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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찬곤 경북과학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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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조’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사전적 의미로 ‘고집을 부리는 버릇이나 태도’ 또는 ‘고집이 세고 고약한 성질’로, 보통 “곤조를 피운다” 거나 “곤조를 부린다” 정도의 부정적인 뜻으로 주로 쓰이고 있다. 일본어에서 유래된 것으로, 우리말로 바꾸자면 ‘성깔’ 정도의 의미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는 주장도 있다.
그런데 ‘곤조 저널리즘(gonzo journalism)’이라는 말이 어느 일간지에 소개되면서 ‘곤조’에 대한 말이 세간의 주의를 끌고 있다. ‘곤조’는 프랑스어 ‘빛나는 길(gonzeaux)’ 또는 스페인어 ‘황당하다(gonzagas)’라는 말의 뜻이 아닐까 하고 추측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곤조 저널리즘’이라는 말의 뜻도, 기사의 취재를 위해 상대방과 싸움을 마다하면서, 당시 벌어지는 상황들을 다소 주관적으로 기술하는 형식으로 일컬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정의로운 사실을 알리기 위한 글을 쓰는 것을 전제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며칠 전 어느 일간지에 소개된 ‘곤조 저널리즘’에 대해서는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객관적 사실을 중립적으로 보도하는 언론원칙에서 벗어나, 주관을 앞세우는 다소 독단적인 보도 혹은 취재원과 대가를 주고받는 등 무리한 취재 형태”를 뜻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쨌거나 이 낱말은 긍정적이고 바람직한 뜻은 분명 아닌 것 같다. 이런 성향의 매체는 다소 공격적인 글로, 정통적 언론으로의 영역에 잠시 머물면서 의사 표현의 자유를 내세워 과격한 말이나 돌출된 글로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행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언론의 성장과 신뢰는, 글 쓰는 이 자신의 주관적 표현을 통하여 독자를 얼마만큼 잘 동조하게 만드냐가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사실에 근거한 글을 쓰느냐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는 것을 은연중에 우리를 가르치고 있다. 최근 우후죽순처럼 늘어난 여론조사기관이 내놓는 결과도 그렇고, 정치인의 자기방어를 위해 내놓는 말 등은 그들 스스로 일관성을 잃었을 뿐더러 사리에도 맞지 않지만, 지지하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억울하다는 감정을 공조하게 만들어 사회적 부작용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나타내고자 하는 배경은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한 가지 팩트를 상황에 맞추어 달리 해석할 수 있음을 주장하는 것은 과히 ‘곤조’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소위 표현의 자유를 들어 무슨 말인들 할 수 있다고 착각하면서, 자신이 한 말이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내뱉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지나치게 비약되어 논리적으로 연결되지 않는 것도 현실에서 종종 목격한다. 의미가 다른 것인데도 개의치 않고 통용되는 것도 부지기수이고, 너무 많은 말들 속에 진실이 잘못 전달되기도 하며, 경우에 따라 오해로 싸우기까지 하게 되는 것은, 보편타당한 뜻을 자기식으로 해석하는 ‘곤조 저널리즘’ 현상이 한 몫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너무 많은 미디어 출현과 사회생활의 필수적 문화가 되어버린 스마트폰으로 생활하다 보니, 우선 당장 눈에 가장 많이 띄는 검색어를 찾게 되고, 그것이 사실이 아니더라도 우선 관심을 갖게 되어 계속적인 찾기 단어가 되다보니, ‘곤조 저널리즘’이 처음부터 과장되거나 거짓이었다는 것을 짐작할 때도, 이를 바로잡기엔 너무 많은 부작용을 겪고 난 다음이 되어버리기 일쑤여서 감당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 할 때도 종종 있다.
물론 어떤 사실을 용감하게 들춰내고 또 정의가 세간의 주목을 받기 위해서는, 약간의 과장이 필요할 때가 있다. 그러나 그것은 일반적으로 사실에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흥미를 높이는 정도의 용인할 만한 수준에서 가능할 것이다. 서로 얼굴을 마주 보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고 자기의 주장을 ‘성깔’을 부리듯이 하거나, ‘곤조’를 피워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는 간혹 유명 정치인의 말을 지나치게 맹신하는 경향이 있다. 그들의 글에서 잘못을 지적하고 고치려고 노력하라 하기보다는, 아무런 비판의식 없이 곧잘 받아들이는 것에 관대한 현상은 그래서 반성해야 하는 것이다. 유죄판결을 받은 어느 정치인의 일방적 주장을 담은 책에 열광하는 세태가 그러하다. ‘곤조 저널리즘’에 대한 냉철한 판단이 필요해 보이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