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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억지춘양’식 대구경북 통합론

홈페이지담당자 기자 입력 2024.06.16 09:21 수정 2024.06.16 15:34

전 안동시 풍천면장 김휘태


‘억지춘향’이란 말은 봉화 춘양목과 춘양역 등에 얽힌 전설도 있지만 변 사또가 억지로 수청을 들라고 우격다짐하는 춘향전에서 유래한 말이기도 하다. 어느 것이나 맞지 않는 일을 억지로 끌어다가 맞히는 우스운 꼴을 비유하는 상징적인 말이 되었다. 춘양(春陽)과 춘향(春香)의 발음도 비슷하거니와 견강부회(牽强附會)와 같은 자기합리화를 뜻하는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오지에 시집와서 살다 보니 배부르고 정들어서 막상 떠나기 섭섭하다는 속요도 전해지고 있어서 적자생존(適者生存)의 세상 이치를 나타내기도 하는 심오한 전설이기도 하다. “왔네 왔네, 나 여기 왔네, 억지춘양 나 여기 왔네, 햇밥 고기 배부르게 먹고, 떠나려니 생각나네, 울고 왔던 억지춘양 떠나려니 생각나네…”

이러한 관점에서 지금 대구경북을 통합하자는 주장은 과연 견강부회의 ‘억지춘향’인가? 아니면 적자생존의 ‘억지춘양’인가? 생각해 보면 어느 것이나 아직까지는 시·도민의 공감대가 이루어지지 않은 부당한 억지 주장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시·도지사는 2년 뒤에 통합단체장을 선출하겠다니 억지춘양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어떻게 보면 억지춘향은 안 되지만 억지춘양으로라도 시·도통합을 시켜, ‘살다 보니 좋아요’ 할 거라는 과대망상으로 역사의 주인공이 되겠다는 착각에 빠진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억지로 춘양으로 시집 때는 친정 갈 날이 망막했지만 살다 보니 친정보다 낫다는 속요의 역설적인 순치 효과를 노리고 총대를 메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엊그제 경북 의회에서 이러한 시·도지사의 부당행위를 엄중하게 추궁하자 도지사는 경북동서북부 균형발전 대책을 수립하고 도청사를 유지하며 낙후된 북부지역으로 공공기관을 이전하는 등의 통합방안을 마련하여 도민의 동의를 구하고 도의회와 협의하겠다는 임기응변식 답변을 늘어놓았다. 사전에 정책협의 절차를 무시한 억지춘양이다.

한편, 대구시장은 아예 대구직할시로 통합하여 북부청사로 하고 생활권 시·군을 묶어서 2단계 행정구조 개편까지 해야 된다는 혁명적 주장을 하고 있다. 대구·경북 행정통합에 한 더 떠서 중앙과 지방의 행정구조 개편까지 대의명분을 내 세우는 것이다. 행정을 집행하는 시장이 정치까지 주무르고 있으니 억지춘양 정도는 갖다 델 거리도 안 된다.

따지고 보면 갑작스런 통합소동이 행정절차를 무시한 정치판에 휘둘려서 중구난방이 된 것이다. 기본적으로 행정구역 개편은 해당지역 주민 의견이 있을 때 가능하고, 엄격한 행정절차법에 따라야 추진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광역단체 통합이라는 현행법에도 없는 난제를 지도자들 말 한마디에 들썩거린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1887년에 정치행정 2원론이 제기되어 세계적으로 137년 동안이나 직업 무원제로 전문행정 시대를 발전시켜 왔다. 대한민국에서 1992년부터 지방자치를 한다고 민선 단체장을 선출하였는데 32년이 지난 지금까지 시·도지사나 시·군·구청장들이 선거를 의식한 정치행정에 휩싸여 지방행정이 권력의 도구로 변질되고 그 폐해가 심각한 실정이다.

지금도 전국 시·도별로 광역시·도 통합을 누가 먼저 하느냐? 삼국시대와 같은 각축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경기도는 지역 형발전과 지방자치분권을 위하여 경기북도 분리를 주장하고 있다. 인구감소 시도는 통합하자. 1,400만 인구과밀 경기도는 분리하자. 이렇게 상반된 조건에도 대구시장은 2단계 행정구역 개편으로 광역자치단체 통합만 주장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경기북도와 경상북도 북부 이전은 대한민국헌법 제120조와 123조의 지역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을 이루기 위한 고도의 행정행위임에도 불구하고, 시·도광역 통합만이 인구소멸의 만병 치약처럼 선동하는 것은 춘양목이라고 속이거나 춘양역으로 철도를 구부리는 억지춘양과 다를 바 없다. 광역통합 제2수도화는 현대판 억지춘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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