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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아이가 미래다

황보문옥 기자 입력 2023.11.25 19:19 수정 2023.11.27 09:21

곽중문 인구보건복지협회 대구경북지회 대구100인의 아빠단



지난 23년 1월 1일 육아휴직을 시작했다. 육아휴직은 여성 또는 좋은 회사에서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내가 육아휴직을 쓰다니.. 실감이 나지 않았다. 우리회사는 여직원 비율이 높아 여성의 육아휴직 비율이 높은편이다. 

정부에서도 최근에 3+3 부모육아휴직제도를 활성화면서 남성직원의 육아휴직도 조금씩 늘기 시작했고 다행히 나도 정부 지원정책을 핑계(?) 삼아 회사에 휴직계를 내고 둘째아이 육아를 위해 3개월 단기 육아휴직제도 시행에 동참을 하기로 하였다. 

아내가 육아휴직 후 복직시점이 되어 내가 둘째아이를 전담하는 것으로 교대를 한 것이다. 첫째 아이는 아내만 육아휴직을 1년 했고 그 이후엔 어린이집에 보냈다. 맞벌이라는 이유로 첫째 아이를 어린이집에 너무 일찍 보낸 것 같아 마음 한 편에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는데 둘째 아이는 정부의 육아휴직 제도도 이용할겸 어린이집 생활을 늦게 시작해주고 싶었다.

○육아휴직을 부담으로 여겨서는 안된다

육아휴직을 하기 전에 육아를 전담하는 것은 사실 큰 부담으로 오지는 않았다. 맞벌이를 하면서 육아에 많이 참여하고 있다고 나름 자신(?) 했었고 22년도에도 제 4기 100인의 아빠단으로 활동하면서도 아이들과 노는 방법을 체득한 부분도 있었다. 

가장 부담이 된 것은 내가 육아휴직을 하면서 내가 맡던 업무를 다른 누군가가 맡아야 하는 생각에 미안한 마음이 가장 부담이 컸다. 다행히 내 업무를 맡아준 사람은 육아휴직을 이전에 했던 직원이어서 그나마 미안한 마음을 줄일 수 있었고 막상 육아휴직을 시작하니 예상했던 것과 다르게 업무적으로 전화가 많이 오지 않았다. 휴직 전에는 내가 회사를 나오지 않으면 내가 하던 업무가 잘 안 돌아가지않을까 걱정했지만, 오산이었다. 내가 인수인계를 잘했던지, 업무대행자가 업무역량이 뛰어났던지 둘 중에 하나였겠지만 아마 후자였을 것이다.

○육아로 행복을 채우다

육아휴직을 하면서 12개월 아이와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매번 아이가 협조적이지는 않았다. 어떤 날은 야끼우동이 너무 먹고 싶어서 일부로 아이가 낮잠자는 시간에 맞춰 식당에 가서 주문을 기다리고 있는데 잠에서 깨어 대성통곡을 해 결국 포장을 해온 적도 있었고, 유모차를 끌고 헌혈을 하러 가서 혈액원 직원분이 아이가 깨지 않게 유모차로 계속 움직여 주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니 아이가 비 협조적일떄가 더 기억이 선명하고 추억으로 더 각인이 된 것 같다. 

회사다닐 때는 주말에 어쩌다가 한 번씩 방문했던 부모님 집에도 수시로 아이와 평일에 왔다 갔다 하면서 아이를 더 자주 보니 부모님도 좋아하셔서 육아휴직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도 휴직 전에는 엄마를 주로 찾았는데 육아휴직을 하면서부터 현재까지도 아빠를 더 많이 찾아서 피곤하기도 하고 행복하기도(?) 하다.

○인구보건복지협회 대구경북지회에서 주관하는 대구100인의 아빠단은 고마운 멘토 역할을 하고 있다

아이를 키우면서 주말만 되면 아이들과 무엇을 하면 시간을 보낼까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 100인의 아빠단 단원으로 활동하면서 고민이 많이 줄었다. 

100인의 아빠단이란 전국의 지역별로 100명씩 아빠단을 구성하여 매주 미션을 수행하고 오프라인 행사 참여를 통해 아빠의 육아휴직 동참을 확대하고 만든 좋은 정책이다. 100인의 아빠단은 22년도 4기를 거쳐 23년도 5기에도 참여하고 있다. 매주 이뤄지는 온라인 미션과 수시로 진행되는 오프라인 행사에 참여하면서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다 보면 평일, 주말 할거 없이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100인의 아빠단으로 미션수행을 깜빡하거나 피곤해서 그냥 넘어간 적도 있지만 확실한 건 이 활동을 하면서 아이와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면서 더 친해지고 더 끈끈해졌다는 것이다. 주변에서 아이를 키우는 지인을 보면 100인의 아빠단 활동을 꼭 가입해서 하기를 추천한다. 하지만 주말근무, 교대근무 등 사유로 참여를 하지 못하는 아빠도 있는 것 같아 선택된 소수만 좋은 지원제도에 혜택을 받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하기도 했다. 출산, 육아장려를 위한 좋은 제도를 일부가 아닌 다수가 경험하면 좋을텐데..

○‘합계 출산율’알고 가자!

우리나라의 2022년 가임 여성(15~49세)합계 출산율은 0.778명이다. 현재 추세로라면 멀지 않은 미래에 대한민국은 소멸될 것이라고 한다. 정부에서 출산, 육아 장려를 위해 육아휴직 급여인상, 휴직기간 연장, 대체인력제도, 100인의 아빠단, 3+3육아휴직 등 다양한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지만 출산율 하락은 막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국민의 다수인 중소기업,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 혜택을 보기 어려운 지원사업들도 많은 이유라고 생각된다. 

국가에서 출산, 육아 관련 법과 좋은 정책을 시행하고 확대하고 있지만 국민 대다수가 혜택을 볼 수 없다면 모두가 혜택을 볼 수 있는 파격적 정책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아이는 우리의 미래이자 국가의 존망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모두가 공감할수 있는 출산정책 이루자

일부만 혜택을 받는 정책은 줄이고 다수가 받을 수 있는 출산·육아정책을 만들자. 현재 결혼, 출산, 육아를 하기에 가장 부담이 되는 것은 집값이라고 생각한다. 

전세·주거 구입자금 등 대출시 신혼부부 1%, 아이 1명당 1~2% 정책금리인하 등 파격적 혜택으로 지원을 하자. 지금은 디딤돌, 버팀목 대출 등 소득제한, 아파트 가액 등 제한사항이 많지만 제한사항 없애고 모두에게 정책금리 인하 혜택을 주자. 수 십년간 제한을 두고 정책금리 인하를 했지만 실질 출산율은 감소하지 않았는가. 

상대적으로 여유있는 사람이 아이를 더 나을 수 있고 국가에 더 기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소득에 관계없이, 아파트 가액에 관계없이 정책금리를 인하하자. 그리고 적용 시점은 제도가 시행되는 이후부터 결혼, 출산자에게만 지원된다는 부분은 빼자. 소급적용 하자. 

잡은 고기엔 밥을 주지않는다는 말이 있다. 밥을 주지않으면 결국 잡은 고기는 죽고 말 것이다. 우리나라의 상황이 딱 그렇다. 매번 잡은 고기엔 밥을 충분히 주지 않았고, 죽어갔고, 출산율이 떨어져갔다. 기존 가족을 이룬 가정에도 지원을 해서 결혼, 출산, 육아 참여를 확대하자. 아이가 우리의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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