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대한민국의 합계 출산율이 0.78로 역대 최저치를 다시 갱신했다. 이는 OECD 회원국 중 최저에 해당하며, OECD 국가 평균 합계출산율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치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일본의 출산율보다 그 감소세가 빠르다고 한다. 이러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17년간 320조 원의 예산 투입과 다양한 대책 수립으로 대응해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저출산 대책이 발휘하는 효과는 미미하다. 정부가 수립하고 있는 저출산 대책은 단순히 가까운 시기의 출산율 수치 끌어올리기에 가깝고, 그 원인을 제대로 분석하여 지원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출산 시기에 한정된 현금성 지원이나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초등 늘봄학교(20시 까지 학교에서 돌봄 케어)등의 대책 및 정책은 청년층에게 매력적인 혜택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이는 출산이 행복한 가정을 이루게 해주는 방법이라는 측면보다는 단순히 경제적인 논리로 분석하여 지원한 결과다.
그럼 왜 저출산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는지 그 원인을 제대로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 우리나라 청년층이 당면하고 있는 문제들을 살펴보아야 한다. 요즘 모든 젊은 세대들은 단순히 결혼과 출산이 싫다고 생각하는 걸까? 그것은 아닐 것이다. 점차 심각해지고 있는 수도권 인구 밀집 현상에서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
인구학자인 맬서스의 이론에 따르면 자원이 한정된 상황에서 인구가 증가하면 경쟁이 치열해지고 생존 본능이 높아져 더욱 더 출산을 기피하게 된다고 한다. 대학 진학부터 취업, 내 집 마련,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인프라를 누리기 위해 수도권에 모여 끊임없이 경쟁에 내몰리게 된 청년들은 자연스럽게 결혼과 출산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있는 것이다. 또한, 출산 이후 육아로 인한 경제활동 중단 및 부모에게 많은 희생을 강요하는 사회적 통념도 그 원인일 것이다. 따라서 출산 연령이 자연스레 높아져 노산 및 난임이 하나의 사회적 현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젊은 세대들이 당면한 사회적인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고, 앞으로의 국가 경쟁력이 될 인구수 증가를 위해서는 국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구조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당장의 현금성 지원보다는 수도권 인구 밀집을 해소할 수 있는 장기적인 정책들이 필요하겠다. 또한 일과 육아를 양립할 수 있는 육아휴직의 제도적 정착이 필요하다. 육아휴직과 복직이 실제로 사용이 어려운 경우가 아직도 만연한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또한 신혼부부 및 출산 가정에 부동산 혜택을 주는 등의 정책도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정부의 대책만큼 중요한 것은 우리 모든 사회 구성원이 통념을 조금씩 바꿔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 다양한 형태의 가정이 존재함을 인정하고, 이민자 및 다문화 가정에 대한 인식 개선, 그리고 비혼 출산 및 혼외자 등 다양한 출산 형태를 인정하는 것이 시작일 것이다.
프랑스가 1999년 동거부부, 미혼모 등 비전통적 가족제도를 포용하는 정책을 도입해 출산율 상승을 이끌었듯, 꼭 ‘전통적인 가족의 형태만이 정상적인 가족이다’라는 생각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가정 내에서 성역할에 관한 문제도 오랜 시간 양성평등 교육을 통해 드디어 조금씩 변하고 있는 만큼 다양한 가족의 형태 또한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할지라도 지속적인 인구 교육을 통해 우리 사회 구성원이 모두 인식을 바꿔나가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20대 후반과 30대 초반의 사람들이 최초로 부모 세대보다 못 사는 세대가 될 것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청년들에게 부모 세대보다 나의 미래가 더 나아질 것이라는 확신이 들 수 있도록 정책을 펼치고 보여주어야만 출산율이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