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노동자 절반 이상이 환자나 의사로부터 폭언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인력 부족으로 질 좋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됐다.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지난 3월부터 4월까지 진행한 ‘2017 보건의료노동자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에는 전국 125개 병원에 근무하는 2만9545명의 병원 노동자들이 참가했다.조사결과 응답자 절반 이상인 57.8%가 근무 중 폭언을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폭행을 당했거나 성폭력을 경험한 응답자도 각각 12%, 11.7%로 집계됐다.가해자로는 환자가 압도적으로 많았다.폭언 경험자 36.9%가 환자나 헌혈자에게 당했으며 보호자 (26.2%)나 의사(19.5%)나 상급자(12.8%)에 의한 경우도 상당수 조사됐다. 폭행의 경우 76.3%가, 성폭력은 64.9%가 환자에 의한 피해였다. 폭언·폭행 및 성폭력을 경험하고도 근로자 대부분은 혼자 참고 넘어가는 것으로 조사됐다. 폭언의 경우 82.3%, 폭행의 경우 67.3%, 성폭력의 경우 75.9%가 참고 넘어갔다고 응답했고, 노동조합·고충처리위원회·법적 대응이나 제도적 장치를 통해 문제를 해결했다는 응답은 폭언이 1.4%, 폭행이 4.3%, 성폭력이 3.2%에 불과했다.또 과도한 스트레스로 병원 노동자들 대다수가 수면장애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최근 1년 간 잠자리에 들어 20분 안에 잠들지 못하는 비중이 66.2%였고, 잠들기까지 50분 이상 걸리는 응답자가 17%에 달했다. 나영명 보건의료노조 정책기획실장은 “감정노동을 보호하기 위한 제반 조치들이 취해지지 않으면 병원노동자들은 높은 직무 스트레스, 폭언·폭행·성희롱 피해, 높은 이직률 등을 해결할 수가 없다”며 “감정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종합계획 수립, 실태 조사, 감정노동 해소 프로그램 마련 등을 추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