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자기들이 쓰는 문자나 글을 자기들이 만든 민족은 없다. 한국 뿐이다. 훈민정음(訓民正音)은 1443년 창제되어, 1446년에 반포됐다. 만든 목적도, 백성이 쉽게 글자를 배워, 문자생활을 편하게 하기 위해서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일제가 민족독립의식을 말살하기 위해서, 창씨개명(創氏改名)을 강요하고, 심지어 족보(族譜)까지 한글을 못 쓰게 했다. 이런 탓에 원인하여, 쉬운 한글을 못 쓰는 세대가 많은 편이다. 이런 세대를 위해서 문해교육을 한다.
지난 25일 경북도청에서 학교에 다니지 못했던, 이들 할머니들이 한글을 배워, 서체(書體)로 만든, 칠곡할매글꼴의 주인공 할머니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철우 경북 지사는 40여 년 만에 교사로 돌아와, 분필을 잡았다. 이철우 경북 지사의 ‘마지막 수업’이다. 잔잔한 감동이 교실의 분위기를 잡았다. 꾹꾹 눌러쓴 ‘손 글씨’를 디지털 글씨체로 만든 칠곡할매글꼴로 인기를 얻은, 다섯 명의 칠곡 할머니들은 이철우 경북 지사가 마련한 한글 수업에 참석해, ‘명예 졸업장’까지 받았다.
이철우 경북 지사는 도청 안민관 1층 미래창고에서 70년대 교실을 재현했다. 칠곡할매글꼴 주인공 이종희(91)·추유을(89)·이원순(86)·권안자(79)·김영분(77)할머니를 초청해, 특별한 수업을 진행했다. 일제강점기와 가난으로 정규 교육을 받지 못한 마지막 세대 할머니를 위로했다. 이 시기에 200만 명이 넘는 문해력 취약 계층에 대한 관심과 평생 교육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할머니들은 이철우 경북 지사와 함께하는 남다른 수업을 위해, 10대 시절 입지 못한 교복을 곱게 차려 입었다. 요양원에서 치료 중인 이종희 할머니는 이번 수업이 마지막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휠체어에 몸을 의지하고 참석하려 했으나, 당일 아침 건강 악화로 함께 하지 못했다.
이철우 지사는 할머니를 위해 교실을 마련했다. 1978년부터 1985년까지 7년간 몸 담았던, 교단에 올라 할머니들의 일일 교사가 됐다. 이날 수업은 반장을 맡은 김영분 할머니의 구호에 맞춘 할머니들의 인사와 이철우 지사의 큰절로 시작됐다. 이철우 지사는 할머니 한 분 한 분의 이름을 부르며, 출석을 불렀다. 경북 4대 정신도 설명했다. 가족과 대한민국 근대화를 위해 헌신한 할머니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수업에 언급됐던, 단어를 할머니에게 불러주며, 받아쓰기 시험을 치르고 빨간 색연필로 직접 점수를 매겼다.
이 밖에 경북도가 운영하는 경북도민행복대학 이름으로 졸업장을 수여했다. 받아쓰기를 잘한 할머니에게는 상장도 전달했다. 일제강점기 ‘한글맞춤법 통일안’제정에 참여하는 등 우리말 연구와 보급에 앞장섰던 외솔 최현배 선생의 손자 최홍식(70)세종대왕 기념사업회장은 화환을 보내 수업의 의미를 더했다. 칠곡 할머니들은 이철우 경북도지사에게 '할매들은 지방시대가 무슨 말인지 잘 몰라예, 우짜든지 우리 동네에 사람 마이 살게해주이소'라고 적힌 액자를 전하며, 지방시대에 대한 소박한 바람을 표현했다.
이어 김재욱 칠곡 군수와 ‘칠곡할매글꼴 사진전’을 관람했다. 더 큰 꿈을 위해 교사의 꿈을 접었던 이철우 지사와 학생의 꿈을 이루지 못한 할머니들의 마지막 수업은 이렇게 막을 내렸다. 김영분 할머니는 우리 할머니들은 가난과 여자라는 이유로 때론 부모님을 일찍 여의거나, 동생 뒷바라지를 위해 학교에 가지 못했다. 오늘 수업을 통해 마음에 억눌려 있던 한을 조금이나마 푼 것 같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2021년 9월 충북 단양군 국가평생교육진흥원 주최 2021 전국 성인 문해교육 시화전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200만 명은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본적인 읽기, 쓰기, 셈하기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제부터라도 늦지 않다. 각 지자체는 문해교육에 예산을 편성하여, 문해교육을 실시할 것을 권유한다.