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생명을 구성하는 최소 단위 세포(cell)에서 일어나는 물질교환 경로와 구조를 세계 최초로 발견했다. 물질 이동이 일어나지 않았을 때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진 퇴행성 뇌질환 등 여러 대사질환의 원인을 연구하는 데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는 생명과학부 이창욱 교수와 광주과학기술원(GIST) 전영수 교수가 공동으로 인간을 비롯한 고등생명체를 구성하는 단위인 진핵세포에서 일어나는 새로운 물질교환 경로와 메커니즘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고 7일 밝혔다. 공동연구팀에 따르면 세포는 미토콘드리아, 핵, 소포체, 리소좀 등의 작은 소기관으로 구성돼 있다. 지금까지 연구에서는 이 소기관들 사이에서 단백질과 같은 물질이 이동 할 때, 일종의 보자기인 소낭에 담겨 전달된다고 알려져 있었다. 연구팀은 세포의 대표적 소기관인 핵과 리소좀을 직접 연결하는 막접촉점의 상호작용을 통해 소낭 없이 물질이 이동하는 경로를 3차원의 입체적인 구조로 처음으로 제시했다. 세포 내부에서 일어나는 물질이동은 주로 소낭(vesicle)이라는 작은 막구조체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소낭에 의한 물질이동 경로 이론(2013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세포 내 물질이동 현상이 존재한다. 이 중 세포소기관들이 직접 서로 물리적으로 접촉해 막접촉면을 형성하고 이를 통해 다양한 물질이 교환될 수 있다는 사실이 최근 연구를 통해 알려졌으나, 이러한 과정을 매개하는 단백질들의 정체와 작동 메커니즘은 여전히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었다.연구팀은 단일 진핵세포 생명체인 효모를 연구모델로 이용하여 핵과 리소좀 간의 막접촉점인 NVJ(nucleus-vacuole junction)를 형성하는 단백질복합체인 Nvj1p-Vac8p의 3차원 구조를 규명했다. 이러한 구조생물학적 연구를 기반으로 NVJ형성과 여기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생명현상의 메커니즘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Vac8p 단백질이 스캐폴드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결합되는 단백질의 기능에 따라 다양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사실을 밝혀냈다.연구팀은 새롭게 규명된 Nvj1p-Vac8p의 3차원 구조를 바탕으로 핵과 리소좀 간의 막접촉점 형성에 중요하게 작용하는 아미노산 상호작용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를 토대로 효모 세포에서 이러한 아미노산을 돌연변이 시켰을 때, 두 소기관을 연결하는 막접촉점이 사라지고, 핵과 리소좀 간의 물질 이동이 억제되는 것을 보였다. 또한 연구팀은 돌연변이 효모에서는 NVJ에서 일어나는 모든 세포 활동이 억제되는 것을 관찰해 그간 이론적으로만 알려져 있었던 막접촉점에서 생명활동을 처음으로 증명했다.그동안 세포 소기관 막접촉점은 전자 현미경으로 세포를 관측하는 정도의 해상도로만 연구가 이뤄져왔다. 이번 연구에서는 X-ray 구조법을 사용해 막접촉점을 직접적으로 연결해주는 단백질 복합체의 입체 구조를 원자 수준의 높은 해상도로 관측했다. 이창욱·전영수 교수는 “이 연구는 인간과 같은 고등생명체를 구성하는 진핵세포의 세포소기관 간 막접촉점을 형성하는 단백질 복합체의 구조와 작동 메커니즘을 최초로 밝혔으며, 이는 생명의 기원에 대한 이해, 세포 내 물질 이동의 결함에 의해 야기되는 질병치료법 개발에 새로운 이론적 단초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연구의 의의를 설명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