의 집에서 운영하는 랩 프로그램이 호평받고 있다.
어르신 힙합을 도입한 칠곡사랑의 집의 풍경은 전국의 어느 무료 급식소와는 사뭇 다르다.
월요일~금요일까지 오전 11시 30분이면 120여 명 어르신이 모두 자리에 앉는다.
이때부터 빠른 비트의 음악이 깔리고 급식소를 이용하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가운데 젊은 시절 춤으로 이름을 날렸던 어르신이 앞으로 나와 분위기를 이끌어 간다.
어르신들은 머리 위로 손을 올리며 “헤이 요!”를 외치고 세월의 시계를 50년 전으로 거꾸로 되돌려 놓는다.
5분에 걸쳐 어르신이 랩을 하면서 얼굴에는 화색이 돌고 본격 배식이 이어진다.
어르신과 함께 70대 중반 한 노숙인도 랩을 적극적으로 하며 젊은 날의 아름다웠던 추억을 떠올리고 있다.
칠곡 사랑의집에서 랩을 도입했던 것은 칠곡군에서 불고 있는 ‘할매 랩’열풍 때문이다.
칠곡군은 세계 주요 외신에서 ‘K-할매’라고 불리고 있는 평균 연령 85세 수니와 칠공주를 비롯해 다섯 팀의 할머니 랩 그룹이 활동하고 있다.
권차남(75·여) 칠곡사랑의집 센터장은 랩이 어르신에게 치매를 예방하고 건강증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권 센터장은 젊은 시절 아름다웠던 추억과 밝은 미래를 노래하는‘희망 사항’이라는 제목의 랩 곡을 직접 만들었다.
또 여든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어르신들 지도를 위해 사비를 들여 전문 강사를 찾아가 랩을 배우는 열정까지 보였다.
급식소를 이용하는 이숙자(83) 어르신은 “랩을 하면서 혼자 살고 있는 외로움이 많이 줄어든 것 같다”며 “명절 때 손주 앞에서 랩 실력을 자랑하고 싶다”고 전했다.
권 센터장은“어르신에게 따뜻한 밥 한 끼와 함께 외로움과 고독을 달래고 희망과 용기를 주기 위해 랩을 시작했다”며 “마지막 남은 인생도 나보다 어려운 어르신의 건강한 삶을 위해서 불태울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