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통계에 따라, 기대수명이니 건강수명이니, 하지만 기대·건강수명도 유병장수(有病長壽)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 살다보면, 누구든 아플 때가 있다. 이때는 의사(醫師)를 찾는다. 우리나라 의사 수는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지난 3월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공공의료기관인 지방의료원 35곳 중 24곳(69%·1월 기준)이 의사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의료원마다 정상적인 병원 운영을 위해 필요한 의사 5명 중 1명이 없는 셈이다. 시간을 다투는 수술까지도 못 하는 상황까지 벌어진다.
지난 5월 한국의 인구 1,000명당 활동 의사 수는 2.1명(2021년, 한의사 제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꼴찌 수준이다. 2022년 말 공개된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의 ‘전문과목별 의사 인력 수급 추계 연구’에 따르면, 의사 1인당 업무량이 2019년 수준이라면, 2030년 1만 4,334명, 2035년 2만 7,232명의 공급이 부족하다. 의료 이용량 증가에 따라 추가로 필요한 의사 수를 2050년 3만 6,000명으로 추정했다. 2027~2050년 매년 1,500명을 증원해야 이 같은 인원이 추가 배출된다.
지난 2020년, 정부는 2022학년도부터 10년에 걸쳐, 의대 정원을 총 4,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의협의 거센 반발에 재검토만 약속했다. 속칭 일부 의사들의 참담한 밥그릇 싸움이다.
지난 4일 의료격차 해소 등으로 지방소멸을 막고, ‘지방정주시대’를 열어간다. ‘국립의대 설립’에 본격적으로 경북도와 전남도는 손을 맞잡았다. 함께 국회 소통관에서 정태주 안동대 총장, 송하철 목포대 총장, 박병희 순천대 의대설립추진단장과 ‘의료 최대 취약지 경북·전남 국립의대 설립 촉구’대정부 공동 건의문을 발표했다. 건의문은 지역민의 숙원인 국립의과대학 설립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어려운 의료현실을 호소하기 위해 추진됐다.
공동 건의문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생명권과 건강권은 ‘지방에 산다는 이유로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 헌법상의 권리다. 보건의료기본법 제10조에도 분명히 명시돼 있다. 이는 헌법상의 권리만이 아니다. 지방에 산다는 것만도 아니다. 인간생명의 존엄성 권리다. 경북도와 전남도 450만 도민은 오랜 세월 생명권과 건강권을 박탈당했다. 지역 의료 환경 개선과 부족한 의료자원 확보를 위해, 지역 국립의과대학 설립에 정부와 국회가 적극 나서 줄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두 지역은 지형적 특성상 도서·산간 지역이 많아, 의료 접근성이 매우 취약하다. 더욱이 외과·소아청소년과·산부인과 등 필수 의료분야가 빠른 속도로 사라지는 현실이다. 국립의대 설립을 한다면서, 하필이면 외과 등이냐를 묻는다. 3차 병원의 어느 전문의는 자기도 잘 모를 정도로 진료과목이 하도 세분화됐다고 실토했다.
이에 따라, 지역의 아이들과 산모들이 제때 진료를 받지 못한다. 다른 지역과 수도권으로 원정 진료를 떠나야만 하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이런 과목만 있으면, 국립의대인가를 다시 묻는다. 스스로 안목을 좁히는 것과 같다. 지역 공공의료기관은 고액 연봉에도 필수 의사 인력을 구하지 못한다. 공중보건의 마저 줄어, 지역 기초 의료체계가 붕괴하는 참담한 현실에 직면했다. 경북 전남의 인구 1,000명 당 의사 수는 경북 1.4명, 전남 1.7명으로 전국 평균 2.1명을 밑돈다. 골든타임이 중요한 뇌졸중, 심근경색 등 중증 응급 분야의 경우 전문의 수, 기준 설치율 등이 모두 평균 미만이다.
이철우 경북 지사는 지역 국립의과대학을 설립해, 도민 건강을 책임져야한다. 지난 7월 OECD 2023년 보건통계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우리나라 봉직의 평균 소득이 1억 8539만원이다. 개원의는 2억 9428만원으로 조사됐다. 경북과 전남에 의대를 설립하여, 전문의 면허를 손에 놓는 순간, 그는 돈을 벌기위해, 대도시나 수도권으로 도망간다. 이를 연봉만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특단의 제도가 일부 난탕 치는 못된 의사를 막아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