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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순연 편백숲하우스범어점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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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면서 다른 사람들을 지나치게 의식할 때가 있다. 사실은 내 일이 다른 사람들의 관심거리가 되지 않을 것이 분명한데도, 자꾸 남의 시선이 마음에 걸릴 때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내 생활에 방해가 될 것임을 알면서도 그 일을 선택할 때도 있고, 혼자 감당할 수 없는 일인데도 남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해서 혼자 떠안고 끙끙 앓을 때도 있다.
필자 또한 남의 시선을 의식한 적이 있고, 남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여 허둥댄 적도 많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들이 이런 일을 흔히 겪을 거라 생각하며 스스로 위로한 적도 있다. 실제로 나의 소중한 회원 중에도 아주 조그만 일도 신경이 쓰인다는 사람이 있다. 그들은 모두 자신이 어떤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남의 일을 우선시하는 착한 사람들이다. 말하자면 ‘착한 콤플렉스’를 가진 사람들이다. 자기 자신보다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중시하여 그들의 눈치를 보느라 스스로를 억압하고, 결국 자신은 위축되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그렇게 하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오늘 당장 누군가가 나에게 부탁을 해오면, 거절하기 참 난감해하는 사람들이다. 사람은 어차피 사회적 동물이라, 부탁을 거절하기가 참으로 어려울 것이다. 차라리 내 것을 조금 손해 보더라도 남의 부탁을 들어줌으로써 ‘착하다’는 이미지를 가지는 것이 낫다는 생각마저 들 것이다. 이러한 생각이 계속 내적 갈등을 겪더라도 또 다음번 부탁도 무리해서 들어주게 되는 악순환에 빠져드는 것이다.
최근 발간된, ‘나는 왜 나보다 남을 더 신경 쓸까?’라는 책도 그런 내용이다. 미국에서 30년 경력의 심리 치료사로 활동한 저자는, 이 세상은 남의 비판을 눈치 보도록 강요한다고 주장한다. 무의식적으로 ‘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교육 받아왔기 때문에, 이를 벗어날 시도를 할 때마다 자책감을 느끼도록 분위기가 만들어져 있다는 것이다. 주로 여자들의 관점에서 다룬 이런 주장은, 여성들에게 사회적 통념을 벗어날 용기를 내라고 조언하면서, 마음에 들지 않으면 자신 있게 거절하고, 행복하지 않다고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부터가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착한 아이 콤플렉스’도 있다. 타인으로부터 착한 아이라는 칭찬을 듣기 위해서, 또는 말을 잘 듣지 않으면 버림받을 것이라는 내면의 욕구나 소망을 억압하는 말과 행동을 반복하는 심리적 콤플렉스를 뜻한다. 어릴 때부터 부모나 주위의 어른들로부터 착한 아이는 말을 잘 듣는 아이라는 무의식적인 가르침을 받아오다보니, 무조건 자신의 생각과는 관계없이 말을 잘 듣는 게 착한 아이고, 착한 아이가 좋은 것이구나 하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가지게 되는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 자라다보니 아이는 불안감에 시달리며, 착한 아이인 척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착한 아이가 자라,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상대방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항상 착한 아이로 보여야 한다는 강박 속에서 타인의 시선에 맞춰가며 살아가는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 자체는 나쁜 것이 아니지만, 본인의 감정을 제대로 표출하지 못하고 희생하며 남에게 맞춰주다 보니 정작 본인은 행복하지 못하거나 심지어 우울한 삶을 영위할 수가 있다는 것이다.
공감하는 대목이다. 우리는 내 일에서보다 남의 시선과 나에 대한 남의 평가에 더 많은 감정 소모를 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콤플렉스를 벗어나는 방법은 무엇일까? 당연히 나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는 일이 중요하리라. 그러나 감정이 들어가면 말처럼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그래서 나 자신의 감정 소진을 막고 타인의 부탁을 거절함으로써 따라오는 심리적 갈등을 멈추기 위한 방법을 생각해보아야 한다.
필자의 당돌한 생각은 이렇다. 우선 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역설적으로 나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쁘다는 것은 남을 해치거나 손해를 입히는 사람이 아니다. 남의 시선이 아니라 나 자신의 처지를 1순위에 두는 것이다. 말하자면 거절할 수 있는 용기, 불편해도 괜찮다고 말하지 않기 등을 실천하는 일이다. 상대의 부탁을 들어줄 입장이 아니라면, 그 부탁을 자신 있게 거절할 줄도 알아야 하며, 내 말에 상대방의 기분이 어떨까 하고 미리 생각하여 내 말에 스스로 주눅 들지 않아야 할 것이다. 무조건적으로 남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나의 불편을 아무렇지 않은 척 감춰둬서는 안 된다는 마음이다.
이는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말고 내 마음대로 행동하라는 뜻이 결코 아니다. 자신의 일에 가장 우선하고, 다른 일의 우선순위를 미루라는 것이다. 우리는 자신의 내면에 집중하여 얻는 행복이 가장 소중한 자신의 행복에 다가가는 지름길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착한 콤플렉스’로 피곤하게 살아가는 자신의 상처를 서서히 치유할 수 있을 것이다. 상대방이 나를 어떻게 보든 상관없이 살아가자는 것이 아니라, 내 스스로를 존중하여 감정의 낭비를 멈추고, 나 자신에게 가장 먼저 좋은 사람이 되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