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에이즈(AIDS) 감염인들에 대한 직장, 학교, 의료기관 등에서의 차별이 여전히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21일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의료차별 경험 및 인식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에이즈(후천성 면역결핍 증후군)는 보통 인간 면역결핍 바이러스(HIV)에 감염된 상태를 말한다. 인체 면역력이 저하돼 각종 감염증세와 종양이 나타난다.이번 조사는 지난해 에이즈 감염 확진자 208명과 감염내과 전문의 57명 등을 대상으로 진행됐다.조사결과에 따르면 에이즈 감염인 93%는 ‘사회 전반적으로 차별이 많거나 있는 편’이라고 응답했다. 특히 직장에서의 차별이 있다는 답변이 91.2%로 가장 높았다.이어 학교에서의 차별(83.2%), 주변사람에 의한 차별(83.0%), 의료기관 차별(79%) 순이었다. 의료서비스 이용 시 겪은 차별 경험으로는 ‘다른 질병으로 병원 방문 시 HIV 감염인임을 밝히기 어렵다’는 답변이 76.2%로 가장 많았다.또 ‘치료를 위한 병원 방문이 불편해 대도시로 이사했다’는 답변이 35.5%, ‘진료 기록에 감염인 표시’ 27.7%, ‘타과 진료시 차별’ 26.5%, ‘본인 의사에 반해 처방전 등에 HIV 감염 명시’ 26.5% 등이었다.설문 대상자의 40.5%는 치료·시술·입원 시 감염예방을 이유로 별도 기구나 공간을 사용하는 의료 차별을 받았다고도 답변했다.이외 HIV 감염사실을 확인한 후 약속된 수술 기피 또는 거부당했다는 응답이 26.4%, 의료인의 동성애 등 성정체성에 대한 혐오 발언이나 차별적 태도를 겼었다는 응답은 21.6%, 공식적인 협진 경로 외 의료인에게 감염사실을 누설했다는 답은 21.5%로 나타났다.또 이들은 의료기관 규모가 작을 수록 차별이 심하다고 인식하고 있었다.감염인들은 의료기관의 차별 빈도에 대한 문항에 동네의원(39.2%), 중소병원(25.1%), 대학·종합병원(13.1%), 요양병원(20.6%) 순으로 차별이 심각하다고 답변했다.최근 3년간 감염상태와 연관해 의료서비스를 거부당한 경험은 동네병원(17.3%), 중소병원(14.4%), 대학·종합병원(8.2%), 요양병원(3.4%), 정신과(1.9%) 순으로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그러나 이들이 의료차별을 경험했을 때 도움을 요청한 경우는 전체의 29.9%에 불과했다.차별이나 어려움에 처했을 때 도움을 요청할 곳(사람)을 알고 있는 경우는 78.2%로 파악됐으나 구체적 경로에 대해서는 ‘감염인 단체 및 온라인커뮤니티’가 49.7%로 가장 높았고 ‘국가인권위원회’는 19.5% 수준으로 파악됐다.이들이 에이즈 감염 이후 ‘감염 사실이 주위에 알려지는 것’을 가장 많이 걱정하는 것(92.1%)으로 조사됐다.다음으로 건강악화에 대한 불안감(87.7%), 경제적 어려움(84.2%), 성생활·연애의 어려움(55.7%), 주변인들로부터의 차별과 소외(53.7%) 등이 뒤따랐다.인권위 관계자는 “1990년대 말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가 도입되면서 에이즈 감염인의 건강유지와 전파력 자체를 억제하는 것이 가능해 일상적 외래진료나 수술을 받는 경우가 증가했음에도 혐오와 차별이 사라지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인권위는 오는 22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인권교육센터 별관에서 ‘감염인(HIV·AIDS) 의료차별 개선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한다.토론회는 이번 공개된 조사결과를 토대로 에이즈 감염인에 대한 사회적 낙인과 차별을 살펴보고 정책·제도적 방안 모색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