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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문경새재 책바위

오재영 기자 입력 2023.04.19 08:43 수정 2023.04.19 09:47

전 문경시문화관광해설사회 회장 이만유

책바위 전경.

책바위 기도

기도하는 다람쥐?.

문경새재 ‘책바위’에는 예로부터 전해오는 전설이 하나 있다.
조령 아랫마을에 사는 큰 부자가 부족한 것 하나 없이 잘 살고 지냈으나 오직 슬하에 자녀가 없는 것이 한이었다. 하늘이 부귀영화를 주었으나 한 사람에게 모든 걸 다 주지는 않는 것인가? 부잣집 주인은 나이를 점점 먹어가니 이제는 재산도 부귀도 싫고 오직 대를 이를 아들 하나 두기를 소원하였다.

아들을 얻기 위해 마음을 굳게 먹고 제물을 풍성하게 준비하고 목욕재계 후 마을 뒤 신당(神堂)을 찾아가 매일 천지신명과 산신에게 지극정성으로 기도하였더니 그렇게도 소원했던 아들을 점지해 주어 득남하게 되었다. 그런데 기쁨도 잠시, 아이가 무럭무럭 자라지 못하고 몸이 허약하여 사람 구실을 못 할 지경이었다. 그래서 다시 신당을 찾아가 아들을 낳게 해주신 것은 감사하오나 이냥 주시려면 튼튼한 아이를 주시지 이를 어쩌면 좋겠습니까? 하며 울며 기도했다.

기도를 시작한 지 100일이 되는 날, 큰 호랑이를 타고 지팡이를 짚은 백발의 도인이 나타나 말씀하시길 “너의 집 돌담이 아이의 기를 눌러 기를 펴지 못해서 그러하니 그 돌들을 아이와 함께 조령 고갯마루 못 미친 곳에 책을 펼쳐 놓은 듯한 모양의 ‘책바위’가 있으니 그 뒤에 돌들을 옮겨 쌓으면 좋은 일이 있을 것이다”라고 하였다. 그 후 아들과 아버지가 3년간 부지런히 돌을 날랐더니 약했던 아이가 뼈대가 굵어지고 근육이 튼튼해져 남자다운 모습을 되찾게 되었다. 점점 자라면서 기골이 장대한 헌헌장부(軒軒丈夫)가 된 아이는 열심히 공부하여 과거시험에서 장원급제까지 하여 나라에 필요한 훌륭한 인재가 되었다고 한다.

그 뒤로 이 ‘책바위’에 기도하면 과거급제는 물론, 대를 이를 아들을 두지 못한 사람들이 아들을 얻게 되고, 뭐든 빌면 소원성취를 할 수 있다는 소문이 퍼져, 영남 선비들이 한양으로 과거 보러 갈 때는 반드시 경사스러운 소식을 듣는다는 문경새재를 넘었고 또한 이곳을 들러 기도하였다고 한다. 이런 소문이 널리 퍼지자 선비뿐 아니라 보부상들이 일확천금을 바라며 기원하는 곳이 되었고 일반 백성들도 무병장수와 부귀영화를 이루길 바라며 찾아와 비는 곳이 되었다.

그 후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근래에 이르기까지 전국으로 소문이 퍼져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비롯한 취업 등 각종 시험을 앞둔 사람이나 가족들이 찾아와 기도하는 곳으로 유명해졌다. 우리나라에서 대표적으로 기도하는 곳이 두 곳 있는데 그 하나가 팔공산에는 있는 ‘갓바위’이고, 또 하나는 문경새재에는 ‘책바위’가 전국적 유명기도처가 되었다.

요즈음 세태를 반영한 유머 중에 ‘딸 둘에 아들 하나면 금메달’, ‘딸만 둘이면 은메달’, ‘딸 하나 아들 하나면 동메달’, ‘아들만 둘이면 목매달’이라는데 필자는 딸이 없고 아들만 둘 뿐이라 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 농담 삼아 하는 말이 “내 한평생 살아오면서 큰 부자가 되지 못한 것도, 높은 지위에 오르지 못한 것도 후회하지 않지만, 오직 딸 하나 두지 못한 것이 크게 후회된다”라고 말하기도 했는데 진작 ‘책바위’에 가서 “딸 하나 점지해 주소서”하고 기도나 할 걸 그랬나 보다.

이즈음 이런저런 스트레스를 받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잠시 시간을 내어 경사스러운 소식을 듣고 상서로운 조짐이 있는 문경(聞慶)에 오는 것만으로도 좋은 기운을 받겠지만, 여기에 더해서 산자수명한 600년 된 옛길 명승지 ‘문경새재’의 백 년 노송에서 내뿜는 피톤치드와 청량한 기운을 받고, 거기에 더해 ‘책바위’에서  기도드리면 이중 삼중의 좋은 기운과 축복을 받아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힐링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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