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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홈페이지담당자 기자 입력 2024.01.22 09:28 수정 2024.01.22 09:30

류순연 편백숲하우스범어점 대표

↑↑ 류순연 편백숲하우스범어점 대표

필자는 걷기를 참 좋아한다. 한 주 내내 일하느라 지친 때에, 가장 빨리 회복할 수 있는 나만의 비법은 바로 여유롭게 길을 걷는 것이다. 걷는다는 것은 단순히 이곳에서 저곳으로 이동한다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걸으면서 느끼는 마음의 여유와 문득문득 떠오르는 생각들은, 그동안의 생활에 대한 되돌아봄과 함께 앞으로의 새로운 다짐의 계기가 되기도 한다. 더구나 마음 맞는 사람들과 둘레길을 걸으며 나누는 정담은, 삶에 있어서 어쩌면 최고의 선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몇 개월 전, 발을 다쳐 깁스를 했을 때에 가장 속상했던 것이, 나을 때까지 좋아하는 걷기를 당분간 멈춰야 한다는 사실이었을 정도다.

걷는다는 것은 길이 있기에 가능하다. 그런데 길에도 몇 가지 종류가 있는 듯하다. 우선 떠오르는 길은, 교통수단으로서의 길이다. 우리가 어디를 간다는 것은, 길을 통해 간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요즘은 길이 없는 곳이 없다. 어디든지 갈 수 있다. “길은 찾는 게 아니라 만들어 가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이제 세상의 어떤 곳이든 길을 만들어서라도 다다를 수 있게 되었다.

‘방법’을 나타내는 길의 의미도 있다. 어떠한 일에 있어서 계획을 세우거나 그 계획을 실행하기 위한 방법이나 수단을 길로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할 무슨 길이 없을까?”라든지, “지금에 와서 손쓸 길이 없다”라고 할 때의 길이 그렇다. 이때의 길은 물리적으로 우리가 걷는 길이 아니라 문제해결의 방법을 의미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또 길은 어떤 행위의 도덕적 ‘규범’으로서 뜻도 있는 것 같다. 효도(孝道)라는 낱말이 그런 것이다. 자식들이 어버이를 공경하고 섬기기를 잘하는 것이 바로 효도인데, 효도라는 말 자체는 ‘효를 실천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당연히 해야 할 가치로서, 사람이 마땅히 취해야 할 심성을 바로 길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길이 아니면 가지를 말고, 말이 아니면 하지를 말라’는, 우리 속담에서의 길도 그런 예에 속한다.

문득 생각해 보니 우리가 평소에 쓰는 말에는 ‘길’ 앞에 어떤 낱말을 붙이는 경우가 많다. 오솔길, 산길, 들길, 자갈길, 지름길 등 일상생활에서 자주 사용하는 낱말도 있고, 시골 마을의 좁은 길목을 뜻하는 ‘고샅길’, 땅이 질어서 질퍽질퍽한 길을 뜻하는 ‘진창길’도 있으며, 차나 사람이 많이 다니는 큰길을 뜻하는 ‘한길’도 있다. 산이나 호수, 섬과 같은 곳의 둘레를 걷기 좋게 조성한 길이라는 뜻의 ‘둘레길’도 있고, 해안선을 따라 도보로 제주도를 여행할 수 있게 만들어 놓은 ‘올레길’도 있다.

숲속에 나 있는 길을 말하는 ‘숲길’만 하더라도 그 속에 포함된 종류도 다양하다. ‘삼림문화·휴양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산을 오르면서 심신을 단련하는 ‘등산로’도 있고,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체험하고 경관을 즐기며 건강을 증진하는 활동을 하는 ‘트레킹 길’도 있으며, 산림에서 하는 레저스포츠 활동을 위해 조성한 길인 ‘산림레포츠 길’도 있으며, 산림생태를 체험하고 학습하거나 관찰하는 활동을 의미하는 ‘탐방로’도 있고, 산림에서 휴양과 치유 등 건강증진이나 여가 활동을 하는 길인 ‘휴양치유숲길’도 있다고 한다.

필자는 이런 많은 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무래도 ‘인생길’이 아닌가 싶다. 사람이 태어나서 세상을 살아가는 과정을 뜻하는 ‘인생길’이야말로, 우리가 주의 깊게 잘 걸어야 하는 최고의 길이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인생길은 그 누구라도 피해 갈 수 없을뿐더러 또 누구에게나 단 한 번 걸을 기회가 주어지므로 언제나 소중하게 감사하게 걸어야 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여러 가지 갈림길을 만난다. 그때마다 단 하나의 길을 선택해야 하므로, 때로는 선택하지 않았던 길을 후회하기도 하며, 가지 않은 길에 대해 미련이 남기도 한다. 결국 우리의 인생길은 다른 사람의 의지로 선택되기보다는 순전히 나의 결심에 따라 정해지기 마련이므로 항상 신중해야 한다.

순탄한 길이 있다면 가파른 길도 있을 것이고, 중간에 포기하고 싶은 힘든 오르막이 있다면 곧 쉬어갈 수 있는 내려가는 길도 있다. 가시밭길을 지나면 꽃길이 있다는 생각으로, 지금은 비록 힘들더라도 곧 나타날 행복의 길을 찾아 묵묵히 자신만의 인생길을 후회 없이 가도록 노력할 일이다.

새는 날면서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고 하던가? 가지 않았던 길에 대한 후회보다는 앞으로의 인생길에 좋은 선택만 하겠다는 새로운 다짐을 위해, 이번 주말에는 마음 맞는 사람들에게 가까운 둘레길이라도 다녀오자고 부탁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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