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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양자(量子)기술’

홈페이지담당자 기자 입력 2023.01.30 11:14 수정 2023.01.30 13:31

김찬곤 경북과학대 교수·시인

↑↑ 김찬곤 경북과학대 교수

최근 ‘양자기술’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우리나라 대통령도 반한 ‘미래전략기술’”이라고 어느 일간지에 소개되면서 많은 사람이 도대체 이것이 무엇이며 왜 중요한지에 대해 큰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그 까닭은, 지금까지의 대세가 반도체였다면, 앞으로는 이 기술이 산업 세계의 모든 분야의 판도를 완전히 뒤바꿀 ‘게임 체인저’라는 사실에 전문가들 사이에 이견이 없다는 것이, 새삼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 예로, 정부는 ‘퀸텀 코리아 2023’조직위원회를 얼마 전에 출범시켰는데, 이 기구는 2030년까지 ‘양자기술’과 관련하여 4대 강국에 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 한다. 이를 위하여 우선 양자 관련 기술개발 및 양자 문화 발전을 가속화 하기 위해, 2020년부터 개최해오던 ‘양자정보주간(Quantum Week)’을 국내외 각계 대표는 물론이고 해외 석학 등을 중심으로 국제학술 회의 및 연구산업전시회, 경진대회 등 세계양자 생태계 흐름을 가늠하는 최고의 국제행사로 승화시켜 나가겠다는 적극적 추진 의사를 밝혔다.

또 정부는 2030년까지 관련 전문인력을 1,000명까지 확보한다고 하는데, 그 배경에는 미국의 한 발 앞선 투자가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미국은 2018년에 이미 ‘양자기술’을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하고, 최근 4년간 약 3조 5000억 원의 투자를 한 바 있기 때문이다. 중국도 2018년 북경에서 오스트리아 빈까지 7,600km 양자통신 실험에 성공하였고, 최근 5년간 ‘양자기술’ 관련 17조 원을 투자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우리나라도 ‘양자기술’을 ‘국가전략기술’로 정하고 올해 984억 원을 투입할 예정이라고 하는데, 앞의 미국이나 중국의 경우와 비교해서는 다소 약해 보인다는 지적이 있다. 그러나 어쨌든 정부는 조만간 ‘양자기술’전략 로드맵을 발표 할 예정이며, 많은 국가적 후속 조치가 있을 것이라 예고하고 있다. ‘양자기술’은 반도체 이후 우리의 미래를 이끌 기술로 패권 경쟁의 중심이 될 것이라는데 이견이 없다는 전문가의 한결같은 주장이고 보면, 이것의 중요성은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중차대하다는 것을 짐작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양자기술’에 대한 정의는 다양하지만, 대체적 흐름은 “원자 수준의 미시 세계에 있는 양자가 한 번에 두 가지 상태를 동시에 갖는 “중첩”과, 멀리 떨어진 양자 간 동시에 영향을 주고받는 “얽힘” 현상과 같은 고전 물리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특성을 활용한, 기존의 한계를 뛰어넘는 혁신 기술이라 한다. 그러니까 ‘양자기술’은 단순한 하나의 측면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기술의 획득과 실용적 적용은 곧 미래 산업의 선두 주자가 되느냐를 가름하는 매우 중요한 요건이 된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반도체가 한 나라의 산업기술의 수준을 결정하고 산업발전 전반을 선도하는 중요한 가늠자였다면, 지금부터는 ‘양자기술’이 그 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또한 ‘양자기술’은 해킹이 매우 어려운 구조적 성격으로 되어 있으므로 안보가 필요한 산업기술에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기준의 암호체계조차 무력화시킬 정도로 컴퓨팅 연산속도를 증가시키는 효율성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를 응용한 ‘양자통신’은 도청이나 감청의 시도가 감지되면 정보 자체가 저절로 변해버려서 사실상의 해킹도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며, 초정밀한 측정에서 양자 센서는 매우 미세한 자기장이나 온도까지 감지할 수 있어 반도체 분야를 포함 제조업 공정 전반에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그와 같은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양자기술’수준에 대한 발표를 보면, 미국을 100으로 삼았을 때, 우리는 77에 그치고, 이는 몇 년의 시차를 가져오는 수치라고 한다. 단 몇 년의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고 스스로 애써 위로하려 할지 모르나 글로벌 경쟁에서 2등은 곧 패배자가 되어버리는 현실을 감안할 때, 이는 매우 큰 격차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현실은 ‘양자기술’의 획기적 발전 바램과는 달리 이미 늦게 출발했다는 인상을 가지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미국, 중국, 일본에 이어 ‘양자기술’ 부문 4위를 차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하지만, 이런 노력이 매우 중요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시기적으로 다소 늦은 감이 있다는 게 걱정 섞인 대체적인 전망이고 보면, 그 때문에 요즘의 국민적 관심과 지지가 그래서 어느 때보다 절실히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많은 사람이 우리나라 정치적 상황이 그런 느낌을 주는 원인이라 주장한다. 정치인들은 민생이 우선이라고 떠들지만, ‘양자기술’은 지금 당장 드러나는 민생이 아니므로 후 순위로 밀려나기 쉽다. 대중들에게 인기 있는 정책을 편답시고 개인적 복지에만 지나치게 매달려 국가 채무가 눈덩이처럼 늘어나도 다음번 투표에 오직 표만 많이 받으면 된다는 식의 인기 정책 남발은, ‘양자기술’과 같은 국가전략산업의 도약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물론 민생의 요구와 국가산업 발전의 동시 달성은 매우 바람직한 가정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실현 가능성이 적은 게 사실이다.

성과를 당장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것이라 하더라도, 미래의 국가적 위상을 높이고 후세의 국가발전을 닦는 초석이 될 수 있다면, 적어도 그 가치를 인식하고 온 마음으로 지지하자. ‘양자기술’ 발전이 그러하다. 이는 우리의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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