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겐 선비문화가 존재한다. 선비문화가 억압을 상징한다면, 하회문화는 선비의 권위를 전복한다. 하회탈춤 속에는 금기의 위반이 여러 차례 나온다. 양반의 지체와 선비의 학식을 조롱한다. 특권층의 허구적 윤리성을 폭로한다. 남녀 질서를 전도한다. 적어도 별신굿이 벌어지고 있는 무대에서만큼은 양반과 천민의 구분이 사라진다. 그 구분이 사라졌다는 사실만으로도 양반에게는 모욕이다.
여기서 우리는 질서 위반의 극치를 발견한다. 하회탈춤 속에 그 시대의 지배질서에 대한 피지배계층의 비판의식이 담겨 있다. 비판이 양반사회 자체를 부정하고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데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그만큼 하회탈춤 속에 반영되어 있는 민중의식은 사회변혁의지로까지 승화하고 못했다. 그 비판의식은 특정한 계기가 주어지면, 언제든지 현실화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는 점에서 잠재적인 변혁의식이다.
하회탈춤의 주제는 부와 권력을 풍자한다. 양반의 지체와 선비의 학식을 조롱한다. 특권층의 허구적 윤리성을 폭로한다. 하회탈춤 속에 그 시대의 지배질서에 대한 피지배계층의 비판의식이 담겨 있다. 2022년 한국의 탈춤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이 됐다. 유네스코 무형유산보호협약 정부 간 위원회는 ‘한국의 탈춤’을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 목록에 올렸다. ‘한국의 탈춤’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면서, ‘하회별신굿탈놀이’를 보유한 안동시는 국내에서 유네스코 세계유산 3대 분야를 모두 석권한 유일한 도시가 됐다.
선유줄불놀이는 조선시대 양반들이 배를 띄우고 시를 읊으며, 즐긴 한국식 불꽃놀이다. 부용대 정상과 만송정을 잇는 230m의 부챗살 모양 다섯 가닥 줄불이 허공에서 한마디씩 타오르며, 황홀한 광경이 연출된다. ‘낙화야’란 함성과 함께 70m 부용대 정상에서 떨어지는 불덩이가 부용대 절벽에 부딪혀 사방으로 흩어진다. 강물 위에서는 달걀 껍데기 속에 기름을 묻힌 솜을 넣고, 불을 붙인 수백 개의 달걀 불이 떠다니는 ‘연화’ 또한 몽환적 감명을 전한다.
풍산 류 씨 집성촌인 하회마을은 박제된 문화재가 아니다. 600년을 이어온 전통과 문화가 주민들의 생활에 배인 곳이다. 하회마을은 낙동강이 큰 원을 그리며 산을 휘감는다. 마을 입구를 들어서면, 하동고택과 남촌댁, 양진당, 충효당 등 유서 깊은 대종택부터 소작인들이 살던 초가까지 다양한 전통 주택이 빼곡하다. 보물로 지정된 곳이 두 채, 중요민속자료로 지정된 곳이 아홉 채다. 3월부터 12월까지 매주 화~일요일 오후 2시에는 하회별신굿탈놀이 공연을 볼 수 있다.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도 올해 원도심 일원에서 10월 2일~9일까지 펼쳐진다. 부용대는 낙동강 너머 하회마을을 굽어볼 수 있는 절벽이다. 부용대 정상에 올라서면, 마을 전체를 조망하는 수려한 경치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부용대라는 부용은 연꽃을 뜻한다.
옥연정사는 조선 중기의 대학자 류성룡이 세운 서당이다. 겸암정사는 류성룡의 형 류운룡이 지은 정사다. 만송정 숲은 겸암 류운룡이 부용대와 마을 사이에 조성한 숲이다. 천연기념물 제473호이다. 낙동강에 휘감듯 길게 펼쳐진 소나무 군락지는 은은한 솔향이 바람을 타고 실려 온다. 올해 7월까지 하회마을 방문객은 총 25만 7,674명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22만 7,670명에 비해 약 13% 증가했다. 지난 1년간 하회마을 방문객은 49만 62명이다.
하회 선유줄불놀이는 오는 26일에 이어 9월 30일, 10월 7일, 28일 하회마을 만송정 일원에서 펼쳐진다. 오후 7시부터 8시까지 초청공연이, 8시부터 선유줄불놀이 시연이 진행된다. 경주시엔 불교 최대의 유적지인 남산이 있다면, 선비의 고을인 안동시엔 일종의 시회(詩會)인 선유줄불놀이가 있다.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되, 현대에 전통이 살아 있도록, 보존할 것을 권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