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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고령 칠곡할매시인 박금분 할머니는 자신이 쓴 시 ‘가는 꿈’에서 간절하게 소망했던 것처럼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곱게 영면에 들고 지난 6일 발인식이 엄수됐다. <칠곡군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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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싶은 것도 없다. 하고 싶은 것도 없다. 갈 때 대가 곱게 잘 가는 게 꿈이다”(박금분 할머니 시‘가는 꿈’)
삶을 마무리하는 87세에 한글을 깨쳐 시를 쓰고 영화에도 출연해 감동과 공감을 선사한 박금분 할머니가 향년 94세로 생을 마감했다.
최고령 칠곡 할매시인 박금분 할머니는 자신이 쓴 시 ‘가는 꿈’에서 간절하게 소망했던 것처럼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곱게 영면에 들고, 지난 6일 발인식이 엄수됐다.
김재욱 칠곡군수는 장례식장을 찾아 박금분 할머니 시를 인용하며 “어머님께서는 편안하고 곱게 소천하셨기를 바란다”며 위로의 말을 건네자, 유가족은 “마치 꽃잎 지듯 곱게 눈을 감으셨다”고 화답했다.
할머니는 일제 강점기와 가난과 여자라는 이유로 학교에 다니지 못하다, 구순을 바라보는 2015년이 돼서야 칠곡군이 운영하는 약목면 복성리 배움학교에서 한글을 배우기 시작했다.
알렉상드르 푸시킨의 시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를 통째로 외우고 집 안을 한글 공부한 종이로 가득 덮을 만큼 배움에 대한 열정이 컸다.
또 복성리 배움학교에서 반장을 맡으며 폐지를 모아 판 돈으로 함께 공부하는 할머니에게 회식을 베풀어 ‘친절한 할머니’로 불렸다.
이와 함께 2015년 칠곡군이 성인문해교육을 통해 한글을 깨친 할머니의 시 98편을 묶어 발행한 시집 ‘시가 뭐고’에서 죽음에 대한 성찰을 표현한 ‘가는 꿈’으로 독자의 눈시울을 적시게 하기도 했다. 2018년 발행한 시화집 ‘내 친구 이름은 배말남 얼구리 애뻐요’에는 세상을 등진 남편에 대한 애절한 그리움을 표현한 ‘영감’이란 시를 선 보여 호평을 얻었다.
이 밖에 2019년 김재환 감독의 영화 ‘칠곡 가시나들’에 출연해 경상도 할매 감성으로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애정을 표현해 잔잔한 감동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러한 할머니의 열정도 세월과 치매라는 거대한 벽 앞에서 싸늘하게 식어갔지만, 잠시 정신이 돌아올 때는 연필을 잡을 만큼 마지막 순간까지 배움의 끈을 놓지 않았다.
김재욱 군수는 “인생 황혼기에 접어든 할머니의 배움에 대한 열정이 많은 국민에게 희망과 용기를 전했다”며 “칠곡 할머니들이 남긴 문화유산을 관광산업에 접목하고 다양한 콘텐츠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어제와 오늘이 다른 어르신들은 봄꽃처럼 세상을 등진다”며 “자주 찾아뵙고 정을 나눠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칠곡군은 2008년부터 할머니를 대상으로 성인문해교육을 통해 3권의 시집과 윤석열 대통령의 글씨체로 불리는 칠곡 할매글꼴을 제작했다.이재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