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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대구·경북 행정통합론 고찰(考察)

홈페이지담당자 기자 입력 2024.05.22 07:34 수정 2024.05.22 07:34

전 안동시 풍천면장 김휘태


또 다시 광역시·도 행정통합론이 과열되고 있다. 5년 전에도 똑같은 홍역을 앓았지만 치유되지 않고 재발하는 이유는 뭔가? 지방자치 분권을 잘못 이해한 탓이거나 아니면 정략적인 차원이랄 수밖에 없다. 통합이란 집중과 효율화이고 자치란 분권과 복지향상이 목적이기 때문에 광역통합은 제2의 수도권으로 농촌지역 소멸을 가속화시킬 것이다.

개발과 효율성 제고로 국가나 광역발전을 이룰지는 몰라도 농촌지역은 서울에 이어 지방광역수도로도 집중될 것이기 때문에, 국토 균형발전과 지방자치분권을 이루어 주민복지향상을 가져오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시 말하면 서울수도권 1극 집중에서 지방까지 2극 3극 구조로 변화될지는 몰라도 농촌지역까지 균형발전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농촌지역 시·군은 시도·통합에 동의 할 이유가 전혀 없다. 그런데도 시·도에서 먼저 광역통합을 주장하고 나서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고 지방자치와 주민의 권리에 반하는 월권 행위라고 볼 수도 있다. 국가나 광역발전의 대의명분이 있더라도 고향에서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농촌지역 주민의 기본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2단계 행정구조개편 차원에서도 광역통합 보다는 생활권의 기초 시·군통합이 합리적이라고 1992년 지방자치 초기부터 평가되었고, 국민 대다수의 공감대까지 형성하고도 정치적인 지방선거 전략에 밀려서 시행하지 못한 역사적 과오를 명심해야 할 것이다. 정작 2단계 구조조정의 대상은 광역단체 폐지라는 공론화가 이루어졌던 것이다.

좀 더 구체적인 공론화 내용은 광역시는 구를 폐지하고 시·군은 생활권으로 묶어서 통합하고 도는 폐지하여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2단계 구조개편을 검토했던 것이다. 예를 들면 북부권 7개 시·군이 지방자치단체로 통합되어 중앙정부와 2단계 행정을 구현하는 것이었다. 지방선거가 임박하여 무산되었지만 지금도 가장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방안이다.

그러므로 미국의 연방정부까지 거론하는 것은 우리나라 실정에는 맞지 않다는 생각이다. 국토가 좁고 남북이 분단되어 있으며 아직도 지방자치는 껍데기 수준으로 중앙정부에서 대부분을 관할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재정자립도는 20%대에 머물러있고 자치조직권도 지방비예산도 광역통합 한다고 쉽게 개선될 것 같지 않다는 것이다.

이러한 일반론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미 마·창·진 통합사례에서 14년이 지나도록 통합효과가 거의 없었다는 사실이다. 여러 가지 측면이 있겠지만 크게 봐서 경제나 인구나 균형발전 등 모두가 타 지역보다 못한 실패작이었다는 평가다. 일본이나 프랑스 등에서도 연합형태로 광역화하였지만 각 지역별 강소전략으로 발전하고 있다.

행정수도 영향으로 충청권 메가시티는 연합추진 중이지만 부·울·경은 연합체까지 구성하고도 정략적 지역주의로 무산되었고, 대구·경북 광주·전남 등도 관 주도로 주민의 공론화가 부족하여 무산되었다는 교훈을 되새겨봐야 함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광역단체에서 불쑥 내밀어 시·군지역 주민을 압도하겠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현 정부에서 지방시대를 열겠다는 정책은 고무적이지만 경기북도와 같이 지방자치 분권에 합당하도록 시·군과 주민 의견을 수렴하여 농촌지역까지 골고루 발전할 수 있는 기초단체 생활권 중심으로 행정구조 개편이 이루어져야 한다. 지방시대위원회에서도 초광역 메가시티가 아닌 강력한 지방분권으로 강소 시·군이 자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혁명적 수도권 분산정책을 실시하여 지방에서도 먹고 살 수 있도록 기업, 학교, 병원, 기관, 문화 등을 확실하게 이전시키고, 공동화된 팽창주의 도시계획도 압축방식으로 전환하여 지방 균형발전의 원동력을 되살려나가야 할 것이다. 과반이 넘는 수도권 집중을 그대로 두고 광역통합 제 2수도화는 농촌지역 소멸을 가속화시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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