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이든 식물이든 모든 생명체를 질병이 걸린다. 걸린다고 해도, 치료술이 미처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소나무 재선충병은 아직까지 치료할 방법이 없다. 걸렸다고 하면, 100%가 죽는다. 소나무재선충병(Pine wilt disease)은 기주 수목-매개충-병원체 등 3가지 요인간의 밀접한 상호작용으로 전염된다. 회복이 불가능하다.
소나무재선충병이 발병을 연도별로 보면, 2014년에 218만 3,996그루로 피해가 가장 컸다. 이후 2015년 173만 6,667그루, 2016년 137만 3,098그루, 2017년 99만 2,363그루, 2018년 68만 6,422그루, 2019년 49만 693그루, 2020년 40만 6,362그루로 감소 추세를 보이다가, 8년 만에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이런 증가추세에도 방제 예산은 2017년 814억 4,400만 원까지 늘었다가, 지속해서 줄었다. 2022년 559억 6,000만원으로 2017년에 견줘, 31.3%나 줄었다.
지난 5월 서울시 내곡동 잣나무 고사목 7주가 감염됐다. 서울에서 소나무재선충병에 걸린 나무는 7년 만이다. 선충은 솔수염하늘소, 북방수염하늘소 등 매개충의 몸 안에 서식하다가, 새순을 갉아 먹을 때, 상처 부위로 나무에 침입한다.
이달엔 경북에서 소나무재선충병 피해가 전년보다 급증했다. 경북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4월 중순까지 도내에서 소나무재선충병 고사목 58만 4000그루를 제거했다. 31만 그루는 피해 고사목이고, 나머지 27만 그루는 기타 고사목이거나, 감염 우려 나무다. 방제 고사목 규모는 전년도 31만 1000그루보다 87.8% 증가했다. 전국 방제 고사목 162만 9000그루의 35.9%에 해당한다. 경북도는 기후변화에 따른 온난화 등으로 고사목이 증가했다. 소나무재선충병을 옮기는 매개충 서식에 유리한 환경이 만들어졌다. 예산 감소로 반복적으로 방제를 하지 못해, 피해가 급속도로 확산한 것으로 분석했다. 분석은 앞장이나, 방제는 뒷북만 치는 경북도다.
경북도에 따르면, 소나무재선충 감염 피해목 제거는 지난 2019년 69만 4,000그루, 2020년 48만 8,000그루, 2021년 34만 5,000그루, 지난해 31만 1,000그루로 감소했다. 올해는 벌써 58만 4,000그루로 크게 늘어나는 모양새였다. 이는 전국 총 방제 그루(162만 9,000그루)의 36%를 차지하여, 불명예의 1위였다. 경북도는 기후변화에 따른 온난화 등으로 매개충의 서식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돼, 고사목이 늘어났다. 하지만, 예산은 줄어, 반복 방제를 못해 재선충이 급속히 확산됐다. 공무원의 전형적인 예산타령이다. 경북에서는 울릉과 영양을 제외한, 21개 시·군이 재선충 피해 지역이다. 안심은 금물이다.
경북도는 지난 달 16일까지 사업비 542억 원(국비 257억, 도비 53억, 시·군비 60억 원)을 들여, 고사목 58만 그루를 제거했다. 하반기는 146억 원(국비 70억, 도비 16억, 시·군비 60억 원)을 투입하여, 피해 고사목 발생 외곽 지역에서 극심 지역은 ‘압축 방제’를 실시한다. 포항 남구, 안동 댐 주변 등 피해가 극심한 곳부터 방제한다. 영덕, 봉화, 영주 등 재선충이 확산이 시작되는 곳에 사업비를 집중 투입하여, 효율을 높인다.
지난 15일부터 다음 달 14일까지, 한 달 일정으로 산림청 등 유관기관과 함께 소나무재선충병에 감염된 소나무 고사목 발생 상황을 확인하기 위한 항공예찰 조사를 실시한다. 항공예찰로 발견된 소나무 고사목에는 지상조사 인력 281명을 투입해, 정밀 예찰한다. 고사목 좌표 확인과 QR코드를 부착해, 하반기에 방제한다.
최영숙 경북 환경산림자원국장은 소나무재선충병 확산을 끊는다. 경북도 산은 우리나라 전체 산림(630만㏊)의 약 21%에 달하는 134만㏊이다. 경북의 숲이 바로 한국 숲의 얼굴과 같다. 나무를 잘만 가꾼다면, 삼림자원으로써도, ‘건강자원’이 된다. 이 같은 건강자원에 방제를 보다 잘하여, 소나무의 건강이 사람 건강의 노둣돌이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