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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안동, 하나마나한 민방위 훈련

김봉기 기자 입력 2023.08.23 14:41 수정 2023.08.23 17:23

디지털 편집국장 김봉기


23일 오후 2시, 6년 만에 시행된다며 마치 큰 이벤트인 것처럼 호들갑 떨던 민방위 훈련이 시작됐다.

이에 본지는 오랜만에 시행되는 이 훈련의 참여도를 알아보기 위해 본사 옥상으로 향했다.

오후 2시가 되자 정확히 공습 사이렌이 울렸고, 훈련이 시작됐다.

그러나 곧 엄습하는 의아함. 훈련은 하고 있는 건가….

기자 세대는 민방공 훈련부터 겪어와, 대략의 훈련 모습이 각인 돼 있다.

예전엔 공습 사이렌이 울리면 민방위복을 입은 공무원이 ‘민방위’완장을 차고 어디에선가 나타났고, 이어 경찰을 비롯한 각종 통제관들도 모습을 드러냈었다.

이어 이들은 곧 차량을 통제하고, 무심한 듯 걷고 있는 일부 시민들을 은폐(?-사실은 대피 시켜야 하지만 현실은 안 보이게 숨기기에 급급하다)시키는 일을 수행했었다.

그러나 이날 훈련은, 이런 모습은 눈 씻고 찾아도 볼 수 없었다.

본사가 위치한 곳은 안동 제비원로와 명륜 터널 진입로가 만나는 삼거리에 위치하고 있어, 제비원로 전체가 한 눈에 들어오는 곳이다.

다시 훈련 상황으로 돌아가 보자.

결론부터 말하자면 공습 사이렌은 울렸지만,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차량과 행인을 통제하는 인력도 없었다. 오히려 이 시간 갓길에 주차해 놓은 차를 꺼내 새로 운행에 나서는 진풍경도 벌어지고 있었다.

이런 훈련의 목적성에 의아심이 들면서, 실소가 저절로 번졌다.

신냉전이니, 글로벌 재편이니, 안보의식의 부재니 하면서 요란스럽게 시작된 훈련이, 그나마 ‘하는 척’하는 행태도 보이지 못했던 것이다.

이런 훈련은 무엇 때문에 실시하는가. 훈련 주체인 지자체는 무엇을 준비했는지…. 아니 무슨 역할을 해야 하는지 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도 늦게나마 통제를 위한 어떤 조치가 있겠지 하고 기대했던 스스로에게 ‘화’가 나기 시작했다.
공습 경보 15분 후 정확하게 경계경보로 전환한다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이 안내방송은 마치 옛적 무슨 소리인지도 알지 못하게 ‘웅~웅’거리기만 했던 기차역의 안내 방송과 하나도 다르지 않았다. 온 청각세포를 곤두세워 들어야만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있었다.

이런 훈련이라면 하지 말자는 자조 섞인 마음의 소리가 바깥으로 울려 나았다.

다시 5분후 상황이 해제 됐다. 더위에 지친 듯한 민방위 깃발만이 전봇대 위에서 흐느적 거리고 있었다.

헛헛한 마음으로 책상에 돌아와 행정안전부가 발송한 민방위 훈련 관련 '안전 안내 문자'를 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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