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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은정 인구보건복지협회 대구경북지회 인구교육전문강사 |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올해 대한민국 2분기 합계출산율이 0.7명으로 떨어졌다. 작년 0.78명에서 더 떨어진 수치다. OECD 회원국 중에서는 가장 낮은 숫자로 꼴찌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놀랍게도 2021년 기준 OECD 회원국 중 대한민국에 마련된 여성의 육아휴직 제도는 한국이 10위를 차지했고, 대한민국 남성의 육아휴직 제도는 52주로 가장 길어 회원국 중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같은 해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실제 육아휴직 사용률은 여성의 경우에는 65.2%, 남성의 경우 4.1%에 그쳤다. 이것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 것일까?
2020년 유럽에서 가장 높은 합계출산율 1.8명을 기록한 프랑스와 우리나라의 정책을 비교해보자. 보육 서비스의 경우 프랑스는 맞벌이 부모 대상으로 일부 자부담 전일제 보육, 우리나라는 모든 아동 대상으로 무료 전일제 보육을 시행하고 있다. 돌봄 서비스의 경우 프랑스는 자부담으로 전문보육사 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으며, 우리나라는 일부 정부 지원을 받아 아이돌보미 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다. 출산휴가의 경우 프랑스는 16주, 우리나라는 90일 사용할 수 있으며, 육아휴직의 경우 프랑스는 첫째 1세까지 부모 각각 6개월, 둘째 3세까지 각각 24개월, 우리나라는 아동 나이 7세까지 부모 각각 12개월이다. 현금 급여의 경우 프랑스는 두 자녀 이상 가족에게 20세까지 가족수당, 우리나라는 모든 자녀에 대해 5년간 아동수당, 2년간 부모수당을 지급한다.
단편적 비교일 수 있지만, 이렇게 정책만 놓고 보면 사실 우리나라의 정책도 프랑스 못지않다. 이렇게 우리나라도 충분한 제도를 마련해두고 있지만 잘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2021년 인구보건복지협회 조사에 따르면 남성 근로자가 육아휴직을 원활하게 사용하지 못하는 주요 이유로 ‘수입 감소, 직장 분위기’ 등이 나타났다. 일과 가정 양립에 있어서 가장 큰 걸림돌이 경제적 부담인 경우라면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하지만 직장 분위기의 경우라면 우리가 용기 내어 변화를 일으켜야 한다. 육아하기 좋은 도시, 육아하기 좋은 나라로 바꾸어 가기 위해 필요한 것을 요구하고 목소리를 키워나가야 할 때다.
지방소멸의 위기를 넘긴 지역 사례를 살펴보자. 먼저 경북 의성에는 ‘의성늘보’라는 로컬 카페가 있다. ‘의성늘보’의 배성룡 대표는 지방소멸 위기 1위라는 의성의 타이틀에 오히려 성공 의지가 생겨 의성에 진입했고, 의성군의 ‘도시 청년 시골 파견제’라는 제도를 통해 정착에 성공한 경우이다. 그와 마음을 함께하는 주민들과 지자체는 계속해서 힘을 모으고 있고, 2022년 의성의 합계출산율은 1.46명으로 인구 소멸을 극복하고 있다. 또, 강원도 양양에는 ‘서피비치’라는 서핑 전용 해변이 있다. ‘㈜라온서피리조트’ 박준규 대표의 혁신적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사업으로, 양양의 관광산업에 크게 일조하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인구 2만여 명의 지자체에 서핑하러 오는 인구만 190만 명으로, 고령화 도시였던 양양의 방문객 증가율이 전국 1위를 차지할 정도로 큰 변화를 일으켰으며, 고속도로 개통 등 양양군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2018년부터 양양군의 실질적인 인구 증가가 시작되면서 인구 소멸 위기를 극복했다.
나무늘보와 서피비치는 로컬 비즈니스의 성공적인 사례로 여기에서 공통으로 엿볼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그들의 ‘기업가정신’이다.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은 흔히 경영학 분야에서 사용되는 용어로 창업가 혹은 기업가에게 덧붙여지는 말로 창업가정신이라고도 한다. 개인 차원의 기업가정신은 주로 ‘혁신성(innovativeness), 위험감수성(risk taking), 진취성(proactiveness), 자율성(autonomy), 경쟁적 공격성(competitive aggressiveness)’ 등의 핵심 요소를 지니는 것이 특징인데, 저출산 시대에서 희망을 찾기 위해 우리 국민이 모두 배성룡 대표와 박준규 대표와 같은 기업가정신을 발휘해야 할 때다.
나의 삶은 엄마가 되기 전과 후로 나뉜다. 두 아이의 엄마가 되면서 많은 것이 바뀌었다. 다 잘 해내고 싶었고, 그래서 나는 멈출 수 없었다. 대부분 시간은 아이와 함께였지만 ‘시간 보육제 서비스’와 ‘어린이집’을 활용하여 내 시간을 확보했고, 때로는 ‘인구보건복지협회 육아맘 자조모임’을 통해 세상과 소통했다. 무엇보다 배우자의 ‘육아휴직 제도’ 덕분에 아이가 있는 내 삶에 점진적으로 익숙해질 수 있었다. 그 시간이 모여 나는 마침내 ‘육아맘 자문위원’, ‘대한민국 인구강사’의 자격까지 얻게 되었다. 얼마 전 나는 아이와 함께 ‘대한민국 인구포럼’에 참석했다. 나는 이것 또한 큰 희망이라 여겼다.
앞으로 우리는 많은 상황에서 용기가 필요하다. 출산을 통해 또 다른 세상을 만날 용기, 마련된 제도를 사용할 용기, 남다른 생각과 태도로 세상을 헤쳐나갈 용기, 그런 용기들을 모아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자. 우리 개인의 삶, 그리고 대한민국의 미래는 우리에게 달렸다. 현재 혹은 미래의 엄마·아빠들이여, 내 안에 잠재된 용기를 꺼내어보자. 우리는 할 수 있다. 아직 희망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