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류순연 편백숲하우스범어점 대표 |
|
필자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나름대로 봉사 활동을 한 경험이 많다. 당시 학교 선생님과 한의사 한 분과 그 지인, 그리고 필자의 당시 선후배 몇 명이 주기적으로 양로원을 찾아 의료봉사활동에 하루를 다 보내고도 기쁜 마음이었음이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된다. 주기적으로 하는 일이라 사전에 다른 약속은 모두 뒤로 미루었고, 가끔 힘들다고 생각한 적은 있지만 결코 후회해 본 적은 없는 뿌듯한 경험이다.
그런데 며칠 전 우리 아파트 통장을 뽑는다고 지인이 알려주면서 필자를 적극 추천하는 바람에 얼떨결에 지원하게 되었는데, 덜컥 합격 통지를 받았다. 현재의 일상에 새로운 활기가 필요한 일을 찾고 있던 차에, 이런 합격 소식은 무척 기분 좋은 사건이었다. 추천해 준 지인과 뽑아준 분들에게 느끼는 고마움을, 지역에 ‘봉사’하는 계기로 삼아야겠다고 다짐하면서 새로움에 대한 도전이라 생각하니 무척 설레었다.
문득 ‘봉사’라는 것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보았다. 봉사는 어떤 대가를 요구하지 않고, 자발적으로 노동력을 제공하는 행위다. 그러니까 스스로 원하는 행위라야 봉사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이 원해서 하는 경우이므로 누구도 시비 할 성질이 아니지만, 그 의미가 참되기 위해서는 얼마나 오래 진실하게 변하지 않는 마음으로 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필자는 고등학교 때부터 결혼 후 첫아이와 함께 봉사를 다녔고, 또 그 아이가 이제는 30대 어엿한 직장인이 되어 나름대로 봉사 활동을 이어가고 있으니, 그런 측면에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적어도 ‘봉사’로서 성공하느냐 아니냐는 지속적이냐 아니냐는 것으로 판가름 난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며칠 전 헌혈하는 고등학생이 4년 전과 비교하여 절반도 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뉴스가 있었다. 헌혈자 수는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 급감한 이래, 일상 회복 이후에도 다른 연령층에 비해 유독 고등학생 헌혈자가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2024학년도 대학입시부터 봉사활동 비중이 줄어들면서, 헌혈이 ‘입시용 봉사활동’의 범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봉사가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고 하는 행위인데, 대학입시에서 헌혈의 봉사점수를 줄이자, 헌혈 자체가 확연히 줄었다는 것이다. 어쩌면 지금까지 헌혈했던 고교생의 대부분은 애당초 ‘봉사’를 한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 대목이다.
‘봉사’참여 자체도 줄어드는 추세라고 한다. 행정안전부 ‘1365자원봉사포털’을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2019년에는 203만 7,302명으로 전체 10대의 62%가 자원봉사를 했는데, 2020년 83만 9,845명(29%)으로 줄어든 뒤, 작년 한 해 동안 1회 이상 자원봉사를 한 10대는 43만 3,000명으로 전체 10대 인구 대비 20% 정도였다고 한다. 대학도 봉사 활동 점수를 대폭 낮춰서 반영하거나 아예 반영하지 않기도 하여, 이제 봉사활동의 중요성이 많이 떨어졌다고 학생 스스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명 인사가 자신의 이미지를 관리를 위해 하는 봉사도 진정한 봉사가 아니라는 것을 많은 사람이 알고 있다. 유독 선거철만 되면 여기저기 반짝 봉사 단체를 찾아가는 정치인들이 많아서다. 그들은, 어떤 다른 방법보다 봉사하는 이미지가 표를 많이 얻게 할 것으로 생각할 것이다. 아프리카 오지에 가서 자원봉사 화보 찍고 오는 연예인들도 아마 그런 범주에 속할 것이다.
이는 진정한 봉사가 아니다. 왜냐면 자신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자신의 이미지를 좋게 하는 수단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진정한 봉사였다면 자신을 드러내지 않았을 것이다. 그나마 이런 자원봉사도 가끔 순기능이 있기도 한다는데, 유명 인사가 봉사활동을 하면, 해당 장소에 대한 일반인의 시선을 불러 모아 다른 사람의 봉사를 잇게 하기도 한다는 이유다.
그러나 산업사회가 고도화될수록 봉사의 고유 의미가 비록 퇴색될지언정, 봉사 활동에 참여할 유인책을 마련하는 것이 좋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봉사는 학교 밖에서 다른 사회 구성원과 접촉할 기회를 제공하는데, 요즘 젊은이는 그런 기회가 적다 보니 타인에 대한 편견이나 오해가 많이 쌓이고 그것에서 비롯된 갈등이 사회적 불균형을 초래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더구나 요즘은 자기희생보다 어떤 인센티브가 있어야 행동에 나서려고 하며, 그나마 어찌해서라도 봉사라는 행동을 여러 번 하다 보면 그 가치를 은연중 깨달을 수 있고, 그러면 결국 봉사의 본연의 가치에 다가갈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그동안 통장이 무얼 하는 사람인지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이제 통장이 되고 보니 그동안의 통장님들이 우러러보이고, 필자 또한 지금까지의 통장들처럼 명예롭게 마땅한 일을 봉사하는 마음으로 해보려고 한다. 무슨 일에서든 진정 봉사하는 마음으로 대한다면 안 될 일이 없다는 신념으로 작은 일에서도 큰 정성을 쏟아보겠다고 다짐해 본다. 과거 ‘봉사’하면서 느낀 기쁨을 새롭게 체험하려 굳게 마음먹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