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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칠곡 중학생들이 '워커장군을 기억해 달라'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칠곡군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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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곡지역 중학생들이 6·25 전쟁에서 공을 세운 미8군 사령관 '월턴 해리스 워커(1889~1950)' 장군을 알려 달라며 이색 민원을 제기해 눈길을 끌고 있다.
민원인은 칠곡 장곡중학생 10여 명. 이들은 지난 7일 칠곡군청 홈페이지 '군수에게 바란다'에 장문의 글을 남겼다.
6·25 당시 전 국토의 90%가 북한군에 점령당하고 10% 밖에 남지 않은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워커 라인(낙동강 방어선)'을 구축해 북한군을 막아 낸 워커 장군의 업적을 청소년들이 알 수 있도록 해 달라는 민원을 넣기 위해서다.
이런 중학생들의 착한 민원은 과제물 작성을 위해 SNS를 검색하는 과정에서 워커 장군의 사연을 접한 김동준(장곡중·3)군으로부터 시작됐다.
김 군은 워커 장군이 남긴 "내가 여기서 죽더라도 한국을 지키겠다. 후퇴란 없으며 사수하느냐 죽느냐의 선택만이 남았다"라는 말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이에 고향을 가로 자르는 낙동강을 지킨 워커 장군의 활약상을 또래 친구들에게 알리기 위해 태어나서 처음으로 민원인이 되기로 했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학교 친구들에게 워커 장군에 대해 설명하자 친구들도 김 군과 뜻을 함께했다. 김 군과 친구들은 학원 수업이 끝난 늦은 저녁에 모여 한 자 한 자 글자를 정성껏 쓰며 곱게 색칠을 이어갔다.
이어 김재욱 군수에게 보낼 장문의 글을 작성하고 워커 장군을 알리기 위한 퍼포먼스를 펼쳤다.
학생들은 민원글을 통해 "우리가 사는 칠곡에서 전쟁을 치르고 낙동강을 지켜낸 사람은 워커 장군인데 그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다"며 "교과서에도 워커 장군 이야기는 없다. 초·중·고생들이 꼭 알 수 있게 해 달라"고 주장했다.
민원을 접한 김 군수는 글과 사진을 SNS에 올려 학생들의 사연을 공유하며 격려했다.
김 군수는 SNS에서 "중학생이 보낸 세상에서 가장 기분 좋은 민원을 소개한다"며 "학생들이 너무 기특하고 대견하다. 낙동강의 영웅인 워커 장군을 알릴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화답했다.
한편 워커 장군은 미국 텍사스 출신으로 육사를 졸업하고 제1·2차 세계 대전에 참전했다. 6·25 당시 낙동강 전선을 사수하고 인천상륙작전에 성공해 9·28 서울 수복의 주역으로 평가받고 있다.
1950년 12월 함께 참전 중이던 아들 샘 워커 대위에게 무공훈장을 수여하기 위해 이동하던 중 서울 도봉구에서 트럭에 치여 세상을 떠났다. 이재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