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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찬곤 경북과학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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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는 남이 보지 않는 곳에서 삼가고(戒愼乎 其所不睹), 들리지 않는 곳에서 스스로 두려워해야 한다(恐懼乎 其所不聞)”는 말이 있다. 남들이 보는 앞에서는 정직하고 겸손하지만, 남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는 양심에 어긋나게 행동하는 것을 꾸짖는 경구다. 홀로 있을 때 자신을 속이지 않고(毋自欺), 다른 사람이 아닌 자신에게,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바로 ‘신독(愼獨)’을 의미하는 말이다. 이는 남이 보지 않는 곳에 혼자 있을 때조차 도리에 어긋나지 않도록 말과 행동을 삼가는 것을 뜻한다. 남에게 드러내 보이기 위해서 행동하는 경우는 물론 아무도 안 보는, 혼자 있는 시간에도 항상 조심해야 한다는 의미다.
성리학의 대가인 퇴계 이황과 율곡 이이도, 이 신독(愼獨)을 평생의 좌우명으로 삼았다고 한다. 어떤 이는 이 말을 역설적으로 추론하여, 위대한 성현들도 신독을 제대로 실천하기 어려우니 좌우명으로까지 삼았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다산 정약용도 ‘높은 기준으로 빈틈없이 선함을 지켜나가려고 하지만, 완벽할 수 없는 것이 사람’이라면서, 매사에 신독하기는 어려운 일로 생각했을 정도다.
이처럼 중요한 신독의 핵심 가치는 정직(正直)의 실천에 있다. 신독은 정직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그러니까 나눗셈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이미 곱셈 능력이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니, 정직하다는 것은 이미 신독하고 있음을 뜻하는 것이다.
최근 어느 유명 가수가 음주운전 뺑소니 사고를 냈다. 그 사고로 연예계 퇴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한다. 음주운전 사고도 그렇지만, 사고 후 그가 취한 정직하지 못한 그의 행동 때문이었다. 처음부터 잘못을 인정하고, 정직하게 처신했어야 했다. 한번 돌아선 대중의 마음을 돌리기에는 이미 때가 지난 것처럼 보인다.
흔히들 한 번 떠난 고객의 마음을 되돌리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한다. 연인 사이에서도 물론 그렇다. “있을 때 잘해”라는 유행가가 그런 취지일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다른 사람의 마음을 떠나보내지 않을 수 있을까? 그 핵심은 바로 정직(正直)이다. 정직하면 어떤 경우에나 올바른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정직만큼 풍요로운 재산은 없다”, “정직은 최고의 처세술이다”, “정직이 최상의 방책이다(Honesty is the best policy)”는 격언은, 여러 나라에서 정직을 최고의 가치로 인정하는 말이다.
그런데, 정직은 어느 일방이 그렇게 되고 싶다고 간단히 되는 것이 아니다. 우선 나 자신부터 바르게 해야 하고, 그런 후 상대방의 잘못까지도 바르게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경(詩經)에서는 정직(正直)을 이렇게 풀이하고 있다. ‘정(正)’은 자신의 마음을 올곧게 하는 것이고, 직(直)은 타인의 굽은 것을 바로 펴는 것’이다. 말하자면 진정한 ‘정직’은, 나는 물론 남의 잘못까지도 아울러 살펴야 한다는 의미다. 내가 하는 올바르지 못한 행동도 바르게 해야 정직이 되고, 남이 하는 잘못된 생각이나 행동도 내가 나서서 바르게 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비로소 정직의 가치를 실현한다는 뜻이다.
나만 잘한다고 그것이 곧 정직은 아니라는 가르침이다. 남이 행한 잘못을 보고 잘못되었다고 하는 지적이, 정직의 개념에 포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정직은 겸손보다 윗 단계 처세술이자 가장 확실한 자기자본이라 일컬어지기도 한다. 그래서 정직을 타고 태어난 사람은 그만큼 좋은 유산을 많이 가진 셈이다. 하루가 행복 하려면 술을 마시고, 일 년이 행복 하려면 결혼을 하고, 평생을 행복 하려면 정직하면 된다고 하는 외국 속담도 정직이 얼마나 중요한 삶의 덕목인지를 보여준다.
신독(愼獨)을 대입해 보면, 가장 정직한 사람은 바로 자신에게 정직한 사람, 혼자 있을 때도 정직한 신독을 실천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정직한 사람은 단순히 남을 속이지 않는 사람이라기보다, 신독에서의 ‘자기 자신을 속이지 않는 사람’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사람들에게 정직하게 행동한다 해도 자신에게 거짓을 하고 있다면 그 사람은 정직한 사람이 아니다.
정직은 사람이 갖추어야 할 소중한 가치다. 정직하게 말하고 행동하는 것은, 우리가 해야 할 당연한 도리로 다른 사람에게 신뢰를 전달하는 최소한의 예의일 뿐 아니라, 인간으로서 누리는 존엄성은 물론이고 자신의 가치를 인정하는 일이다. 정직함이 가져다주는 보람과 자부심은 그 어떤 소중함보다 크다 할 수 있다. 정직하게 살아가야 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